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을이 좋죠

가을밤 등불 아래 딩신을 그립니다

by 어린왕자


가을밤 등불 아래 아들의 터진 바짓가랑이를 기우며 ㅡ


가을밤 등불 아래 엄마는 침침한 눈 비벼가며 터진 옷자락을 손수 꿰매었었다. 눈이 침침해 바늘귀에 실을 잘 못 꿰었었다. 실에 침을 발라 손가락으로 비벼 꿰도 잘 들어가지 않았던, 여러 번을 시도한 끝에 결국 내게 대신 꿰어달라던, 콧방울에 돋보기 걸쇠 널어 뜨리고 할머니처럼 뜯어진 바지 뒤집으며 한 땀 한 땀 훑었었다.


가녀리고 작은 섬섬옥수는 떨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지 하나 그냥 사 입으면 될 텐데, 손가락 찔려가며 하나하나 왜 꿰맸을까 싶다. 살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새로 사면 버리게 되는 그것이 아까웠으리라 엄마는. 꿰매면 새것이 되는데 새로 사는 것만큼 마음이 넉넉했던 그것이었으리라. 그땐 양말도 무지 꿰매 신어서 바늘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었을 정도였으며 작아진 양말을 새것처럼 신었었다. 감쪽같았다.


분명 엄마는 요술방망이를 흔들고 있었다


요즘은 바지 하나 단돈 만 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커피 한 잔 값 정도다. 꿰매는 수고와 침침한 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따진다면 바지 하나 새로 사는 게 훨씬 이문이 남는 장사다. 그럼에도 양말은 뒷굽이 닳으면 그대로 버리게 되는데 바지는 그렇게 못한다. 바지 깁는 면적이 양말 깁는 부분보다 더 넓은데도 왜 바지는 깁어 입고 양말은 버리게 될까. 새발의 피로 여겨지는데도 말이다.


어떤 것이 내게 전해졌을까. 어쩌면 그 시절 엄마가 바늘귀 찾던 애잔한 그것이 내게 녹아 있어서일까. 바짓가랑이가 제법 터졌는데도 버리고 다시 사야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들지 않는 이유다.



무덥던 여름도 어느덧 지나가고

가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가지 않을 것 같던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뎌냈다 위로하고 싶은 밤에 아들 바짓가랑이 터진 옷을 돋보기 너머로 깁던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안경 너머로 엄마를 닮은 내가 앉아 있다.

엄마, 그래도 가을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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