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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l 12. 2024

제 갈 길

안녕히 가세요. 저도 제 길을 가렵니다.


나는 첫 제주 올레 걷기로 20코스를 선택했다. 내 길의 시작은 김녕서포구이고 내 길의 끝은 해녀박물관이다. 같은 20코스를 걸어도 누군가는 나와 반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걷는 내내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걸었고, 반대 방향으로 20코스를 걷는 누군가는 주황색 화살표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의 길을 걷게 된다. 


살다 보면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들은 내 삶에서 그 사람과 함께할 것인지 혹은 그 사람을 떠날 것인지 무한대에 가까운 질문을 해왔던 것 같다. 걷는다는 것은 그저 흐르는 것인데 관계는 종종 우리에서 흘러감을 깨뜨리듯, 머무름을 권유할 때가 있다. 


너무 사랑해서,  너무 그리워서,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해서, 사랑해야 할 대상을 미워하느라, 상대의 어떠함과 무관하게 나의 열등감이 그를 시기 질투하느라, 너무 사랑해서 비뚤어진 사랑을 표현하느라. 우리는 흐르듯 지나야 할 때 고여서 아웅다웅하며 산다. 


내 삶에 있었던 숱한 만남들에 그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하며 그들에게 나의 갈 길을 나도 가겠다고 정겨운 인사를 건네며, 만남들을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 문득, 어느 동네 전봇대에 붙어 있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들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그리워했던 내 삶의 여러 인연들에게 늦은 인사를 마음으로 전해 본다.

"그래요, 안녕히 가세요. 저도 이만 제 길을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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