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에,
나는 아팠습니다
우선 마음이 죽을 듯이 아팠고,
기침도 나고 머리도 아팠습니다
냄새도 못 맡고 음식도 맛이 없었습니다
마흔 즈음에,
나는 세상이 흔들렸습니다
자꾸 몸은 안 되겠다며
모든 것을 놓으라고 했습니다
마음도 더 이상 안 되겠다며
모든 것을 놓으려고 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금산에서 갓 올라온 인삼을 찌고 말렸습니다
한 번을, 두 번을, 세 번을, ......., 아홉 번을,
찌고 말렸습니다
마흔 즈음에,
어머니의 홍삼을 달여먹었습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에 온갖 것을 쏟아부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어머니의 홍삼은 나를 살렸습니다
마흔 즈음에,
나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는
인삼을 아홉 번 찌고 말리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녀의 다짐은
꼭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마흔 즈음에,
꼭 그때에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