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맞이하는 시간
임신 8개월 후반, 배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몸은 서서히 변화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배가 단단히 뭉치기를 반복하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이제 아기가 나오려나 보다’ 싶어 병원을 찾아가면 돌아오는 의사 선생님의 답변은 언제나 같았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해요.”
나는 골반이 무겁게 내려와 금방이라도 아이가 빠질 것만 같은데 아직 아니라니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그 후로도 몇 주 동안 밤새 앓으며 지새운 날들이 이어졌다. 예정일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출산 2주 전부터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아기의 체중만큼 아랫배의 묵직함도 더해졌다.
나에게 이 모든 과정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진통의 강도가 점점 세져가는데도 ‘가진통’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픈 고통이 가짜일 수 있단 말인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낮에는 괜찮다가 밤만 되면 더욱 극심해지는 통증을 경험했다. 숨이 차고 속이 쓰린 복합적 고통 속에서 진통의 간격이 20분, 15분, 10분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야 진짜구나.’
첫 아이는 무통주사를 맞았지만 몸이 너무 부어서 회복이 더뎠다. 그래서 둘째부터는 무통분만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출산의 고통도 두렵지만, 진통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불안감이 더 컸다. 의사 선생님의 “오늘 낳자”는 한 마디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순간 아픔도 잊을 만큼 설레었다. 분만대기실로 이동하는 발걸음은 생애 가장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분만대기실에서 분만실로 옮겨지고, 분만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기억이 흐릿하다. 진통의 수치를 보여주는 숫자는 끝없이 올라가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애쓰는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아기를 내 가슴에 품을 수 있고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그 희망으로 새 힘이 났다. 지난날 가진통이라며 돌아가라 했던 의사 선생님이 얄밉기까지 했는데, 그 순간에는 은인이자 너무나 감사한 선생님이셨다. 진통과 분만을 겪어보니 그때의 가진통은 1%에 불과한 고통이었구나 싶었다. 가진통을 구별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세 번의 출산을 모두 순산하여서 너무도 감사하고, 오랜 고통보다는 경이로움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었다. 내 기억 속 하루면 족한 고통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출산의 감동도 차츰 지나갈 무렵,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바로 출산 후 체중관리였다.
임신 기간 중 매번 20kg 가까이 늘었고, 출산 후 20kg을 모두 감량하기를 세 번 반복했다. 체중감량의 기간은 출산 전의 다이어트와는 많이 달랐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에 부쳤고, 더딘 체중감량으로 심신이 지칠 즈음이면 맛있는 음식을 걱정 않고 먹으면서 지금의 식사는 아기에게 영양 좋은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줄지 않는 허리사이즈와 몸무게를 잠시 뒤로하고 내 등을 토닥였다. 출산 후 3개월부터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하면서 서서히 강도를 올렸다. 6개월이 지난 후로는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땀을 흘렸다. 현재는 결혼 전 체중보다 5kg 정도 늘었고 사실은 최근 들어 조금 더 늘었지만 적정무게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세 번을 반복하고 나니 나만의 체중관리 노하우가 생겼다. 한 가지는 바디슈트를 활용해 복부부터 하반신까지 타이트한 옷을 입고, 앉지 않고 걷는 운동으로 기초대사를 늘리며, 실내바이크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함께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수분 보충이다. 저염식 위주의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로 부기를 완화시켰다. 이렇게 출산 후 6개월 만에 20kg을 모두 감량할 수 있었다.
나에게 아름다움을 되돌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다. 미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적당한 체중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양육자의 심신건강은 육아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피곤하거나 아프면 정상적인 육아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엄마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린 신부에게 출산은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새 생명을 맞이하는 시간, 기다림은 길고도 짧았으며 아기를 열렬히 사랑하고 소망했던 순간들,,, 그리고 아기엄마이자 평범한 이십 대, 봄 햇살 같은 청춘으로 살아가려는 나름의 노력들이 눈앞에 스친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