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거면 충분해

by 우리의 결혼생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건네는 인사 하나에도 엄마의 마음은 분주하다. 학기 초, 입학 직후, 학교 축제, 학부모 상담 기간… 온갖 명분으로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이 더욱 궁금해진다. 요즘 우리 아이와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곁에 불편한 상황은 없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는지, 시험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쏟아지는 질문들을 놀이공원 풍선 가게에 붙들어 놓은 풍선처럼 속에 가득 담아두고, 끝내 “잘 다녀왔니?” 한마디로 시작하며 표정부터 살피는 것. 그것이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미주알고주알 풀어놓는다. 어디 구석에 쌓아둘 겨를도 없이 종달새처럼 지저귀다가, 어느 순간 멈칫하며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푸념을 늘어놓다 멈춰 서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충분히 들었어. 얘기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더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전부 얘기하지 않아도, 엄마는 멈춘 데까지만 알아도 충분해.”


그리고 나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설령 엄마에게 모르게 할 의도였다 할지라도, 엄마는 엄마의 역할만 하면 된다. 믿는 것, 그리고 지켜주는 것.


사춘기, 그리고 그다음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의 탐정 놀이는 아이의 행복을 훔치는 일이다. 그저 행복하면 된다. 내 사랑하는 아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무탈히 좋은 선택과 책임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는 인성으로 자라가기를 오늘도 내일도 바랄 뿐이다.


아이는 몰라서 실수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과 타인에게 한 사람으로서 신뢰받지 못할 때 실수하게 될 뿐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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