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소중한 건
꽃이름을 알고 있는 꽃도 예쁘고 모르고 있는 꽃도 모두가 예쁜 날들이다. 내가 그의 꽃이름을 알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들에게 눈길 주지 않아서 또한 미안하다. 그건 내 마음이 조금 여유롭다는 뜻. 그래서 주변의 것들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뜻. 이 세상에 피고 지는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가 나름대로 가장 가치 있는 존재인 것을.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모른다.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감사했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지금도 감사하다. 어른으로 커 가면서 예전처럼 늘 바라보고 사는 사이가 아니라도 부모 품을 떠나 혼자 사는 삶이 애닯프고 마음 쓰이지만 그럼에도 건강하게 지낼 거라 믿으며 엄마는 산다.
아들아,
밥은 잘 챙겨 먹니? 늘 하는 인사이지만 딱히 건강한 날을 보내라는 말 이외는 어떤 말이 필요할까.
이왕이면 몸에 좋은, 좀은 비싸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어라.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맛있다지만 그래도 너무 자극적인 것은 피하고 담백한 것들을 즐겨라. 담백한 삶이 온유하고 평화롭듯 음식도 담백한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해 줄 거라 믿는다. 바쁘다고 라면 많이 끓여 먹지 말고!
살면서, 어느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아낄 건 아끼고 쓸 땐 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 너무 돈돈 하다 보면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말에도 나가서 일한다는 널 보며 가슴 한편 찌릿한 마음도 들었지만 너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더구나. 다만 너무 돈에 매달려 얽매이지 마란 얘기를 하고 싶은 거란다.
동료와 만날 때도 기꺼이 돈 쓰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으면 하고 나서서 계산하진 않더라도 품앗이처럼 돌고 돌아 이어가는 만남을 계속하길 바라.
엄마는 살아보니, 젊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방식들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래도 지키며 살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식은땀 흘려가며 수업을 하고도 회비를 제때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때 네가 딱 잘라 말 못 하는 엄마에게 조언을 해 주었던 날, 엄마는 그때 네게 했던 말이 있었지. 사람은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너무 야박하게 하면 그때를 후회할 수도 있다고, 돈은 못 받아도 맘은 덜 아프지만 모진 말 하고 나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수 있다고.
엄마의 그 말이 젊은 너희들에겐 현실적이지 못하다 할 수 있지만 그래서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했지만 엄마는 그리 야박하게도 해 보았고 술술 물을 탄 듯 쉬이 넘어간 적도 있었어. 지나고 보면 덜 후회스럽고 자신에게 덜 미안했던 건 그리 야박하게 굴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그렇다고 엄마가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만약 그때 강압적으로 매몰차게 돈을 받아냈더라도 이만큼의 돈만 있었겠지.
건강하면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다는 게 엄마의 지론이야. 물론 돈, 좋지. 많으면 더 좋고. 왜 돈이 안 좋다고 하겠니? 그러나 너무 돈에 청춘을 걸면 그에 못지않게 해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거지. 후회하는 것도 그만큼 늘어날 수도 있고.
정답은 없어. 다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 네게 톡을 보낼 때 단비 오듯 가끔 연락을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건강한 삶 속에 투영되는 것이기에 행복한 삶이라 여겨.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렴.
사랑한다, 아들 ㅡㅡㅡㅡ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