독 안에 든 쥐를 잡지 못하는 거대 고양이

그래도 한 건 했다

by 어린왕자


방 청소를 시작하는데 시커먼 물체 한 마리가 눈앞을 스친다. 아 저놈이 어제 나를 물었던 모기구나. 방문 앞에서 나를 힐끗 보더니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거실로 달아나버린다. 난 걔가 날아가기 전에 방문을 걸어 잠그려 했다. 그런데 저 놈이 먼저 선수를 치고 말았다. 이크 또 놓쳤구나. 안경을 쓰지 않아 내가 뵈는 게 없었다며 자조하고 말았다.

시커먼 물체였다. 안경을 쓰고 암만 휘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다리를 쳐다보면서 울긋불긋 튀어 오른 자국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앞베란다로 갔거나 뒷베란다로 갔거나 이미 그놈은 나를 희롱하며 유유히 날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조 섞인 말투로 그까짓 X 하나 못 잡고 이리 어리바리해도 괜찮은가. 나이 탓이라 하기엔 아직 젊은데 자꾸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늦은 밤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려는데
아~ 웬 시커먼 놈 하나가 또 시야를 가린다. 손을 휘 저어 움켜잡았더니 무릎에 툭 떨어진다. 뭔지도 모르고 한번 더 짓이겼더니 선연한 붉은 피가 낭자하다.

결국 네가 배가 터져 할복하는 수준이구나. 얼마나 많은 피를 빨아먹었던지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진짜 배 터져 죽을 만큼 날지도 못하고 휘저은 손가락에 잡힌 걸 보면 너도 배부르고 늙고 힘없는 건 마찬가지구나 싶다.

독 안에 든 쥐를 잡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던 거대 쥐가 한여름의 늦은 밤 그놈을 무참히 처단하는 쾌거를 저지르고 말았다.

한 건 했다.


#한여름의밤은아직무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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