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부적'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결과에 나쁜 영향을 줄 법한 행동을 가려서 한다.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기원과 소망의 마음가짐을 담아낸 것이 바로 '부적'이다. 액운을 막아주고 봄이 오길 바라며, 좋은 인연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상징과 기호의 방식으로 부적은 사람들의 생활 하나하나에 닿아있다. 문화와 세계관에 따라서 기원하는 구체적인 내용 자체는 달랐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부적은 문화와 시대를 초월한다. 원시인들은 암각화를 통해서 동물 그림을 그려 넣었고,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초월하고자 '앙크'를 만들었다. '초월적인 힘'을 빌려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는 이렇듯 낯선 것이 아니다. 부적에 반영되는 것들은 시대의 고민과 이슈들이었다. 원시인은 부족이 먹고살 수 있도록 수월한 사냥을 기원했고, 고대 이집트 인들은 평화 속에서 오직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현재 사람들이 '시험 합격'을 기원하면서 엿을 주고, 찹쌀떡을 나눠주고, 미역국을 기피하는 모든 행동들은 과거 사람들이 순탄한 사냥을 기원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부적은 결국 기원과 소망을 찾아 만드는 일이다. 시대에 따라 그 모양새는 변해왔고, 여전히 그 쓰임은 유효하다.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는 현실과 꿈의 구분을 위한 '토템'을 들고 다닌다. 토템은 그에게 세계의 규칙을 상기시켜 주는 도구였다. 또한, 꿈에서 배회하는 그가 현실로 돌아가게끔 만들어주는 부적이다. 이 작은 팽이 하나에 그는 삶의 의지를 담았다. 토템은 코브에게 남아있는 미련이자, 미래를 향해 나아갈 발판이 되어주는 물체다. 꿈속에서 토템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믿음을 통해 작동한다. 토템은 시간의 무게 속에서 표류하는 의식을 붙잡는 밧줄이다.
코브의 경우처럼, 사람들은 부적을 통해서 위안을 받고 막연하게나마 그 효능을 믿으면서 믿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알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을 붙잡는 것은 부적이었다. 때문에, 그것이 반드시 홰나무로 만든 누런 종이와 경면주사로 만든 붉은 물감으로 만들어지는 부적일 필요는 없다. 목숨을 지켜줬거나, 단번에 합격을 하게 해주었거나, 개개인마다 그 모양새는 천차만별이다. 태국에 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상'이 될 수도, 일본에서는 그것이 '달마상'이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선물 받은 목걸이, 시계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부적은 의미를 더한다. 몸을 정갈하게 하고 부정 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부적 제작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때도 있다. 어떤 형태이든 의미는 동일하다.
증명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경험과 사유를 통해 증명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은 상상을 자극하고 상상은 믿음으로 고착화된다. 굳어진 믿음은 확인 가능한 증명을 요구하고, 눈에 보이는 증명으로 부적이 생기게 된다.
어떤 형태의 것이든 '믿음'은 존재한다. 절대적인 대상이 될 수도, 스스로일 수도,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믿음의 깊이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믿음 속에서 세상은 견고해진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믿으려 한다. 무언가를 믿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일상이고 생활이라 그런 것일까. 요즘 사람들에게 '핸드폰'은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이다. 경건하게 받아 들며 행여라도 부서질까 전전긍긍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핸드폰이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의식적인 부분까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부적의 역할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하지만, 믿음과 신뢰의 대상으로 핸드폰을 애착하고 있지 않던가. 마치 부적처럼.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인셉션', EBS 다큐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