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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l 12. 2024

방향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지 않아도 알려주는 올레처럼 인생도 그랬으면...


제주 올레의 첫인상으로 누군가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걷는 자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인생이 다채롭기에 얼마나 살만한지를 느끼게 하려는 듯 앞서 그 길을 걸어본 자들의 섬세한 안내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한 50미터를 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잘 가고 있다는 의미의 화살표를 보지 못한다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걷는 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적절한 간격으로 화살표가 갈 길의 방향을 알려 준다. 


문득, 우리가 걷는 인생길을 떠올린다. 내 뜻과 내 의지대로 살려고 들면 나의 인생길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로 여겨져서 때로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강렬한 열정으로 도전의 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든 걷다 보면 느끼는 한 가지가 있다. 내가 가려던 그 길에 누군가의 앞선 걸음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길도 어쩌면 가야 할 화살표가 이미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다만 시작하지 않았기에 방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제주 올레에는 누군가의 정성이 가득한 안내 화살표가 있지만 인생의 올레에는 길 끝에 도달해야 다음 길의 방향이 보이는 오묘한 안내시스템을 갖고 있을 뿐이다. 


내 삶에 방향이 있다고 믿으면 어둠 속에서도 한 걸음은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 그 한 걸음이 또 다른 걸음의 안내자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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