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치동 학원가, 잘 정돈된 계획표와 요약본, 홍보물 학교별 내신전략을 내세우며 새 학기에 학원가는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시기다.
기출문제 가이드는 순간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지양한다. 왜일까? 이런 도구들에 의존하다 보면, 자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의존형 습관’이 몸에 배기 때문이다.
도움은 어릴 때 받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은 스스로 해내고 성공시켜봐야 한다. 그래야 진짜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면서 새삼 놀란다. 고입을 앞두고 과학 분야 입상 경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한 아이는, 대학 학사와 석박사 논문을 독학하고 있다. 국내외 논문을 뒤적이며 자기만의 연구 주제를 찾아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내심 열정이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또 다른 아이는 대입을 준비하며 관심 분야 도서를 탐독하고,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고, 교수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내거나 유튜브 강의를 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학습을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 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대입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유명 학원을 불신하는 것도 아니며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이 스스로 해내는 지적 호기심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이미 성공이다라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의 주도적인 학습 경험은, 자기 학업 성장의 길에서 만나는 과반 이상의 순간들을 ‘성공의 기억’으로 저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훗날,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참 감사하다.
진짜 성장은 결국 스스로 해낸 경험에서 온다고 믿고 있다.
도전하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훈련하는 과정. 그릿을 키우고 성취의 습관을 만드는 일. 지적 호기심에 기반한 독서와 자기 주도적 시간관리. 이 모든 것이 십 대 후반, 성장 과도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사춘기 시기에 잊지못할 선물과도 같은 경험치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이 시기를 스스로 설정해 답을 구하는 학습을 의미 있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들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더 이상 “무엇을 공부하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대신 이렇게 묻고 싶다.
“너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쓸 생각이니?”
“그리고 그 학습의 주인은 누구인 것 같니?”
이 질문에 초점을 두게 하고 싶다.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춘기 자녀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는 법을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것.
그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이, 부모인 나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임을 오늘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