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신부에게 사치는 아기용품
출산 선물로 뭐를 받을지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유모차라고 말하고 싶다. 옷이며 신발이며 장난감 등등의 선물은 너무 많이 들어오고 또 나 역시도 철 따라 가장 많이 구매하게 된다. 아기는 조금 크면서부터 동네 산책으로 세상구경을 시작하게 된다. 그럼 아기띠나 워머 그리고 유모차는 필수다. 매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필요할 뿐 아니라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사용하게 되니 튼튼하고 좋은 것을 아기엄마들은 꼭 사려고 한다. 하지만 외출을 하면 좋은 유모차는 눈에 얼마나 잘 들어오는지 명품 옷으로 두른 엄마보다 비싸고 좋은 유모차가 더 눈에 들어왔다. 나같이 명품에 관심도 없고 검소하던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스스로 좀 의아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엄마들이 왜 그토록 아기유모차를 소중하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그것은 단순한 아이용품이 아니었다. 아기와 엄마의 야외활동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 주며 생활적으로 필수품이자 아기의 안전지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시 나는 원래의 성격대로 가성비 좋고 실용적인 유모차를 구매했다. 아기는 오전 오후를 번갈아 가며 놀고 잠들기를 반복했고 유모차 덕분에 엄마인 나도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기와의 짧은 외출 중에 돌아다니는 유명 외국제품의 명품 유모차는 눈에 얼마나 콕 박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멀리서도 좋은 유모차는 더 확대되어 보이는 이유쯤은 모두가 알법한 일이다.
자신에게는 아끼면서 아기 용품은 최고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어린 엄마. 아이가 조금 크면 모든 가전제품이며 살림살이는 얼마나 금세 망가지는지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우리 같은 다둥이네는 누굴 물려줄 엄두도 못 낸다. 그러니 큰돈을 들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실용성을 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판단이었다. 그건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그렇다. 어쩌면 유모차에 대한 미련은 스물 다섯 새내기 엄마인 나에게 이루지 못한 로망인 부분이었다.
아이들의 인형놀이 못지않게 엄마의 미적 실력은 아기의 외출 패션을 보면 탄로 난다. 콘셉트에 맞고 색상에 맞춰 입는 것은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영유아 때는 엄마 취향이 고스란히 아기의 패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의상선택은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딸 가진 엄마의 특권이다. 얼마나 공들여 입혔으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 같은 사진도 여럿인데 엄마의 눈에는 전부 다 새롭다.
나는 어느새 이십 대 중반을 지나 삼십 대의 아름다움을 되찾았으며 7년간의 세 아이들 모두 수유기간은 끝나고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었다. 오래전에 아껴두던 옷들도 이쯤 되니 전부 맞았다. 아이들과 커플룩을 입고는 매주마다 소소한 외출이라도 할 때면 가족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 집 아이들은 간직하고 싶은 사진이 많은 편이다. 컴퓨터용 메모리팩을 따로 준비해서 보관할 정도로 많다.
쇼핑에 나서면 엄마인 내 옷보다 아이들 옷이 더 먼저 손이 가게 되고 결국 고른 내 물건들은 점점 손위에서 사리지고 모두 아이들 책이며 장난감, 옷으로 바뀌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이 다 똑같지만 자식에게 더 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나보다 더 소중한 보물 같은 귀한 아이들이다.
하루 중 나에게 사치란 하루 중 즐겁게 마시는 커피 한잔이면 족하다. 아무리 아이들 것이라도 충동적인 구매는 늘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사진만큼 좋은 명품도 없다. 모든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가치가 떨어지지만 추억이 깃든 사진은 점점 잊혀갈지라도 다시금 행복을 불러오고 갈수록 그 가치는 변함없이 더 선명해진다.
나는 행복으로 사치를 하고 싶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엄마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어린신부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명품은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모든 것, 사랑과 행복, 추억을 담아둔 사진들 이러한 것들의 감정은 여운이 참 길었다. 비싼 유아용품에 시간과 마음낭비 하지 말고 더 귀하고 값진 아이와의 추억, 사진과 교감들 이처럼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데 더 집중하고자 한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