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 보현사 맨발 걷기

여름날의 맨발 걷기

by 바람에 실린 편지

요즘 사람들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바쁜 일상 속에서 소통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혼자 걷기.” 하지만 그 순간, 오랜만에 안부가 궁금했던 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맨발 걷기, 안 할래?" 간단한 통화로 약속은 성사되었고, 10분 뒤 우리는 갈매천에서 보현사까지 걸을 준비를 마쳤다.


자외선 방지를 위해 얼굴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썼다. 간단한 물 한 병을 챙기고, 출발할 준비는 끝났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오리들이 졸졸 행진하고, 하늘 위에선 가끔 왜가리들의 자리옮김을 보게 된다. 그저 발을 내딛으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우리는 명절 준비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왔기에, 발걸음은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강렬했지만, 그 속에서 걷는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마스크와 작은 양산, 물수건으로 태양을 피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바람이 더욱 상쾌하게 다가왔다.


잠시 걷다 보니, 예전에 공사 중이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곧 마무리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 보니 맨발 걷기를 위한 멍석이 깔린 곳이 있었다. 의자가 놓여있고, 신발을 벗어둔 사람들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진흙 같은 흙을 밟으며 산길을 걸었다. 발바닥에 진통이 느껴졌지만, 그 고통을 넘어서면 찾아오는 발걸음의 가벼움을 알기에 참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의 아픔이 사라지고, 발끝에 전해지는 흙의 촉감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길 위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웃 주민들이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전망대 같은 쉼터가 나왔다.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 쉬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나눈 한 사람은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다. 젊은 시절 산악회 리더였던 그는 이제는 동네 헬스장에서 근력을 키우며, 맨발 걷기로 다리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얼굴에는 젊은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다시 신발을 벗어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길을 따라 되돌아오는 동안, 자연 속에서의 맨발 걷기는 마음을 비우는 소중한 시간임을 새삼 느꼈다. 때로는 이런 자연 속에서 발을 벗고 걷는 순간들이 우리를 다시금 사람들과 자연 속으로 연결해 준다. 마음과 마음이,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눈길을 끄는 보라색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그 열매는 '좀작살나무'라 불린다고 했다. 혼자보다는 어우러진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러다 발끝에 밟힌 작은 들꽃, 주걱개망초가 우리의 웃음을 자아냈다. 작은 보라색 꽃이 곳곳에 피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국적인 나팔꽃도 보였는데, 알고 보니 '미국나팔꽃'이었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니 산딸나무 열매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산딸나무 열매에 눈길을 돌리며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자연의 풍경들 속에서 걷는 우리는 어느새 마음도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이 걷기는 나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경험이었다.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잠시 멈춰 쉬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것. 사람들과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자연과 맨발 걷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금 마음을 열고 연결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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