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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Oct 26. 2024

10.29 잔향

2024년 10월, 참사 2주기에

여름내 지친 나뭇가지에

찬 바람 불고 불어

마른 나뭇잎 떼 지어

무심히 뒹구는 거리 풍경에

내 마음은 울컥 스산해지더라.


사라진 사람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차마 잊지 못할 사람들


힘없는 몸짓

희미한 잔향


남은 자들은 이 밤에

작은 촛불을 밝혀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자


하여도

하여도


시절이 수상하여

무력한 나는 마냥 어지러운 마음만 헤집고

못내 서글퍼하노라.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야 하니


그대,

우두커니 서 있지 말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지 말고

지친 마음 그러모아

다시 힘을 내어 살기를.



* 10.29 참사 -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왔던 수많은 군중은 부족한 경찰 통제 가운데 해밀턴호텔 옆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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