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의 퍼즐처럼 무화과가 익어간다
나는 맛보다 추억을 먹는다.
연지공원을 걷다 보면 공원 안쪽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다. 딱 한 그루에 열매는 제법 열리는데 시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함부로 따 먹진 않은 듯했다. 한여름엔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 별 없어도 따 먹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부끄러워하는 자신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을까. 옛 추억을 생각하며 하나 따 먹고 싶었는데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러다 무화과가 익어갈 무렵 그곳을 지나는데 아니,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하나도 없다? 며칠 사이에 누가 싹쓸이를 해 간 듯하다. 누가? 왜?
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그곳엔 무화과가 있었다
그땐 그것이 무슨 열매인지 알지 못했다
내 부모가 서울을 떠나 지방인 이곳에 정착을 하면서 나도 그때 그 나무를 보았다
부잣집을 상징했던 나무
아름드리를 자랑했고 긴 가지를 자랑삼아 뻗었던
이지직구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지직구 따 먹으러 가자 했다
주인은 아뿔싸 나무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떨어진 것도 눈치를 보며 주워 먹었다
좋은 것은 주인 것
허물어 밟힌 것은 ㆍㆍㆍ
그래도 그땐 그것이 맛있었다
한참 후에 알았다
꽃이 없이 열리는 열매라는 것을
이지직구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는 것을
달디 단 열매가 지천이었다는 것을
그런데도 주인집 아주머니는 함부로 따먹지 못하게 했다
떨어져 밟힌 무화과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달콤하고 맛있었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고 맺히는 열매라 해서 무화과다. 지금이야 어른이 되어서 정확한 이름도 알고 의미도 알지만 어릴 때는 이름도 몰랐고 의미도 몰랐다. 단지 어른들이 이지직구라고 불러서 이지직구라 하고 다녔다.
지금은 무화과를 돈 주고 사서 먹는다. 여덟 개에 만 원 정도 하지만 예전의 그 맛에 비길 수가 없다. 단맛도 없거니와 꼭지를 씹으면 톡 쏘는 아린 맛도 당연 없다. 예전의 그 추억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여왕이 좋아했던'과일이라는 문구를 새겨놓고 무화과를 홍보하는 것들이 보인다. 정말 여왕이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 이뻐진 것이라면 나는 그 여왕을 뛰어넘게 이뻐야 한다. 모르긴 해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어떤 이는 물컹해서 싫다는데 사실 물컹한 느낌은 있다. 밍밍한 맛에 별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하니 굳이 사서 먹으려 들지 않는다. 어디서 무화과를 구하리.
친척집 할머니가 소쿠리째 무화과를 내놓아도 몇 개 담아가란 소리는 안 하신다. 집 앞에 무화과가 가지를 뻗어 담장을 넘어도, 무화과가 지천으로 떨어져 짓이겨져도 가져가서 먹어봐라 소리 안 하신다. 요즘 젊은이들이 뭐 하러 저런 걸 먹냐, 괜히 줬다가 싫은 소리 들을 게 뻔하다 싶으셨을 게다. 더 좋은 게 많은데. 저건 그냥 떨어져 버리는 건데 하시면서.
나는 맛보다 추억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