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가을 전어

꼬시다 꼬시다, 먹어 봐라!

by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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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ㅡ 전어의 계절


엄마는 가을 전어를 뼈째 드셨다. 구운 것도 좋아하셨지만 특히 회거리를 좋아하셨다. 아나고(정확한 용어는 붕장어)와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쌈을 싸 드시면서 '꼬시다, 참말로 꼬시다 무 봐라.' 하셨다. 뼈가 이빨에 끼일까 무서웠던 난 물크덩한 부분만 골라 먹었었다.


가을 전어를 먹을 때면 꼬시다 꼬시다 하시던 엄마 생각이 난다.


작년 가을 이맘때쯤에, 창원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난 후 마산 어시장에 들러 전어를 먹었었다. 오빠네가 단골로 가는 곳이라 해서 들렀다. 비좁은 한쪽 구석진 곳에 주인장이 자리를 내주었다. 주말이라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해 얼른 먹고 일어서야 했다. 구석진 자리도 겨우 얻은 자리였으니 감지덕지였다. 이모집이 근처였기에 오빠는 엄마를 모시고 자주 왔던 곳이라 주인장이 알아보고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


9월이면 또 전어 한 판이 벌어진다. 나도 좋아하고 동생도 좋아하고 오빠도 가을 전어를 좋아한다. 전어를 좋아하셨던 엄마는 전어를 좋아하는 자식들을 향해 당신을 닮았다 하셨다. 가끔씩 형제가 모이면 고향 얘기가 주를 이루는데 오빠는 전어를 앞에 두고 타지에서 들어와 남의 집에 발붙여 살았던 그 어릴 적 셋방을 벗어나 '우리 집'을 갖게 된 때를 기억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알뜰살뜰 살았던 거제댁의 큰아들인 오빠는 이제 우리의 부모가 되었다.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겨주고 잘 지켜주고 있는 고마움에 맛있는 전어회를 오빠에게 대접하고 싶다.


가을 전어를 앞에 두고 소주 한 잔 깃들이면 캬~~ 술이 술술 넘어간다. 그런 맛있는 전어를 보면 '무 봐라 무 봐라' 하시던 엄마도 슬며시 생각났다. 고향이 조금씩 변해갈 때마다, 공원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들어설 때마다 나의 어린 시절의 또 새로운 추억 한자리가 얹어진다. 그리운 지난날이 가을 전어와 함께 깻잎 위에 켜켜이 포개지면서 우리의 가을도 전어처럼 깊은 맛을 내며 익어가면 좋겠다.


가을 전어를 진짜 '꼬시게' 드시던 엄마를 그리워하며 나도 내 아이들과 함께 올해는 가을 전어를 같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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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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