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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물가에 앉아 조각배를 떠나보내는 것

by 자유인

그대, 용서가 힘드신가요?


미워하는 마음보다 용서하지 못함이 더 큰 아픔인가요?


사랑을 의무로 배워서 사랑해야 할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을 때 검게 드리우는 죄책감의 늪에서 헤매시나요?


우리, 용서를 좀 너그럽게 정의해 봐요.


모든 상처와 앙금을 내려놓은 완벽한 용서만 용서라 믿었다간 큰코다칠지도 몰라요.


여시 같은 우리 맘이 잊었던 옛 것들을 휘휘 저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가라앉았던 마음 찌꺼기들이 다시 둥둥 떠올라

묵은 옛 일도 생생한 오늘이 되어 버려요.


완벽한 용서에 발목 잡히지 말기로 해요.


힘들게 다 오른 미끄럼틀의 끝에서 휘릭~ 미끄러져 내려오는 느낌

꿈에서도 아찔할 그 느낌, 너무 아쉽지 않나요?

완벽한 용서만 마음에 두면 이런 아쉬움이 반복될 수 있어요.


착한 그대 맘에 아쉬움이 지나면 후회가,

후회가 지나 슬픔과 죄책감이 고개를 들까 걱정이네요.


때 이른 용서면 어떻고

미숙한 용서면 또 어때요?


그대, 용서에 크게 의미 삼지 말기로 해요.

몹쓸 인간 너그러이 용서해낸 위대성을 여기서 뽐내지 말자고요.


용서라는 이름으로 물가에 앉아 떠나보낸 조각배를 생각해 봐요.

조각배에 뭐든 당신의 마음을 담아보세요.

때 이른 용서도, 미숙한 용서도 모두 용서랍니다.


그래요. 그렇게 흘러 보낼 수 있는 당신의 용기가 위대한 거예요.

물가에 앉아 조각배에 마음을 담는 당신의 정성이 위대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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