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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

회복의 여정

by 우리의 결혼생활

어린신부는 마른 체형이고 한국적인 외형이다. 단 한 번도 살찐 적이 없었다. 늘 저체중이거나 정상 범위에서 표준 키와 체중을 유지했다. 긴 생머리를 좋아하고 청바지에 흰 셔츠를 즐겨 입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다. 그 시절에는 당연히 살찔 이유가 전무했다. 예쁜 옷을 입어보는 게 좋았고 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고무줄 체중을 보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막달에는 물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뒤돌아서면 배고픈 먹덧에 빠져 20킬로그램이 증가하는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경신하고 말았다. 그랬던 내가 몸무게 70킬로그램이라니, 말문이 막혔다. 체중계의 계기판을 보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아기 무게만 정확히 빠지는 것을 보면서 내 몸무게가 이렇게 굳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생명의 신비와 출산의 기쁨도 잠시,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듯 불편한 진실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임신 초기에 유산의 경험이 있어서 초기에는 거의 누워 지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몸의 부종은 점점 심해졌고, 중기에 들어서서는 몸무게가 이미 많이 증가한 상태가 되었다. 출산 후에도 부종이 있어서 손발이 많이 붓고 체력도 좋지 않았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체중 감량에 좋은 역할을 했다. 특히 모유수유는 부종을 없애주며 산후 회복에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나는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입장이다.


운동을 서서히 시작했던 산후 백일 무렵부터는 실내자전거를 이용해 유산소 운동을 했고, 점점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6개월이 지나서부터는 임신 전의 무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것이 운동의 목표가 될 만큼 몸을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비하려 했다.


드. 디. 어

체중계가 정상적인 몸무게를 가리켰다. 50킬로그램, 임신 전 무게와 거의 같았다. 키 163센티미터에 몸무게 50킬로그램, 표준이었다. 그 뒤로도 똑같이 두 번을 모두 성공했다.


체력이 달려서 안 먹고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의도적으로 체중을 조금 증가시켰다. 현재 55킬로그램으로 적당하다. 몸의 회복뿐 아니라 면역적인 부분도 적절한 체중이 받쳐줘야 평안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당황스러웠던 공포의 무게는 더 이상 없다.


이제 출산 후 다이어트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생겼다.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한 몸으로 만드는 기술 말이다.


스트레스로 즐기는 야식은 제일 기피해야 하는데, 육퇴(육아 퇴근) 야식은 늘 달콤하다. 이런 보상을 위해 열심히 육아하는 날도 있었다. 불금을 핑계 삼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을 반겼다. 물론 이렇게 하다 보니 체중은 좀 늘었지만, 소소한 행복마저 없다면 너무 지쳤을 것 같다.


왜 그렇게도 늦은 밤에 하는 드라마는 재미가 있는지, 밤에 먹는 야식은 왜 이리도 맛있는지 모를 만큼 잠시 동안의 행복한 여유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기가 울기 직전까지만 허락된 보상이다. 뒤척거리며 울기라도 하면 모든 휴식은 그 시간부로 종료다. 그렇다 보니 먹는 둥 마는 둥 한 입 먹고 움직이기가 다반사지만, 그래도 하루의 노고를 보상받는 짧은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나를 위한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게 좋았다. 비스킷 하나와 커피 한 잔만 있어도 좋았던 잠깐의 시간이다.


살찔까 봐 늘 걱정하면서 조금만 먹는 소식은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내리는 훈련은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습관이다. 다이어트는 어느 시점에만 하는 게 아니라 평생 가는 습관처럼, 건강을 위한 하루의 일상이 되어야 길게 유지될 수 있다.


어느 날 과식을 하면 하루 이틀 내로 정상 범주로 다시 돌아오는 패턴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소확행을 누리더라도 그것이 건강을 해치는 범위까지 가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늘 맛있는 유혹은 내 곁에 있으니, 다이어트는 매일 매 순간 해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임신 기간 중에 불어나는 기막힌 체중 증가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그 공포가 엄습해 올까 하는 긴장을 늘 갖고 있다. 한 번 불어났던 몸은 그 체중을 기억이나 하는 듯이 쉽게 올라가는 체중은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출산 전에는 가볍게 유지되던 몸은 출산 후에는 탄력이나 근육량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쉽게 붓고 쉽게 살이 찌는 컨디션으로 몸의 변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예쁜 옷을 입고 날씬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관리하는 여성으로, 엄마로 살아보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후회하고 싶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고 기르느라 내 몸의 균형이 깨진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원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이어트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좋은 선택을 하든 잘못된 선택을 하든 책임이라는 상황이 반드시 있다. 임신부에게 체중 증가는 숙명과도 같고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산후 회복을 한 뒤부터는 고생한 내 몸에게 책임을 다해서 되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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