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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로키

by 우리의 결혼생활


“인형 키우세요?”

건너편 집 이웃 언니가 물었을 때,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마주 보이는 우리 두 집. 한 층에 나란히 붙어 사는 아파트인데, 그동안 강아지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키를 키운 지 벌써 몇 년.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우리 로키는 정말, 정말로 짖지 않는 개였다.


생각해 보면 로키가 집안에서 크게 짖은 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포메라니안이라면 으레 상상하게 되는 그 날카롭고 경쾌한 짖음, 낯선 사람만 지나가도 온 집안을 울릴 듯한 그 소리는 우리 집에 존재하지 않았다.


로키의 묵언수행은 그저 조용한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세상을 대하는 로키만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2킬로그램, 성인 손바닥 두 뼘 남짓한 작은 몸집. 그 안에 담긴 것은 요란한 존재감이 아니라, 고요한 존재감이었다.


하지만 로키도 목소리를 낸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은 너무나 선명해서, 지금도 떠올릴 수 있다.

생후 6~7개월, 1킬로그램의 소년이었던 로키가 처음 짖은 날. 자신보다 큰 포메라니안 인형을 선물 받았을 때였다. 로키는 그 인형을 여자친구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침입자라 여겼을까. 얼굴을 공격하고 꼬리를 물며, 으르렁거리고 멍멍 짖던 그 모습. 야생스러운 눈빛까지 곁들인 채 짧고 굵은 폭발을 보여주던 그날, 로키는 자신이 살아있는 생명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두 번째는 애견호텔에서였다.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나던 한겨울, 동네 형 누나들의 반려견들로 가득했던 그곳에서 로키는 달라져 있었다. 커진 동공, 날카로워진 신경. 낯선 공간과 낯선 냄새들 사이에서 로키는 멍멍 짖었다. ‘나는 인형이 아니야. 나도 여기 있어.’ 로키의 짖음은 그런 외침처럼 들렸다.


세 번째는 중성화 수술을 마친 날이었다. 목둘레에 씌워진 보호캡이 불편했던 걸까. 로키는 두어 번 멍멍 짖으며 머리를 홱홱 돌렸다. 마치 상모를 돌리듯, 자신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모습. 그 후 며칠간 캡을 착용했지만, 첫날의 짖음은 다시 들을 수 없었다.


로키의 짖음은 특별했다. AA배터리로 작동하는 완구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처럼 짧고 영롱했다. 보통의 강아지들이 짖으면 귀가 쩌렁쩌렁 울릴 텐데, 로키의 목소리는 작고 맑았다. 변성기가 없는 걸까. 두 살, 세 살, 네 살이 되어도 여전히 그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그 사랑스러운 멍멍 소리는 너무 희귀해서 녹음을 해두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녹음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로키는 도통 짖지 않았으니까.


가끔 로키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작은 생명은 무엇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까. 짖음이 아니라면 무엇으로……어쩌면 로키는 조용한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리 내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요란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인형인 듯, 아닌 듯. 로키는 그렇게 우리 곁에 있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작지만 사랑스럽게.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우리 집의 작은 기적처럼.​​​​​​​​​​​​​​​​


강아지의 짖는 소리는 기분과 감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로, 소리의 높낮이·강도·톤에 따라 기쁨, 불안, 짜증, 경계 등 다양한 감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짖는 소리로 알 수 있는 감정

기쁨·행복: 짧고 경쾌하며, 부드럽고 높은 톤의 짖음이 많습니다.

불안·두려움: 낮고 길게 낑낑거리거나 으르렁거리며, 목소리가 떨리고 힘이 없어 보입니다.

짜증·경계: 낮고 굵은 으르렁거림, 강하고 지속적인 짖음이 특징입니다.


감정 파악의 한계와 주의점

짖는 소리만으로 완벽히 감정 파악은 어렵고, 꼬리·귀·몸 움직임, 표정 등 신체 언어와 함께 관찰해야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각 강아지마다 평소 목소리와 표현 방식이 다르므로, 평소 습관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아지의 짖는 소리는 감정 파악의 중요한 단서이지만, 상황과 다른 신호도 함께 고려해야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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