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하지 않아요.

아이가 엄마에게 가르친 말!

by 자유인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교회에서 부활절을 기념하여 교인들에게 부활절 달걀을 나눠 주었다. 받아온 10개의 달걀을 보더니 10살 막내가 연초부터 벼르고 있던 옆 집 전도의 도구로 활용해야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 10개의 달걀은 동료 교수님들에게 나눠주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어요. 사랑의 예수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세요."라고 전도할 요랑이었다. 그런 나의 계획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아이가 옆 집 사람에게 어떻게 전도할 것인지 등하교를 하며 나에게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를 했던 터라 오늘에야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동할지 계획을 이야기하니 엄마로서 부활달걀 2개쯤은 양보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이는 엽서 한 장을 꺼내 오더니, 수도 없이 연습했던 한마디를 썼다.

"교회 다니시나요?"

말씀 한 구절을 함께 써 내려갔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그리고 카드가 완성되었다.

아직 글 쓰는 것이 서툰지 '었게'라고 쓰며 엄마의 핀잔을 받기도 했다.


KakaoTalk_20250420_141310759.jpg 시온이의 전도카드


종이봉투에 잘 넣어서 옆집 문 앞에 살며시 가져다 놓더니, 이제는 남은 달걀의 수를 세더니 8개가 남았으니 여덟 집을 돌며 모두 전하겠다고 했다. 옆집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종종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한 터라 아이는 자신을 '옆집 셋째 아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느라 잠시 분주한 사이, 아이는 벌써 8장의 카드를 만들고, 작은 종이백들을 모두 가져와서 하나씩 챙겨두었다. 엄마의 부활 달걀을 모두 자신이 사용하겠다는 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놓은 카드를 보니 그 노력이 가상하기도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모두 꺼내 놓은 종이백이 4개밖에 되지 않아서, 그럼 오늘은 네 집만 더 나눠 주는 것으로 아이와 상의를 마쳤다. 내가 또 집안 정리로 잠시 꾸물거리는 사이, 아이는 종이백 4개를 챙겨 들고서는

"엄마! 제가 천천히 어느 집에 줄지 생각하며 다녀올 테니 우리는 좀 있다 1층에서 만나요. 저 먼저 갈게요."

하고는 힘차게 나가버렸다.


이른 저녁을 먹고 같이 산책을 잠시 다녀올 계획이었다. 10분쯤 지나 1층에 나가보니 아이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현관을 나선 나를 보더니 힘차게 "엄마!"를 외치더니 옆구리를 파고들어 산책을 나섰다.


30분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시온이가 문 앞에 놓아두었던 종이백이 놓여 있었다. 그걸 본 아이는 "어! 이거 1층 집에 드린 건데... 여기에 있네요?"라며 가방을 잽싸게 낚아챘다.


나는 혹시나 아이가 거절당함에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온아, 혹시 실망스럽진 않고?" 걱정을 삼키며 편안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응수했다.

"아니요. 실망하지 않아요. 제가 아까 15층에 못 드리고 왔거든요. 거기 다녀올게요."

라며 즉시 다음 행동을 실행해 나갔다.


내게 전도가 쉽지 않은 것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비단 전도만 그렇지도 않다. 살아가면서 숱한 관계에서 거절을 두려워하며 망설일 때가 있었고, 실패가 두려워 멈춰 섰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싶다.


아이가 몇 개월 생각하며 마침내 실행한 오늘의 실천이 거절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될까 잠시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시온이는 엄마의 마음과 달리 씩씩하고 당차게 대처했다.


"실망하지 않아요!"

아이의 선명한 목소리가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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