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지 말고!

by 어린왕자




빈 잔
의도적으로 채우지 않는
삶은 그럴 때도 있다
잔에
당연히 커피를 채워야 할까
어쩌면 채워져야 하는 것이
커피가 아닐 수도 있음을 안다


너에서 살짝 밀려난 내가

비집고 들어가야 할 때

사랑을 놓친 내게

한 모금 달콤함을 적시고 싶을 때
오늘 그 빈자리에
나는
네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담아 둘까
푸른 하늘을 담을까
여름 매미 소리를 담을까
무더운 폭염 속
시원한 나무 그늘을 채울까


너는 무엇으로
저 빈 잔을 채울래?

부유하는 수생식물 위로
청둥오리가 날갯짓하는
무더운 한낮의 시름이 내려앉으면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세월의 더께가
풍덩 강물 속으로 스며든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부유하는지도 모르게
애꿎은 물길은 또 한 번 아픔을 소유한다
그것도 우리 삶이야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빈 잔으로 왔다가
빈 잔으로 가는 삶인데
가득 채우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 또한 삶인데
커피의 향을 담는데도
우리는 고뇌하고 고뇌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비워진 채
그것으로도 좋을 때가 있다

ㅡㅡ늘 빈 잔을 채워가야 하는 삶이라 생각할 때 잠시 비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오늘 그렇게 한 켠을 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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