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후 취직을 했다. 업무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어 '조경기능사'라는 자격증 시험을 봤다.
조경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체크하는 시험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식물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난 꽤 신경 쓰였다.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 두 번에 걸쳐 실시한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니 그리 어리숙하게 진행되지는 않고 합격율도 그리 높지 않았다. 실기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시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초적인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식물이라고는 소나무와 은행나무 정도 알던 때였으니 긴장하며 시험 봤다..
필기는 교재가 있었으니 그것을 공부하면 가능했다. 실기 시험은 조경 설계도를 그려야 해서 나이 든 사람들은 돋보기를 써야 하니 힘들다고들 했다. 그리고 나뭇잎을 10~20여 개 모아두면 이름을 써야 했고, 박석을 깔고, 수관주사도 줘야 하고... 어쩌든 여러 절차를 거처 취득하는 자격증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다.
들리는 소문으로 시험 보는 장소에서 식물 가지를 꺾어온다는 정보가 있어 미리 그곳에 가서 식물 이름을 익혔다. 측백나무 종류가 그리 많은 줄 그때 알았다. 학원에 적을 두고 있지 않아서 식물이름을 외우는 게 꽤 어려웠다. 그래도 손 닿은 곳에 있는 식물들의 이름은 많이 외워 자신 있게 시험에 임했는데 처음 보는 특이하게 생긴 잎이 하나 있었다. 높이 있어 미쳐 내가 보지도 못한 독특한 잎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나왔던 나뭇잎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데 이 특이한 나뭇잎만 생각난다. 대왕참나무잎이었다. 그 뒤로도 이 나무는 내 눈에 자주 띄지 않아 귀한 나무이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맥주통을 만드는 나무인 오크라고 한다.
숲 공부를 시작하면서 보니 참나무 종류는 정말 많았다. 도토리가 열리면 다 참나무라고 한다.
상수리,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를 주로 참나무 6형제라고 한다. 또 도토리가 열리는 가시나무로는 붉가시, 종가시, 참가시, 홍가시나무 등 종류가 많다 우리나라 산의 천이 과정에서 극상림에는 서어나무가 있지만 그 아래에는 참나무가 있다. 그 정도로 참나무는 산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이다.
그런데 이런 참나무가 도로나 공원에 요즘 많아지고 있다, 20여 년 전에 봤던 그 대왕참나무가 흔하게 보이는 나무가 됐다.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나라에 적응을 잘하고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요일 서울숲에 갔다가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가 같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흔하지 않은 루브라참나무는 물향기수목원 한쪽 길가에 쭉 심어져 장관이던 걸 본 적이 있다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는 고향이 같은 북미동부 원산이다
키가 20m가 넘으니 다 크면 늘씬한다. 참나무는 수명이 120여 년으로 그리 길지 않아 고목이 된 나무는 없다.
대왕참나무는 결각이 깊게 파여 王자 모양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각 끝에 핀 같은 털이 달려있어 pin오크라고도 한다. 커다란 키와 잎에 비해 열매가 너무 작아 폼이 없어 보인다
루브라참나무는 결각이 깊지 않고 열매도 일반 도토리보다는 크다. 심재가 붉어 레드오크라고 불린다.
커다란 잎이 달린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의 독특한 결각의 아름다움은 따라가지 못할것이다.
열매가 작은 대왕참나무와 큰 루브라 참나무
잎이 큰 루브라참나무. 결각이 심한 대왕참나무의 잎
대왕참나무하면 보통 1936년 올림픽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손기정 선수를 떠올린다. 히틀러에게 받았다는 월계수는 실제 유럽참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유럽참나무는 흔하지않아 어떻게 된 것인지현재는 손기정공원에 대왕참나무가 손기정 선수가 받은 나무라고 해서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해에도 강하고 낙엽이 아름다워 공원이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가고 있다. 특히 낙엽은 겨울 내내 떨어지지 않고 낙엽 진 상태로 달고 있다 다음 해 새 잎이 나오면 그때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