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인 Dec 12. 2024

T엄마가 F로 편지쓰자, T인 딸의 반응은?

반응 없음

며칠 전 딸에게 엄마로서의 사랑과 반성이 가득 담긴 편지를 막내 편으로 보냈다.

극한 T에 J 성향까지 가진 딸은 엄마의 편지를 받아 들고도 그저 자신의 계획된 일과를 보낸 듯했다.


"나빈아, 엄마가 오늘 아침에 보낸 편지를 읽어 봤니?"

"처음에 조금 읽다가 다른 일들을 하느라 아직 다 못 읽었어요."

간 밤에 나는 엄마로서 지대한 반성을 하며 딸의 마음에 미흡한 엄마이진 않았을지 미안한 마음을 사과하고 싶었고, 그 마음을 딸이 이해하고 엄마의 사랑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며칠이 지난 오늘, 아이들 학교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더니

백미러로 나빈이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귀여운 딸, 오늘은 어떻게 왔니?"

엄마를 보러 올 때면 언제나 용건이 분명한 따님이시다.

"오랜만이라서 왔어요."

이 정도의 표현은 나빈에게서 흔치 않은 인사다. 엄마식으로 해석하자면,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정도로 해석해도 되는 표현이다. 우리는 이틀 전에도 만났으니까.




내 옆자리에 앉은 딸에게 지난주에 주었던 편지 이야기를 다시 물어보았다.

"엄마가 지난번에 준 편지는 다 읽었어?"

"네."

"피드백이 없어?"

"엄마! 엄마가 준 편지를 온유 언니랑 현서 언니가 읽었는데 둘 다 눈물을 흘렸어요."

"그래? 너는?"

"저는 T인 엄마 딸이에요. 저도 T죠. 하하하"

"근데 엄마는 깊은 T로 F와 만날 수 있어. 나빈이는 아직 어려서 T와 F가 어떻게 만나는지 잘 모르는 거야."


나빈이 말이 옳다. 40대 후반을 향하는 지금의 내가 되어서야, 엄마로 산지 15년이 지나서야 나도 더 깊게 생각하며 감정을 이해하게 된 것이지, 나 역시 우리 딸처럼 차가운 머리로 사는 것은 타고난 본성 같은 것이었다. 엄마로 살아가며 사랑을 하다 보니, 삶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덤덤히 넘다 보니, 이제야 좀 마음의 헤아림도 가능해졌다.


물론! 나의 말이 옳다는 것도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우연히 T로 살아가는 딸의 다이어리를 본 적이 있다. 자기 계획을 잘 세워서 지내나 싶었는데,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평소 엄마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의하라고 당부했던 말들이 간결한 메시지로 적혀 있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새길 것은 새기는 사춘기 극 T가 지금 딸의 모습이다. 새길 것은 새기다 보면, 더 깊어지리라. 그렇게 깊어지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남의 감정을 읽어 내고 이해하는 성숙한 T가 언젠가는 반드시 발현되리라!


엄마의 반성문이 딸에게 어떻게 전해졌는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