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단추 같은 코가 되어
전선 같은 목이 되어
온 우주의 머리통이 되어
소행성으로 떠나는
우주비행사여
늘어진 白의 셔츠와
화석처럼 굳어진,
무릎 나온 꽃무늬 바지를
우주복 삼아
헝클어진 머리를 헬멧 삼아
쉰 목소리를 나침반 삼아
통통통 굴러가는
노후된 우주선이여
아이의
끈적한 코를 마시고
거친 숨소리를 삼키며
펄럭이는 기침을 들이켜
천체를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여
훈련받지 못한
자유의지라곤 갖지 못한
흑우주를 홀로 떠다니는
애달픈 女子의 감기
아이의 감기는
우주비행사의 것을
냠냠 먹어치우고
女子와 겹쳐 누운 男子는
밤새 떠돈 우주인보다
두터운 피로감에 젖어드는데
女子의 감기는,
우주에 참말로 있고
우주에 실지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