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데이트

뭐 특별할 게 있냐고 하지만

by 어린왕자



아이들이 성장한 후 각자 생활하느라 일 년에 몇 번 얼굴 마주하기가 힘들다. 집 떠나 객지생활 하면서도 부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니 너무 내외하는 듯하여 때론 서운하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돈이 아쉬워 전화하기도 하고 보내준 돈이 고마워 인사치레라도 한다고 목소리를 들었건만 이제는 자기들이 돈 벌고 쓰느라 뭐 하나 아쉬울 게 없으니 목소리 듣기도 힘든 시절이다.


객지생활 첫 해엔 잘 지내는지, 잘 먹고 다니는지 궁금해서 하루 몇 번 문자라도 했건만 어느 순간부터는 문자 한 번 보내면 그 답이 내게 오기까지 족히 일주일은 걸렸다. 미국 여행을 가도 넉넉히 하루면 충분한데 이놈의 메신저는 도착하는 시간이 어찌 그리 늦는지 알다가도 모른다. 꼭 제 속을 들여다봐도 아직 그 아이의 마음 깊이를 모르겠다. 바쁜 건 아는데 엄마의 문자가 그건 필시 그리 반갑지 않은 인사인지도 모른다 아들 녀석에게는.


여러 달이 지나면서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저 잘 지내겠지 막연한 편안함이 내게도 스며들었다. 애써 담담한 척 무심한 척 그래도 잘 살거니 하고 산다. 그러다 어버이날을 맞거나 휴가를 맞거나 명절을 맞으면 집에 내려오는 날이 있는데 그것도 마음 좋게 생각하면 반갑다. 아직 여기 부모집을 들르는 자기 친구가 있으니 그 친구도 볼 겸 부모도 볼 겸 내려온다. 친구가 있으니 부모를 보러 오는구나 넉넉한 마음을 품고 산다. 그리 생각하니 오히려 덤이다.


올 추석엔 조금 일찍 내려온다고 했다. 그러고는 뒤끝을 흐리길래 연휴 기간 중 여행이라도 갈 참이구나 여기고 있었다. 집에 와서 얼굴을 보고 물어봐야 정확한 답을 들을 것 같았다. 문자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답을 들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차를 갖고 내려오는지 버스를 타고 오는지 기차를 타고 오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에 대해 아는 건 별 없다.


어제 늦게 집에 도착한다고 문자가 왔다. 그것도 내가 보낸 물음에 대한 답이다. 예정 도착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다. 오고 있는지 내렸는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애가 타는 건 나뿐이다.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삐리릭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제 형이 더 반갑다고 안기는데도 무뚝뚝이다. 나는 두 팔 벌려 안아주고는 엉덩이 한 번 두들겨주고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갈비 뜯는 모습이 흐뭇하다.


몇 달 전부터 러닝을 하고 있는 내게 신발 하나 사 준다고 가잔다. 이럴 땐 얼른 나서야 하는 법이다. 요즘 유행이라는 신발을 사 준다. 그런 덕분에 나는 또 러닝 바지를 하나 골라 이것도 사 줘 했다. 미소를 띠면서 얼마든지 한다. 아들이 계산을 하고 내심 기분이 좋아 나서는데 잠바가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다. 할인해도 비싸서 못 사겠다고, 그러면 오늘 저녁 생각해 보고 낼 또 오자 했더니 그건 귀찮단다. 그럼 조금 더 생각해 보고 필요하면 엄마가 사 줄게, 했더니 가 보잔다. 여러 번을 입어보더니 결국 사겠다고 한다. 계산을 할 즈음 그래도 혹 아들이 계산하길 바라는 욕심을 내비치기도 그렇고 해서 눈치를 보니 자기가 낼 눈치는 아니다 싶어 선뜻 내가 계산을 하겠다고 했다.


아들한테 받기만 하다 거금을 주고 선물 하나 했다. 그랬더니 또 그 녀석이 추석 용돈 하라며 거금을 보낸다. 으아, 어쩌면 좋아 이 기분 좋음을! 오늘 하루 아들과의 짧은 데이트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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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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