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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과 고등어 축제

부산에서 한 달 살기 10월 29일 (3) 송도해수욕장의 고등어 축제

by memory 최호인

3. 송도해수욕장의 고등어 축제


감천문화마을에서 내려온 후 한참 걸었다.

진짜로 한참.


카카오맵에 나온 대로라면 감천문화마을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한 시간만 걸어가면 되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아마 카카오맵이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까지 계산한 것이 아니라 거리만 계산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짐작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처음에는 산을 깎아서 만든 내리막길이라 빨리 걷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감천문화마을에서 감천항까지 가다가 송도로 가려면 다시 언덕을 넘어야 했다. 중간에 두 번이나 행인에게 송도 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당연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것처럼 대답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감천항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가는 도로는 매우 긴 언덕이었고, 햇빛이 좋은 대낮인데도 인도에서 걸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중간에 다소 힘들어서 택시를 탈까 보았지만 빈 택시 찾기가 어려워서 포기했다.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느니 그냥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걷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겨우 언덕을 넘어서 송도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길을 통과했을 때, 갑자기 눈앞에 모래사장과 바다가 나타났다. 높은 건물이 있어서 몰랐는데, 건물 앞에 바로 모래사장이 나오는 것이었다.


바닷가에는 뜻밖에 많은 인파가 보였다. 미리 알고 간 것은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지난 금요일부터 송도 고등어축제가 사흘째 열리고 있었다. 아마도 예로부터 고등어가 많이 잡혀서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이곳이 왜 고등어로 특화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해변 물가에도 고등어를 상징하는 조각물이 보였다.


모래사장에 수많은 의자들이 있었고,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도착한 후 금세 그곳에서 댄스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모래사장 위 보도에서는 거대한 먹거리 시장이 열렸다. 돌로 만든 계단식 보도에서 엄청난 인파가 오가는 가운데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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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등어를 무척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먹거리 장터에는 고등어구이를 주된 음식으로 다양한 먹거리가 팔리고 있었는데 거의 모든 부스에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대단히 길었다. 음식을 받으면 앉아서 먹도록 매우 큰 천막이 있었지만, 그 안에도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상태였다.


고등어 튀김을 먹고 싶어도 줄이 너무 길어서 먹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먹기를 포기하고 모래사장으로 갔다. 댄스 경연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서 공연을 보고 나서 다시 먹거리 장터로 돌아오기로 했다. 무대 위에서 어린 학생부터 나이 든 60대 할머니까지 각종 팀이 차례로 나와서 춤을 추었다. 그들 모두 연습을 대단히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춤을 잘 추었다. 아마 열 팀 정도 나온 듯했고 공연 시간도 오래 걸렸다. 참여한 팀당 댄스 시간만 해도 3~4분은 되었고, 진행자의 소개와 인터뷰도 있었으며, 팀이 바뀔 때마다 무대에서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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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경연대회가 끝난 후 나는 다시 고등어를 먹을 생각을 했다. 고등어 축제라고 하니, 고등어를 필히 먹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먹거리 장터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등어구이라고 부르지만, 거의 끓는 기름 속에 담가서 고등어를 튀기는 것이었다. 너무나 주문이 많았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지쳐 보였다.


오후 내내 뜨거운 기름 앞에서 끝없이 고등어를 튀겨야 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축제가 아니라 고역이고 인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행복해야 할 텐데, 이 동네 중년 여성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 위에 적힌 참여 단체 이름들을 볼 때, 필경 무보수 자원봉사이거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일 터인데, 그들 각자가 이런 고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긴 행렬이 있는 부스들을 지나서 결국 나는 그나마 줄이 짧은 곳에 섰다. 한 남성 진행 요원이 일을 돕는답시고 줄을 선 사람들로부터 먼저 주문을 받고 돈도 받았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밥도 반찬도 없는 고등어구이를 종이 접시에 받아 들었다. 가격은 7000원.


접시를 들고 어디에 앉아야 하나 찾았지만 앉을 곳이 없었다. 나는 도떼기시장 같은 곳에서 갈 길을 잃었다. 천막 안으로 가보았지만 앉을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행인들이 오가는 보도에서 모래사장으로 난 계단에 앉은 채 나는 다소 처량한 모습으로 고등어를 먹기 시작했다. 밥도 반찬도 없이 기름에 튀긴 고등어만 먹느라고 느끼했지만 꾸역꾸역 씹어 삼켰다. 다행히 가방에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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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와서 결국 해수욕장 다섯 곳을 모두 방문했다.

해운대, 광안리, 송정, 다대포, 그리고 송도.


이 해수욕장들은 부산을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하는 보물과 같다.

부산은 산과 바다와 지리적 위치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진 축복받은 도시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노인들은 늘어나면서 흔히 속칭 '노인과 바다'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잘만 하면 부산은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부산의 해수욕장은 주로 일자로 길게 뻗은 모양이 아니라 항아리처럼 움푹 파여서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송도해수욕장 역시 해운대, 광안리, 송정과 마찬가지로 마치 그릇 모양처럼 아담하게 바다가 안으로 파인 곳이다. 다대포해수욕장만 일자 모양으로 길다! 해수욕장에 있는 모래사장은 안으로 잔뜩 휘어져 있어서 아늑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송도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이라 교통이 불편한 편이다. 해변의 크기도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작고, 그런 만큼 상가도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발달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나마 축제가 있어서 인파가 몰려든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송도해수욕장과 상가는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송도 앞바다에는 해상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송도 앞바다 위를 가로질러 다니는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암남공원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운행되며 길이가 1.62킬로미터나 된다.


친구 Y도 나에게 타보기를 권했던 케이블카이다. 그는 암남공원에서 시작하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기도 하지만, 원래 그런 것을 크게 즐기지도 않는다. 어릴 때라면 기꺼이 모험을 즐기곤 했지만,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는 곳에서 사고가 나면 대책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위험을 예방하려는 ‘리스크 기피’ 형 인간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케이블카를 위한 주탑이 서 있고, 해상에는 케이블카들이 줄지어 다니고 있어서 그나마 심심하지 않아 보이는 전경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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