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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

오늘의 결혼사춘기

by 우리의 결혼생활

인생에서 사춘기가 없을 수는 없나 보다. 나는 어린 시절 사춘기가 별다르지 않았다고 부모님은 늘 칭찬하셨다. 그러고 보니 주변의 눈치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때때로 투정을 부린 것 같은데, 부모님은 좋은 기억만 갖고 계신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사춘기는 인생에 한 번만 오는 걸까? 어린신부에게도 늦은 사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황하는 시기가 있었다.


몸무게는 출산 후에 당연히 빠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체중은 그대로인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조리원에서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20kg을 모두 감량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예전에 입던 옷들은 언제쯤에나 입어 볼 수 있을지. 수유실에서 스케줄 때마다 울리는 알람이 정신이 들게 했다.

조리원에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고 아기와 가정으로 복귀해서 적응하도록 돕는 시간인데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어린신부에게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쩐지 신생아를 잘 돌보고 다뤄야 하는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막연함이 두렵기까지 했다.


조리원에서 유축은 몇 ml가 나왔는지 적어야 했는데 시험 보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산모는 양도 많아서 부럽고 나만 우울한 건가 싶어서 위축되고 그랬다. 이런 걸로 경쟁을 하게 될 줄이야?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진땀이 났다. 지금 나이는 사춘기도 아닌데 왜 내 마음이 안절부절못하는 걸까 싶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남편에게 뭐라 말하기도 쉽지않았다.


산후조리를 마치고 3개월 정도부터는 땀이 흐를 정도로 실내바이크 운동을 했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한여름에도 보디슈트를 입고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마셨다. 체중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더니 6개월에는 정확히 임신 전의 무게였다. 체중관리가 되니 몸도 가볍고 마음도 한결 좋았다. 외모가 내 모습을 찾으니 마음도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내 모습이었던가?

하지만 임신의 기간만큼 탄력을 잃고 방황하는 처진 뱃살이나 훗배앓이는 상당 기간 감당하기 어려웠다. 좌욕과 반신욕으로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 서서히 회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이십 대, 여자로서 아름다운 나이고 여전히 어린신부라서 여느 또래들처럼 꾸미고 싶었던 시간이다. 이십 대 초반의 어린신부는 여전히 자신을 다듬고 배워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어린신부에게 찾아온 사춘기는 출산 후에 이름도 낯선 산후우울증이었다. 이름도 생소했던 이 말은 둘째를 낳고 나서야 내가 전에 경험한 일은 산후우울증이고 출산 후 기복이 생기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알았기 때문에 적당한 케어를 하면서 나를 돌보며 회복할 수 있었다. 시련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그렇게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내가 될 수 있었다.


좌충우돌이지만 어린신부의 어설픈 그 시절이 나에게 인생을 배우는 좋은 시간들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삶의 자세를 교정하고 차츰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사춘기가 아니라 오춘기가 온다고 해도 이제 나는 제법 경험치가 생겼으며 요동치 않는 안정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신부, 출산을 경험한 엄마라면 누구나 적정 회복기에 몸과 마음을 잘 다독여야 한다. 육아초보인 나에게는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체중감량의 묘약이 된 것 같다. 운동하면서 심신의 안정이 오게 되었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예전에 부모님이 내게 하신 말씀 중에 하셨던 “너는 사춘기가 없어서 별 탈 없이 순하게 컸다”는 말씀은 그저 칭찬이 아니었다. 자주 나에게 감정의 쓰나미가 오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지 제때 적당한 경험은 유익한 것 같다.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다는 것은 비상시에도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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