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달 살기 10월 25일 (2)
3. 부산시립박물관
추모공원에서 나온 나는 거기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산시립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공원 정문에서 나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박물관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박물관의 뒷문이라 처음에는 어두운 뒷문으로 들어가는 듯해서 이상했지만,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정문 쪽은 넓고 환했다.
부산시립박물관은 1978년 개관했으며,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 지역의 여러 역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상설 전시 유물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전시관에 진열되어 있다. 각종 디지털 설명은 유물과 역사적 사건과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박물관만 자세히 봐도 부산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박물관에는 특별전시도 열리고 있는데, 현재 특별전시는 ‘경부고속도로’이다.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이 되었다. 이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한국은 1일 생활권에 들어서게 된다. 서울에서 아침에 부산으로 갔다가 저녁에 서울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오늘날 교통수단은 더욱 발전되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데는 항공기로 30여 분 거리에 불과하고, KTX를 이용하면 2시간 반 정도면 된다.
4. 부산의 미래 교통
부산은 현재 교통에 관해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로 이어지는 낡은 통로에 불과하다.
부산은 이제 철로를 통해 유라시아 횡단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으로 잘 통과할 수만 있다면 부산에서 시작하는 철로는 런던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섬과 같은 대한민국에 그런 계획이 이뤄진다면, 교통과 여행에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차원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고, 해외 여행객들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부산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교통수단은 사실 일제강점기에 이미 가능했던 일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는 도쿄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부산부터 철로를 이용해서 베를린까지 갔던 것이다.
그러니 분단만 아니라면, 아니 분단되었다 해도 남북간에 평화적 교류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 번영을 원하기만 한다면 오늘날에도 부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부산은 또한 선박 항로를 통해 세게로 연결되고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쳐 세계 어디로든지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게다가 부산은 현재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김해공항이 서울의 김포공항에 비유될 때 새로 건설될 가덕도 공항은 인천공항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지 모른다.
교통에 관한 한 부산은 그러한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육상에서는 철로로, 하늘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통해, 해상에서는 부산 항구들을 통해 부산은 세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상대적이고 불균형적으로 서울만 과도하게 키우고 발전시키면서 한국에서는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은 현재 초고속 노화 현상과 젊은 세대 감소 현상을 동시에 겪고 있으므로, 부산의 미래를 무조건 밝게 보기는 어렵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현재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조만간 인천에 이어 3위 도시로 떨어질 것이다. 계획이 원대해도, 부산은 젊은이들을 서울에 빼앗기고 출산율까지 감소되면서 노인들만 과도하게 남아 활기를 잃은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각종 초고속 연결망으로 인해 지방의 인재와 자본은 자꾸만 서울로 빨려든다. 그것은 지방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서둘렀던 사람들에게는 역설적인 아픔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뻗은 교통망은 지방으로부터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혈관이 되고 있다. 그런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탐욕을 억누르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추진하려는 정치권과 엘리트층의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기획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어느 세월에 지역 간 균형발전을 제대로 추구하는 날이 올까.
누적된 피로에 시달리는 나는 유엔평화공원과 부산시립박물관에서 걷느라 지친 몸을 겨우 이끌고 나왔다. 서면으로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밀린 숙제를 하듯 밀린 일기를 적기로 마음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