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근속이 대수더냐

그래~ 이거라도 남았다

by 어린왕자



남들은 이십 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 모아둔 돈도 많고 좋은 복지 혜택도 받고 퇴직하면 퇴직금도 많고 연금도 받는다는데 나는 그 어느 것 하나 손에 쥐는 게 없다 생각해 보면.


"넌 퇴직금이라도 남지, 난 골병 밖에 남는 게 없어."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아닌 그저 어중간한 위치다.


개인이 뛰어야 하는 영업 같은 것이라 본사에 손 내밀 수 없고 그렇다고 너 회사를 위해 물심양면 수고했으니 성과급이라도 줄 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아파 병원을 가도 내 돈으로 구해야 한다.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본사는 내게 아무것도 도움 주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 이십 년 넘게 일했느냐 묻는다면 당연 나를 위해서라 말하지만 나로 인해서 본사도 엄청난 도움을 받고 돈도 벌었을 텐데 그들은 내게 고맙다 말 한마디 없다. 20년을 넘게 일했어도 몇 만 원짜리 감사패 같은 것도 없다. 회원들이 그만두면 왜 그만두느냐 따져 물어야 하는 쬐질함만 남긴다.


이십 년을 일하면서 지금 내게 남은 건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골병이다. 매일 어깨가 뻐근하니 아프고 묵직하다. 비가 올라치면 어깨는 그때부터 쑤시고 견디기 힘들 만큼 통증이 밀려온다. 월말이면 다음 달 읽을 책을 나눠주기 위해 무거운 책보따리를 이고 지고 다녔다. 일을 시작하던 초창기엔 승용차가 없어 버스를 탔고 책이 많은 날은 택시를 잡아타야 했다. 택시비를 모았으면 아마 승용차 한 대는 사지 않았을까 싶다.


살기 위해 고통으로 몸부림쳤던 시기가 있었다. 몸이 힘들어 링거를 맞는 날도 허다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기 가졌고 입으로 넘어가는 음식은 별 없었고 그러다 보니 병원을 찾아 영양제를 맞는 날이 많았다. 오후엔 그 덕분으로 밤늦게까지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몸에 살이 없을 땐 나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관리 잘한다 좋은 말만 하지만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걱정부터 해 주었다. 어쩌랴, 아무리 먹어대도 붙어라 하는 살도 붙지 않고 돈도 붙지 않고 날개 달린 듯 날아가기 바빴는데 몸에 살이 붙고 나니 돈도 제법 붙었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더 많이 붙었다. 안정감이 돈다 해야 하나, 찬바람에도 끄떡없었고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었다. 지방도 쓸모가 분명 있다.


세월이 지나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아이들 학원비에 뒤치다꺼리 하느라 몸 성할 날 없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장성해 뒷바라지해야 하는 시기를 넘어서서 몸도 편하고 마음도 여유로운데 아이들이 없다 보니 몸 쓸 일도 줄어든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했는가. 그렇다고 넋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뭔가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나이다. 20년을 넘어 30년 차까지 해야 하는데. 비록 최저시급 정도 받는 수입이라 할지라도.


어디 가서 내놓고 자랑할 일일 만도 한데

어디 가서 내놓고 자랑할 곳도 없지만

나 20년 했어

그래 대단하다

나 스스로 위로해 본다

앞으로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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