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저만치서 걸어온다
등에 잔뜩 이고 지고 있는 것들을 들어주러
그들에겐,
아가미가 있고 허파가 있어
연어처럼 고래처럼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는
해수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구하러
저만치서 느린 지느러미로 기어 온다
눈물로 파도가 치고 부서지며
갈등으로 조수간만의 차를 빚으며
나는 낱장의 섬섬옥수를 부여잡고
저만치서 오는 그들 위에,
책이 저만치서 다가온다
무슨 일 있느냐며
마치 점쟁이라는 듯
손에는 방울과 부채를 들고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려는 찰나
시절의 인연처럼
아주 극명하고 정확하게
생의 너울이 춤을 추고
가마득한 지평선이 저만치 가면
나는 낱장의 섬섬옥수를 가만히 안고
저만치서 오는 그들에게,
어느새 책은 이만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