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기 1. 나는 지독한 엄마인가?

1박 2일 제주도 50km를 걷자고 했으니

by 자유인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부쩍 몸과 마음의 키가 자라 아이들이 달라 보일 때가 있다.


첫째 딸을 보자 하니, 키가 훅 자라기 전에는 식욕이 늘어나면서 몸이 좀 찐다 싶다가도 어느새 키로 다 가 있었다. 둘째 아들은 팔과 다리만 자라나 싶게 앉아 있으면 여전히 초등생 같은데 일어서면 중2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성장을 위한 온 에너지가 제일 먼저 입으로 가 있는데 주로 말하는 데 써버려서 먹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몸이 자라는 만큼 아이들의 마음도 각자의 특색대로 표출되는 것 같다. 사리분별을 잘 따지는 첫째는 자기 특성 때문인지 관계로 혼란을 좀 경험하더니 이제는 눈감아주는 너그러움도 자기식대로 배워 평온을 찾은 듯하다. 요즘 한창 변성기를 지나는 둘째 아들은 내향적인 성격 탓인지 그다지 드러나는 특색은 없다. 그저 뙤약볕에도 농구를 하도 해서 목덜미가 까맣게 변했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이제 열 살인 막내는 요즘 내면의 폭풍 성장기를 보내는 것 같다. 나이차가 꽤 나는 누나와 형에게 지지 않으려고, 그들의 대화에서도 끝끝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겠기에 막내의 열정은 언제든 꽉 차오른 듯 보였다.


이런 세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첫째와 둘째를 생각하니 세끼를 엄마손으로 만든 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 같았다. 그렇게 열흘쯤을 보내다 보니, 막내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 아들아!! 넘칠 듯한 네 안의 에너지를 다 써보자!'

세 아이의 밥을 짓다가 묘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아름다운 제주도를 걸어보자.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아이들에게 우리들의 제주도 여행 일정을 알려주었다. 단, 렌터카 없이 이번에는 열심히 걸어보는 제주여행이라고.


우리 아이들의 특성을 이번에 알게 됐다. 사전에 상의를 하면 의견이 많다. 되는 이유, 안 되는 이유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취소 불가한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사후 통보를 하니, 긴 말이 없었다.

"그래요! 나름 기대되네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힘센 남편도 없이 셋이 함께 있으면 요란한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지라, 과연 이 아이들과 제주도를 걷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어 이틀 전부터 걱정이 마음에 한가득 차올랐다. 아이들의 에너지를 최대한 쓰게 하려면 나 역시 힘을 써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의 팽팽한 에너지에 지지 않고 리드해야 양육이 된다. 그 일은 일상에서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엄마니까, 이 생경한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분명 어떤 의미 있는 기억이 되리라 믿어보기로 했다.


KakaoTalk_20250814_142827801.jpg 강풀의 책 제목이자 첫째 딸아이가 캘리그래피를 했다며 학교서 가져와 수년 방문에 걸려있던 글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낯선 길을 가게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몸의 에너지를 모두 쓴 듯한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때 어떤 지혜로운 방법으로 대처해야 할지

무엇보다 사는 것과 걷는 것이 어떻게 닮아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이번 여행은 엄마와 세 자녀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전 10화우연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