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ㅡ구병모
아가씨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어 줄 입주 튜더를 찾는다기에 면접을 보러 갔다. 눈에 띄는 건물도 아니고 담장도 높아서 지나는 사람들도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그런 집에 왔다면 당신은 그곳에 면접을 보러 들어갈 수 있을까? 면접의 조건은 입이 무겁고 심지가 굳은 사십 세 이상의 여성이 첫 번째 조건이다. 뭔가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이대로 떠나기엔 그녀도 아쉽다.
어쩐지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가 인다.
책표지부터 의미심장하다. 갈라진 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얼굴 형체 같은 것. 그리고 반쯤 보일락 말락 하는 눈동자의 일부와 입술라인. 뭔가 섬뜩함이 들지 않는가 말이다.
구병모의 소설은 평이하지 않지만 실망시키지 않는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독특함과 색다름에 정확한 어휘의 뜻부터 찾아보았다.
切創 ㅡ칼이나 유리 조각 따위에 예리하게 베인 상처
강한 몰입을 요한다. 나는 그 강한 몰입을 거부할 수 없다.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인다.
타인의 상처를 읽어야 하는 아가씨, 그녀의 방에 있는 수많은 책은 어쩌면 그냥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라는 정도만 인식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정도의 아가씨는 책에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아가씨의 존재는 이 집에서 무엇일까.
초등 때 친구의 상처를 누르고 그때 이상한 경험을 한 후로 고등학교 때 자선 파티를 하던 중 보육원 초등 아이를 찾으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알게 된 그녀의 이상한 기운. 자신의 상처에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언은 그 능력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갈 곳 없는 아가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놓고 자신을 자해하면서 읽어보라 강요하기도 하고 집착하기도 하고 그러다 아가씨와 오언 사이에 피 튀기는 사건까지 있었다. 아가씨는 때려죽여도 너 만은 안 읽어, 강하게 뿌리친다. 너랑 안 자, 너랑 안 해, 따위로 싸운 줄 알았는데, 의외다.
자신을 읽히고자 애쓰는 오언, 자신의 집에 가둬놓고 있으면서 그것이 아가씨에 대한 사랑은 아닐 테고 절대로 그것만은 읽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아가씨.
입주 교사로 온 그녀는 남편이 오언으로부터 죽게 되었는데 복수를 위해 선생님을 자처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나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곳에 아무리 조건이 좋다 하더라도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기에 후반부를 읽으면서 추리소설 같다고 느꼈던 확신이 스멀스멀 깨어나고 있었다.
선생님의 과거를 회상하는 곳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아가씨는 입주 선생님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후반부로 갈수록 예기치 못한 결말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ㅡㅡ누군가를 읽는다는 것, 그건 보편적인 일은 아니다. 상처라는 것을 통해 누군가를 읽는다? 피부도 아닌 소지품도 아닌 매개가 상처다. ㅡㅡ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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