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시 행렬을 보러 아침 일찍 간다 신사로 향한다. 흐릴 거라더니 볕만 잘 보인다. "오늘은 쉽지 않겠군"이라고 속으로 말하며 장소에 가까워진다.
동생한테 카톡이 온다. 어차피 인파에 치여서 답이 없으니 점심 먹기 전까지 따로 다니기로 한다. 9시 반 정도면 그래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사람들 심리가 다 비슷비슷하다 보니 벌써부터 인산인해다.
떨어진 체력에 기대치도 낮아진다. 거기에 날카로운 빛까지. 4월 말에 이미 큰 성공을 맛봐서 이전만큼 흥미가 많이 안 느껴지는 것도 내 발목을 잡는 데 한껏 거든다. 그렇게 오전 내내 아무 의미 없는 몇 번의 셔터 프레스. 그늘에 앉아 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몇 년 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사진 유튜버를 마주친다. 생각보다 체구가 왜소해서(나랑 비슷해서 놀랐다.) 긴가민가 했는데 그의 카메라를 보고 확정 짓는다. 말을 걸까 고민하지만 그의 시간을 존중한다.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는 두 눈알을 타인으로부터 본 게 얼마만인지. 자기가 최근에 사진 번아웃이 왔다고 고백하는 영상에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기록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도 다시 집 나간 정신을 되찾아 보려 노력한다.
중간 지점에서 동생을 만나 아키하바라 역으로 일단 피신한다. 여기도 인간 파도가 거친 건 매한가지지만 피할 공간은 제법 많다. 가격에 기대 안 하고 먹은 라멘이 여태 일본에서 먹었던 것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구름이 천장을 덮을 때까지 카페 지박령이 된다. 처음 마츠리를 경험한 그는 상당히 만족한 모양새다. 형이 추천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단다. 곧바로 좀 찍었냐는 질문이 되돌아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부끄러운 핑계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그것도 좋지만 그래도 계속해야지~”
머리를 순간적으로 팍! 때린다. “보편적이고 지루한 걸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 때가 있다.”라고 며칠 전에 수첩에 적어놓고, 100% 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라고 내가 이 친구한테 얘기했었는데 스스로가 그걸 못 지키고 있다니! 이런 모순적인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혼자였다면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갔을 테지. 덕분에 재무장 완료다. 4시 조금 넘어서 다시 신사로 가는데 아까와는 많은 게 다르다. 빛 컨디션 또한 완벽하다.
1시간 반 남짓 되는 시간 속에서 생동감 있는 사진들을 여럿 얻는다. 이전 컷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마지막 퍼즐조각에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 다시 눈이 트인 기분이다.
나의 미션은 끝났지만 동생의 미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같이 저녁을 먹고 다른 지역에 위치한 조그마한 재즈바에 들어선다. 기타를 치는 이 녀석은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잼 세션을 참여하는데, 오늘도 자리가 있었나 보다. 실력보다 분위기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 딱딱함은 없고 여유로운 텐션으로 가득하다. 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들과 온전히 일체가 되지는 못한다.
서너 곡을 뽐낸 그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까와 같은 상황에 역할만 정 반대다. 나도 도움을 줘야겠지?
“이래서 우리가 계속하는 거 아니겠니”
새벽부터 온다는 비는 이미 거리를 상당히 적셔놓고 있다. 옷가지를 무겁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산이 없어서 각자의 거처로 얼른 돌아가기로 한다.
일요일 밤 11시가 넘어서 타는 지하철은 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나 또한 조용히 깔린 그 기세에 같이 눌리는 듯하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생기, 혹은 긍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그러한 것에 대한 반항심리로 애써 얼굴의 밝기를 올려보지만 입술 안에 생긴 구내염은 이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