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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06. 2023

[시] 홍삼


마흔 즈음에,


나는 아팠습니다


우선 마음이 죽을 듯이 아팠고,


기침도 나고 머리도 아팠습니다


냄새도 못 맡고 음식도 맛이 없었습니다




마흔 즈음에,


나는 세상이 흔들렸습니다


자꾸 몸은 안 되겠다며


모든 것을 놓으라고 했습니다


마음도 더 이상 안 되겠다며


모든 것을 놓으려고 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금산에서 갓 올라온 인삼을 찌고 말렸습니다


한 번을, 두 번을, 세 번을, ......., 아홉 번을,


찌고 말렸습니다




마흔 즈음에,


어머니의 홍삼을 달여먹었습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에 온갖 것을 쏟아부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어머니의 홍삼은 나를 살렸습니다




마흔 즈음에,


나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는


인삼을 아홉 번 찌고 말리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녀의 다짐은


꼭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마흔 즈음에,


꼭 그때에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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