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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Apr 14. 2024

좋아요 누르면 울리는, 공감인가요?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은 이 시대 새로운 "아브라카다브라" 같습니다. 이 익명의 집단적 주문이 빌고 있는 건 뭘까요? 나를 봐달라는 것이죠. 날 좀 알아달라, 날 좀 아달라, 나의 존재가치인식해달라.. SNS의 좋아요는 공감의 탈을 쓴 인정 욕구입니다.


공감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심퍼시(sympathy)이고 다른 하나는 엠퍼시(empathy)입니다. 본능적인 동정과 연민이 심퍼시라면, 엠퍼시는 의식적으로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입니다. 퍼시적 공감을 물리적 행동에 비유하자면 '타인의 신발을 신어 보는 (put oneself in someone's shoes)'입니다.


심퍼시는 즉각적이죠. 웃으면 따라 웃고 슬프면 함께 웁니다. 그에 비해 엠퍼시는 느립니다.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 맥락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짧고 빠를수록 미덕인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능력은 쓸데없이 비효율적입니다. 인스타그램은, 문자 그대로 인스턴트 하기 때문에 득세합니다.


글자수 140자 제한의 트위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턱없이 짧은 단문에 하고 싶은 이야길 담아내는 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미지와 쇼츠가 텍스트를 대체한 지 오랜 지금, 이젠 그마저도 위로 올리고 앞으로 감느라 시간이 아깝습니다. 솔직히 좋아요 누를 때 게시글을 얼마나 정독하나요? 하트를 보내면서 비하인드 사정을 얼마나 헤아리나요? 뭔갈 올리는 장본인조차 내용보다 노출 빈도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유통기한 하루짜리 '스토리'는 텔링이 아니라 셀링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좋아요'의 메시지는 '좋아요' 그 자체입니다. "알지? 나란 사람이 너란 사람을 신경 쓴단 거. 그걸 니가 확인하게 하기 위해 나도 확인을 하는 거야. 니가 뭘 올리든 그건 중요치 않아 내가 반응했단 사실이 중요하지. 그게 우리의 공감이야."


좀 더 솔직해져 볼까요? 우린 엠퍼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엠퍼시를 작동시키는 정신적 노력이 부담스러운 겁니다. 나 하나 살기도 팍팍한데 왜 남까지 이해해야 되죠? 우린 피곤하고 싶지 않습니다. 남의 사정에 관심 보였다가 괜히 곤란해질까 봐 딱한 상황은 웬만하면 사절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보고 싶지 않아. 복잡한 얘긴 듣고 싶지 않아. 이럴 때 좋아요는 편리한 면죄부가 되어줍니다. 버튼 누르는데 단 1초면 죄책감을 벗고 소속감을 얻습니다.


이 공감,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싸구려 인스턴트라고 폄하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얼굴 볼 일이 드문 (어쩌면 직접 보기가 두려운) 현대 사회에서 생존신고에 준하는 긴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 공유가 아니라 홍보와 영업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전혀 다르게 진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합니다. 하트 도장으로 얼마나 정체성을 확인받을 수 있을지. 클릭 몇 번으로 공감을 품앗이하며 정작 내 신발은 제대로 신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거나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는 건 아닙니다. 저 역시 답을 알지 못하고 답이란 게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고민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마치 메타인지 같다고 생각해요. 생선 말고 고기 낚는 법을 익히는 것 말예요. 엠퍼시적 공감 능력은 어쩌면, 더욱 심화되는 SNS와 알고리듬과 AI의 창궐에 맞서 주체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인류의 생존능력일지 모릅니다.


맥락을 읽어보려 합니다. 모든 맥락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적어도 노력을 해봅니다. 내 신발도 잘 지키면서 타인의 신발을 신어 보는 균형감각을 매 순간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그렇게 균형 잡힌 신발을 신고 당신의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습니다. 단 10초가 될지라도 머물러서, 좀 더 들여다보고 끄덕이는, 그런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고 싶습니다.


▶ 추천 도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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