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잠. 8시 전에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 했는데 어제 운동 후유증으로 몸 곳곳이 근육통에 난리다. 다행히(?) 10시 전에 방에서 빠져나온다. 비 온다고 표시는 되어 있는데 아직인 듯. 1시간 정도 걸려 시모키타자와 역에 도착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늦게 온 게 다행인 듯하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대부분 11시가 넘어서야 문을 연다. 역을 기준으로 좌/우 나누어서 한 곳씩 둘러본다.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다. 이태원+홍대 느낌이 나는데 비좁은 도로를 통해 차량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니 통행이 상당히 불편하다. 구석진 골목들도 들어가서 구경한다. 소위 말하는 ‘지루한 사진’ 들을 찍기 시작한다. 누구는 죄다 똑같다고 하고, 또 누구는 전부 다 다르다고 한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나는 계속 줍는다. 점심으로 라멘을 먹을까 했는데 햄버거가 더 아른거려 선택을 바꾼다. 일본 오기 전에 했던 마지막 알바 급여가 어젯밤에 들어왔는데, 계산했던 것보다 많아서 점심 식대에 조금 더 보탠다. 2층 창가 쪽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의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데 내 눈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한 분에게 포커스가 맞춰진다. 나열하기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여긴 유독 외국인들이 많은 듯. 언제부터 이렇게 상권을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냥 ‘일본’ 느낌만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1시간 정도 더 돌아다니다가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근처 카페로 피신한다. 분위기와는 다르게 케이팝이 흘러나온다. 커피는 가격에 비해 약간은 실망스럽다.
후딱 다 들이키고 2km 떨어진 한 스팟으로 향한다.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한 작품이 위치해 있어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인적이 드물어진다. 뭔가 마음이 차분해짐을 넘어 스산해진다. 말 그대로 작품을 눈으로만 찍고 다시 돌아온다. 일부러 루트를 다르게 해서 왔는데 결과적으로 좋았다. 오늘의 베스트 컷을 이 과정에서 찍었기 때문이다. 참 사진은 알다가도 모르겠으며,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사실 이제는 운이 8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야간의 빛을 마저 보고 가려했는데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6시가 딱 되어서 지하철을 탄다. 생각 외로 열차 칸 내부는 여유롭다. 이런 것들에서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걸 보면 이곳 생활 자체는 참 잘 맞는가 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