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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

by Seulgilawn



나는 바깥활동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있다. 첫째는 책 읽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 배부른 소리라 친한 지인들 외에는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워낙 집에서 책만 읽으려고 하는 탓에 1시간 동안 바깥에서 놀면 숙제나 해야 할 것들을 빼 줄 거라고 나가라고 애원한다. 나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계절을 느끼며 혼자 놀던지 여럿이서 놀던지 그냥 그때 그때 그들이 만들어 내는 놀이들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토요일 오전은 아이 둘 다 테니스 수업이 있다. 초등학생들 단체로 하는 수업이라 보기에도 참 즐겁다. 어제는 3월 1일 공휴일이라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오전오후 빈둥대다가 아이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아파트 탁구장에서 잠시 놀다가 아이들끼리 다이소에 가서 고양이 간식을 사 와서 주고 싶다 해서 허락을 했다. 신나서 간식을 사 오고는 집에 와서 바삐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을 찾는다. 친히 숟가락에 얹어서 주고 싶다고 한다. 나는 또 허락한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동네 길 고양이들 생사는 물론 누가 붙여줬는지 아이들이 지어줬는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의 각각의 이름과 근황, 어디 풀숲에서 지내는지와 심지어 족보까지(확인불가) 꿰고 있다. 신나게 단지 내를 돌아다니며 간식을 챙겨주고 또 이야깃거리들이 만들어져서 보고하느라 입이 바쁘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고 저녁을 먹을 시간즈음 갑자기 바다가 너무 가고 싶었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성인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아이들의 식사와 생활을 책임지어야 할 엄마가 끼니 상관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자고 앞장선다. 비 소식이 있었다 우산을 한 개 챙겨 나서자고 한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행동이 익숙하다. 당황해하면서 기쁜 듯 따라나선다. 저녁 8시쯤 조금은 조용해진 바닷가를 상상하며 나섰던 나는 아차 오늘 공휴일이구나 싶었다. 바닷가 근처 주차장은 거의 만차에 북적북적 관광지답다. 축축해지고 습한 날씨 탓인지 모래사장에는 사람들이 적다. 크록스를 신은 첫 째는 모래가 신발안에 들어갈까 봐 걱정이 되어 선뜻 모래사장까지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걱정 말라고 모래가 들어가면 양말까지 벗어서 털면 된다고, 엄마가 다 해결해 줄 테니 걱정 말고 어서 오라고 그렇게 우리 셋은 밤바다와 파도를 마음껏 느낀다. 물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조금만 날씨가 따뜻했다면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갔을 것이다. 그렇게 신나게 파도가 오고 가고를 쳐다보다가 깜깜한 먼바다의 주황불빛을 내는 고기잡이 배인지를 쳐다보며 서로가 무슨 물고기 배인지 늘어놓았다. 30분쯤 지났을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어라, 꽤 굵어진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신나게 놀라는 엄마의 말은 어쩜 이리 잘 듣는지 비 걱정은 나만 하고 있다. 비 맞으면 머리 빠진다는 레퍼토리는 전혀 통할 리 없다. 자기들은 머리숱이 많아서 나쁜 비 좀 맞아야 한다고 더 신나 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잘 놀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이 좀 멀게 느껴지고 집에 가서 한바탕 씻고, 빨리 자라는 실랑이를 한바탕 해야 했지만 너무 재밌었다는 아이들에 말에 나는 또 뭐 재밌는 일 없다 고민고민한다. 나의 생활이 즐겁고 매우 감사한다. 엄마가 더 고민해 볼게 조금 더 크기 전에 열심히 웃고 놀고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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