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일 Sep 17. 2022

이기심과 이해심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물으면 고민을 하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이라고 외칠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을 나는 어려워한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겠다면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만일 이기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때면 나는 그것을 깨닫는 순간 깊은 좌절감에 빠졌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기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은 다르다. 사전에 따르면 둘 다 이익을 추구하지만 이기적인 것은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상황에 따라 이익을 얻는 대상이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주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남을 생각하지 않거나 피해를 주는 것까지 뜻이 확장되어 통용되고 있다. 


_

한 친구와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만나기로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3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2시 50분 즈음에 연락이 와서 자기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먹어서 너무 배가 고픈데 밥을 먹고 가면 안 되는지 물어본다. 그때 나는 말문이 막힌다. 약속시간 10분 전에 얘기를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밥을 먹고 온다는 것은 어떤 심보인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당황한 기색을 숨긴 채 좋게 얘기를 해본다. ‘이따가 같이 저녁 먹을 건데 조금만 참을 수 없을까?’ 그러자 그 친구가 답한다. ‘아 내가 지금 밥을 먹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어쩔 수 없이 먹고 오라고 하고 기다릴 생각에 카페에 앉아 곰곰이 고민을 해본다.


이걸 내가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인가?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은 할 수 있어도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게다가 내가 나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 친구인지라 한편으로는 그 친구에 대한 나의 마음이 우선이 되기 보다 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을 우선으로 두는 나 자신이 아쉬워 어떻게든 이해해 보고 싶기도 했다.


막상 만나고 나니 또 오랜만에 봐서인지 복잡했던 마음은 사그라들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고 그 친구와 전화를 하다 내가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평소에 나는 너를 남들보다 더 배려 하려고 하는데 친구는 그 배려가 느껴지는지 물어봤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어느 정도 생색을 내고 싶었던 나의 구차함이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내가 평소에 자기와 엄청 가까운 사이이고 또 건설적인 관계인 것을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순간들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배려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조금 충격이었다. 물론 내가 배려를 할 때마다 내가 이거 배려하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솔직하게 물어봤다. (이 친구 앞에서 나는 자존심이고 뭐고 없는 사람이다) 저번에 약속시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밥을 먹고 오면 안 되냐는 네 부탁에 내가 먹고 오라고 했던 경우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네가 밥을 같이 먹자고 해줬으면 했어.’ 


더 충격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늦게 연락해서 더 늦게 갈 것 같다고 연락하는 것도 모자라 내가 같이 먹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이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괘씸했다. 그렇지만 이 생각은 정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고 이어서 들었던 생각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내 입맛에 맞게 친구를 이해하려고 했고 그게 잘되지 않자 바로 이기적이라고 판단했다. 친구를 위하는 내 마음이 허상은 아니었지만 한없이 작았음을 알아 나는 움츠러들었다.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고 예상 밖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친구를 가까이하고 싶었던 걸까. 


곧바로 나는 친구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내 솔직한 마음을 다 털어놨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나도 당연히 내가 그날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았지. 근데 너여서 물어봤던 거야.’ 


그리고 내가 밥을 먹고 오라고 했을 때 고마운 마음도 당연히 들었고 배려를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친구가 원했던 반응과는 사뭇 달랐고 나와 마찬가지로 평소 내게 기대하던 모습이 있던 친구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내 모습에 배려 받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만큼 자존심이 없고, 누가 더 지질한지 대결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대화였다. 


_

나와 정말 친한 친구와의 예화를 든 것이지만 실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배움 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이 남들에게는 상식적이지 않을 수 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등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예와 절을 배우지만 그것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순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또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배려도 마찬가지다. 나는 배려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 배려라는 것은 관계마다 기준점이 다르고 서로가 선호하는 배려의 모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배려가 유일한 방식이자 내가 쉽게 행할 수 있는 자기과시의 표현 중 하나라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저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남을 나보다 부족하게 여기지 않고, 내가 상대방이 어떠한 모습으로 무슨 행동을 하든 어떻다고 판단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모습은 어쩌면 내가 이해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더 높이고 상대를 더 낮추고자 내가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나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이전 07화 교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