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호주의 내가 오늘 서울의 나에게. -1-
이른 새벽.
멜번에서 한 달 그리고 며칠의 시간을 보내는 사내가...
누구에게나 떠들듯.
그 자신감처럼,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잘 될 줄 알았다.
천성이 나태하고 게으른 걸 알기에 채찍질하는 매일을 보냈으면 했다만 역시나 천성이 나태하고 게으른 탓에 모아놓은 돈만 축내며 하루하루 사는 게 이미 오늘에 이르다.
상황이 이런지라 거짓된 자신감으로 나 자신에게 더욱이 또 더욱이 두꺼운 껍질을 씌우다 보니 어디서도 편치 않게 되었다. 자조적인 웃음이 얼굴에 퍼지며 미처 들지 못한 이미 늦은 잠을 원망한다.
젖어들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젖어들었다.
합리화, 정당화.
남을 설득시키는 것에 무지막지한 희열을 느낀다. 마지막 한 방울의 오르가슴보다 더 큰 희열을 겪었고 알기에, 느꼈기에, 끝내 자신을 굽힐 줄 모르다 그 버르장머리가 스물아홉, 서른을 앞둔 구석까지 몰려 이젠 자신에게도 합리화, 정당화를 들먹이며 의미 없는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2015년. 잔잔하게, 평평한 듯 완만하게 굴곡진.
당시에 느끼기엔 그보다 더 거셌고 울퉁불퉁했으며 급하게 경사진 듯 다가왔었다.
어머니는 평소 두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자 하셨다.
두 놈의 덩치는 여느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우람했도 머리 하나 더 높았다.
그 안에 참새가 쪼아놓은 이제 막 익기 시작한 땡감 마냥 물러터진 여린 정신과 마음이 있었고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우리 어머니는 겉모습만 금수같은 두 놈을 더 강하게 키우고자 하셨다.
2015년은 그런 해였다.
그런 어머니도 인정하신 힘든 해였다.
바닥치는 자존감은 잠들던 사내를 깨워 머리카락을 쥐 뜯게 만들고. 자신감? 자조적인 쓴웃음.
그런해였다.
부디 지금 느끼는 거세고 울퉁불퉁한 급하게 경사진 이순간이 돌아서 지긋이 바라봤을 때.
2018년 여기 이 사내가 2015년 조금은 여렸고 어렸던 그 때의 앳된 사내를 바라보듯.
2018년 5월 27일 새벽 2시 2분에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잔잔하고 평평하며 완만하게 굴곡졌던 것 이길 희망하며......
'18,05,27 새벽 2:11
315 Latrobe st.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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