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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를 어떻게 볼까

부산에서 한 달 살기 11월 1일 수 맑음 (2-1)

by memory 최호인

1. 불꽃축제를 기다리며


오는 토요일 밤에 광안리 해변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뉴욕에서도 좀처럼 보러 가지 않는 불꽃놀이를 부산에 여행 온 김에 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재 기상 예보로는 토요일에 온종일 비가 올 듯하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행사는 항상 날씨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뉴욕에서는 해마다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불꽃축제가 열린다. 주로 맨해튼 서쪽에 있는 허드슨강이나 동쪽에 있는 이스트리버에서 축포를 쏘아 올린다. 독립기념일 밤이라서 미국의 유명 TV 방송사(주로 NBC)가 생방송을 할 만큼 매우 유명하다. 뉴욕에서는 1976년부터 메이시스백화점이 주관하는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이날 밤에는 뉴욕 뿐 아니라 워싱턴 DC 등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모두 불꽃놀이를 하고 음악회 등 여러 행사가 함께 벌어져서 온 국민이 독립일을 기념한다. 불꽃축제를 이렇게 나라의 독립기념일에 맞춰서 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불꽃놀이를 단순히 소비적이고 유흥적인 볼거리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과 단결심까지 함께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8.15 광복절을 불꽃축제일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독립과 해방 기념 불꽃축제일!

한여름이라 밤이 늦어도 춥지 않고 어린아이들도 방학 중이라 참여하기 쉽고 온 국민이 광복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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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나는 수십 년 전에 딱 한 번 맨해튼에서 이 불꽃놀이를 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몰린 인파로 인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강가에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맨해튼 고층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스트릿 거리는 인도를 빼면 자동차 네 대 또는 여섯 대 정도가 통과할 수 있는 넓이다. 불꽃축제를 즐기려고 백만 명 정도가 몰려들면 강가 도로에 접근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파를 뚫고 가기를 포기한 나는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층건물 사이로 불꽃놀이의 일부만 겨우 보았던 적이 있다. 네 개의 폭죽이 터지면 한 개만 겨우 볼 수 있는 처량한 상황이었다. 그 후로 다시는 불꽃놀이 현장에는 가지 않고 가끔 TV로만 시청한다. 그런데 부산에 와서 다시 한번 열정을 가지고 불꽃놀이를 직관하려고 했는데,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실패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서울과 부산과 뉴욕의 불꽃놀이를 잠시 조사해 보니, 규모로는 서울 불꽃축제가 가장 크다. 약 12만 발의 폭죽을 발사한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8만 발, 뉴욕에서는 5만 발 정도(2022년)다. 그런데 불꽃 자체의 크기는 부산 폭죽이 압도적으로 크다.


서울과 뉴욕은 주거지가 가까운 강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라 폭죽 폭발의 세기를 제한한다. 즉 폭약의 크기를 12인치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불꽃의 크기는 최대 400미터로 제한된다


그러나 부산은 광안리 바다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이라 폭약의 세기를 더 크게 해도 된다. 폭약의 크기는 직경 25인치까지 가능하고, 불꽃의 크기는 당연히 서울 불꽃의 두 배인 800미터까지 늘어날 수 있다.


광안리 해변은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모래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으로 광안대교가 지나간다. 해수욕장에서 전방에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교량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준다. 두 개의 주탑에서 강철 연결 줄이 늘어진 현수교는 특히 아름답다. 어두운 밤에는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보이는 긴 다리에 설치된 조명들이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뉴스를 보면, 광안리 불꽃축제에 백만 명 이상 모여들 것이라고 한다. 불꽃놀이를 내다볼 수 있는 해변의 카페 자리에는 무려 십만 원 내외 가격이 거론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모래사장에도 수많은 의자를 놓고 좌석 티켓을 팔고 있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니, 광안리 해변에 가지 않는다 해도 주변에 있는 산 위에서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주변 산들은 나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오로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광안리 해변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모래사장 앞 상가 도로까지 가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 전에 가야 할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날씨가 문제다.

아무래도 내 계획은 실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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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꽃놀이의 폐해


불꽃놀이에 관해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보태고 싶다.

보기에는 아름답다고 해도 나는 기본적으로 불꽃놀이를 반대한다.


불꽃이 터지면 어두운 밤하늘에 예쁜 물감을 펼쳐놓는 것 같아서 아주 잠깐 동안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엄청난 화약을 터뜨리는 것이다.


폭탄을 10만 발이나 공중에서 터뜨린다고 상상해 보라.

무엇보다 냄새가 고약하다.

폭탄 터진 냄새가 좋다고 느끼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할까.


나아가, 폭탄이 터짐으로써 여러 화학 물질이 공중에서 널리 확산되는 효과를 지닌다. 폭죽의 아름다운 색깔은 화학 물질에 따라 이렇게 나타난다. 리튬염은 분홍색, 나트륨염은 노란색 또는 주황색, 구리 및 바륨염은 녹색 또는 파란색, 칼슘 또는 스트론튬은 빨간색으로 나타낸다.


이 금속염들은 공중에서 완전히 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 등을 포함하는 에어로졸이 된다. 이를 직접적으로 흡입하거나 섭취하게 되면 심장 질환 및 다양한 암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죽의 파편이 강과 바다에 떨어져서 수중 생물과 식수 공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의 화학자들이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불꽃놀이가 벌어진 도시의 호수나 강에서 과염소산염 농도가 평균 기준치에서 최고 100여 배까지 초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시 평균치로 돌아가는 데 20일에서 80일까지 걸렸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지만, 최근에 발표된 조사 결과는 찾지 못했다.)


하여간 어찌 됐든 불꽃놀이는 결국 폭약을 공중에서 터뜨리는 것이다. 그 폭약에다 색깔을 나타내는 화학 물질을 섞었을 뿐이다. 그 폭약이 다만 우리들로부터 다소 먼 곳에서 터지는 것일 뿐이다. 나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탄이 떨어진다고 해서, 또 그 불꽃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해서, 폭탄이 터지는 것을 손뼉 치고 웃기만 하면서 즐길 일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가 지불한 세금이고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결과를 빚는다.


불꽃축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그런 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비용이 들고 폐해가 있다 해도 이미 불꽃축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행사를 원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위에 말한 대로, 불꽃축제는 8월 15일에 전국적으로 딱 한 번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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