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엄마는 깊은 T로 F와 만날 수 있어. 나빈이는 아직 어려서 T와 F가 어떻게 만나는지 잘 모르는 거야."
나빈이 말이 옳다. 40대 후반을 향하는 지금의 내가 되어서야, 엄마로 산지 15년이 지나서야 나도 더 깊게 생각하며 감정을 이해하게 된 것이지, 나 역시 우리 딸처럼 차가운 머리로 사는 것은 타고난 본성 같은 것이었다. 엄마로 살아가며 사랑을 하다 보니, 삶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덤덤히 넘다 보니, 이제야 좀 마음의 헤아림도 가능해졌다.
물론! 나의 말이 옳다는 것도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우연히 T로 살아가는 딸의 다이어리를 본 적이 있다. 자기 계획을 잘 세워서 지내나 싶었는데,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평소 엄마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의하라고 당부했던 말들이 간결한 메시지로 적혀 있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새길 것은 새기는 사춘기 극 T가 지금 딸의 모습이다. 새길 것은 새기다 보면, 더 깊어지리라. 그렇게 깊어지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남의 감정을 읽어 내고 이해하는 성숙한 T가 언젠가는 반드시 발현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