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20코스를 걸으며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이 있다면 '환한 웃음'이다.
나를 찍은 사진을 보며 눈코입 뜯어보며 사진을 평가하기에 그리 출중한 데 없는 외모다.
40대 중반에 이르니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군살이 쉽게 붙고 내가 정말 원하는 가장 예쁜 나로 돌아가는 것도 이미 기대할 수 없는 퇴화를 실감한다.
그런데 무심코 찍은 사진들을 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웃고 있는 환한 내가 보였다.
마냥 좋았던 거다.
당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귀한 선물을 하나 얻은 듯했다.
사는 게 팍팍하면 다시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 생각도 접어두고
복잡한 일도 접어두고
그저 걸음에 집중하며
생각에 잠기어 사유를 만끽하는 짧은 여행을
제주 올레에서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선물로 가슴에 채우고 왔다.
일상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일상을 대하는 내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제주 올레 20코스 18.6km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