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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Mar 03. 2022

일관성

‘제가 끝내고 싶었어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홈런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한국인 선수에게 타석에 들어설 때 어떠한 마음가짐이었는지 물어본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운동선수를 포함해 예체능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며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부와 명예 또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선발 명단에 고정적으로 들지 못하고 부상당한 선수의 자리를 메꾸며 팀에 일조하던 김하성 선수에게, 이번 경기에도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야구 또한 경기가 마지막 9회로 향할수록 더욱 재밌어진다. 고로 당연히 8회에 동점인 상황이라면 경기장의 긴장감은 몇 배가 된다. 코로나로 인해 티브이로만 시청하던 관중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마스크 없이 관중석을 채운 채 자신의 이름을 연이어 외치는 그 상황은 올해 세계무대로 처음 진출한 김하성 선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순간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팬들의 성원에 응답하듯 홈런을 쳐낸 그 순간을 자신의 야구 일생에서 손꼽히는 순간이라고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선발 명단에 들지 못한다는 것은 곧 출전시간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운동선수에게 출전시간은 기량이 유지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신체의 리듬이 경기장의 분위기와 긴장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각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실전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로 경기에 투입될 때마다 뛰어난 기량을 보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몇 배의 연습을 해낸다는 것이다. 출중한 재능으로 세계적인 무대에 입성을 했지만, 재능꾼들이 즐비하는 곳에서 노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자국 사람이 아닌 동양인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더욱 희소하다.  


그렇다면 결과를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을 피나도록 남들보다 몇 배씩 하려면 어떤 마인드를 지녀야 하는 것일까? 바로 일관성(Consistency)이다. 꾸준히 일관되게 동일한 노력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 언젠가 주어질 기회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진정한 노력은 기대에서 벗어나 노력 자체를 즐기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남들에게 인정받는 자리에 올라서기를 좋아했고, 그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왔었다. 공부, 운동, 말하기 등 남에게서 우월감을 느끼기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주는 인정이 내게는 삶의 여러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남에게 인정받고자 삶을 살아가는 것은 풍성하지 못하고 한계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었고, 나이대도 다양했으며, 가치관도 달랐지만 한 가지 두드러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배우기를 누구보다 갈망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도 모르게 남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결국 내게 성공한 사람이란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앞으로 나의 목표를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에서 벗어나 명확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나도 그들처럼 배우기를 갈망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 


감사하게도 그 뒤로 끊임없이 배우다 보니 내가 우러러보는 사람들 각자의 내면의 모습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확고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그들의 외면 뒤에는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으름과의 싸움, 감정과의 싸움 등 어느 하나를 희생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말을 삶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포기했나 돌아보면, 내려놓기보단 티 나지 않게 바꾸려고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다시 김하성 선수의 감탄이 나오는 순간으로 돌아오자면, 세계적인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안정된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도전의 연속이다. 프로가 된 것만으로 이미 보장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은 오히려 그의 노력을 경히 여기는 것과 다른 것이 없다. 일관된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것 만으로 희열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영상에서 느껴져 마음속에 울림을 주었다. 미세한 차이지만 내 삶의 초점을 성공에서 꾸준함으로 옮기는 중이다. 결론을 논하기보다 매일의 과정을 결과로 여기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연속 속에서 끊임없는 동기를 주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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