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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Seoul, Soul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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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g Oct 24. 2024

아홉 번째 이야기

삶 쉼표 죽음

토드 아버지는 지병으로 당뇨가 있었고,

심장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에 걸려,

바이러스가 폐렴으로 전이되고,

원래 지병으로 있던 심장 기능도 떨어지고,

신장과 간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병원에 꽤 오래 입원해 있었다.


병세가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가족들도 원해서,

홈케어에 필요한 장비들을 제공받아,

집으로 왔다.


그의 병세가 나날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악화되지는 않은,

상태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열이 심하게 올랐고,

응급실로 갔다.

패혈증이었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는 대만계 미국인 2세로,

조상들 덕분으로,

평생 호사를 누리며 살았고,

자녀도 셋이나 낳았다.


지병과

코로나

각종 질병으로

말년에, 쓸쓸하게 병원에 홀로 있기도 했지만,

80 평생을

그는 가정 적으로도,

지역 사회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현정은 엘레나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을 치른

며칠 후,  

토드 엄마는 ‘stroke’로  쓰러졌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왔다.  


그녀는 평생, 배우자와 함께 했지만,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고,

코로나 기간이라,

만나지도 못했으며,


그가 입원한 후,

매일매일이 응급상황 대기라,

하루도 밤에 편히 자본 적이 없었다.


이미, 그녀는 심신이 많이 나약해진 상태였다.


남편이 퇴원하고 집에 왔지만,

완전히 회복이 되어 온 상태는 아니어서,

그가  오래 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회복이 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는 회복되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그녀는 마음도 힘든 데다,

몸도 불편해져서,

히스테리가 더 심해졌다.


토드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간과 신장에  병이 생긴 걸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할 마음도,

술을 끊을 마음도,

몸을 돌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다, 엘레나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  

현정에게 다시 잘해보고 싶다고 말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러고 싶지 않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일까?


토드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할 수 없다는 절망과, 포기,

그리고 무기력에 빠졌다.


토드는 그동안 후회 하지 않으며 살았다.

늘 현재를 즐겼고,

현재만 있었으며,

그의 미래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매일매일,

후회한다.


그때로,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릴 수 있다면,


다 가졌었지만,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추구하느라,

정작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가는 것에 대한 후회이다.


그래서 현재는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차고,

미래는 다시 또 후회로 덮어질 테니,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다.


질병의 고통이 찾아오면,

술을 더 마셨고,

더 많은 약들을 찾아,

흡입하고 꽂고 마셨다.  

그리고 그의 그 옆에는,

케서린이 있다.


그에게 육체적인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여인.

사랑이었다고 착각했던 여인.

달콤한

악마의 유혹 같은 여인.


그렇게 토드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현정은, 미국에 있는 동안

정말 시간이 없고,

관심도 없어서 보지 않았던,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미드던,

K-drama 던

드라마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이 많아 서도 아니고,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뭐라도 틀어 놓고,

움직이는 화면,

들리는 소리라도 만드는 것이다.


친구도 없다.

명우도 떠났고.


취미도 없다.

이제 산에 가서 달리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새 친구를 만드는 것도 싫고,

취미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싫다.


우울증이 다시 재발한 것은 아니지만,

삶이 갑자기 한 순간 정지된 것 같다.


사실 여러 드라마를 본 것 이 아니라,

어느 드라마 하나를 여러 번 봤다.


그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여자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도,

너는

나이가 많거나,

이혼했거나,

아이가 있는 건 아니니까.

다시 만나,

만나도 돼

라고 감정이입까지 하며 봤다.


그러다,

수업을 마치고, 논문 준비 하려고 할 때,

출산을 해서 미루었던 박사 논문을 시작했다.  

학위를 받아서,

무엇을 해보려고 하는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했던 일이니,

마무리를 하고 싶었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경력 없이 보내다,

나중에 엘레나가 크고 나서,  

뭐라도 하려고 할 때는,

회사에서 써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이다.


그렇다고, 서두르지 않고,

일단 언제가 되든 학위를 따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현정의 성격상 그게 안돼,

엘레나가 자는 밤에 밤을 새워가며,

쓴 결과,

시작한 지 2년 만에, 논문을 마치고,

2022년 5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도, 입학하고 졸업까지 하는데,

7년이 걸렸다.


세상도,

세계도,  

코로나의 위험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지만,

조금씩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백신도 개발되면서, 백신도 맞기 시작했다.


2022년, 여름,

지숙도 오랜만에 미국에 방문해,

여름을 함께 보내고,

가을에 엘레나가 ‘kindergarten’  

입학할 때도 함께 있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kindergarten’부터

5학년까지 있고, 6학년까지 초등학교인 학교도 있다.

5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있는

’kindergarten’에

입학하고,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간단한 졸업식을 하고,

그 다음해 같은 학교 1학년으로 진급한다.  


엘레나가 벌써 5살이 되고,

‘Kindergharden’에 입학한 것이다.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

세월이라는 것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다고,

현정은 새삼 또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지숙은

딸이 이혼 후

처음 만나는 전 사위였다.


손녀딸의 입학식장에서.


처음부터 딸의 연애를 알고 있었다면,

결혼은

생각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었었다.


사위는,

친절했고,

배려가 많았으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꽤 좋은 조건을 가졌었다.


하지만,

딸과

비슷한 결을 가진

사위는 아니었다.


성향이  꼭 맞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숙의 눈에

딸과 사위는

서로 맞혀주는 것이 많아 보였다.


좋은 모습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또 서로에게 맞추어주는 것은,

배려고

사랑이니까.


그런데,

둘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였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가 좀 끼는 옷인데,

입었을 때는 나빠 보이지 않아,

그래 입다 보면,

편안해지겠지.

살을 좀 빼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그런 옷처럼 보였다.

그리고,

입다 보니

편안하다고 착각도 하게 되는 그런 옷.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답답해져서,

옷장에 그냥 걸어 놓다가,

어느 날,

다시 한번 입어봤다가,

결국은 터져 버려서

못 입게 되는

그런 옷

처럼 보였다.


지숙은,

편안해질 거야

잘 맞춰질 거야

라고 바랬다.


둘이 그 정도도 서로 모르고

결혼까지 하기로

결정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지숙은 현정의 선택을 믿었다.


처음의 염려와 달리,

둘은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이쁜 딸도 낳고.


현정이 전화로,


엄마 토드랑 이혼하기로 했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그녀가 염려했던 일이

마치 예상하듯

실제로 일어나서,

지숙은 아무 생각도,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숙은 딸이  걱정 됐고,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

현정의 곁에 있어줘야 겠다는 마음에,

당장 비행기 표부터 끊었지만,


딸은

담담했고,

걱정하지 말라고,

상황이 정리되면

한국에 방문하겠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격리로 만나지 못했고,

엘레나의 유치원 입학 때

전 사위를 만났다.


그는 처음 봤을 때처럼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때와 달리,

모습은

어둡고,

고단해 보였다.


부모님 소식은 들었다.

어떻게 지내냐?

얼굴이 왜 그리 안됐어?

밥이라도 꼭 잘 챙겨 먹어.

그렇게


따스하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지숙은,

토드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어깨도 한번 토닥여 줬다.


내 자식도 귀하지만,

남의 자식도 귀하지 않던가.


이혼이라는 건

어째 됐건

양쪽 다

상처가 되는 것은 맞으니까.


그 해,

추수감사절이 얼마 안 남았을 때였다.


“Hello.”

“Hyunjung?”

”Yes.”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토드의 전 여자 친구였고,

그가 결혼한 상태에서는 그의 정부였고,

현재는 여자친구인 케서린이다.


네가 왜 나한테 전화를 해?’

라고 묻고 싶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있자,

그녀가 말한다.


“Hey. It’s me Catherine. I know, it is weird to call you, but I have to tell you something.”

“Ok, tell me what?”

“Todd passed away.”


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 남편의 여자 친구에게 듣게 되다니.


토드의 사망 사인은 심장 마비이다.

그날 밤  케서린은 그의 집에 없었고,

다음 날, 아침에 그의 집에 가 보니,  

그는 식탁 아래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얼마 동안 그가 그렇게 쓰러져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케서린은 즉시, ‘911’을 불렀지만,

그는 이미 사망한 지 6시간도

더 지난 상태였다고 한다.

최초 사망 목격자인 그녀는 여러 조사를 받았지만,

타살도 자살도 아닌 그의  사망 사인은 심장 마비이다.  


케서린은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몰라,

현정에게 연락했고,

현정이 전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알렸다.  


알리지 않았어도,

그날 밤,

지역 뉴스와 신문에 토드의 사망이

흥미롭게 나왔다.


 

부유한 이민자, 젊은 사업가이자 투자자.

그에 대한 루머 같은 하지만 사실은 모두 진실인,

알코올중독자

약 중독자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


 

토드의 형은 재빠르게 지역 언론사에 연락해,

더 이상 그의 이야기가

뉴스거리가 되지 않게 조치했고,

토드가 했던 여러 일들을  급작스럽게

처리하고 정리하느라,  

남동생을 잃은 애곡을 표현할 틈도 없이

이리저리 바쁘고,


그의 누나는 이 모든 상황의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어,

현정에게 쏟아 내고,


그의  엄마는

남편을 잃고,

막내아들까지 잃어,

정신이 더 나간 상태에서,

그 울화를 현정에게 미친 듯이 표출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이혼까지 했어야 해? 넌 뭐가 그렇게 잘나고 완벽해?”


그의 죽음이 현정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현정도 그가 그렇게 까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진 줄 몰랐고,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충격이다.


재철도,

어느 날 그렇게 갑자기 떠나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서 듣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소식을 들은 남은 가족들의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일까.


현정은 그의 엄마, 그의 누나가 그녀에게 쏟는

비난과, 분노를 받아냈다.


비난과 분노보다,

사랑하는 막내아들, 막내 남동생을 잃은

그들의 슬픔과 절망이,

얼마큼 깊고, 아픈지 아니까.


 

현정도 이혼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의 선택은

대화와 이해,

그리고 회복이었다.


하지만 둘이 대화하고 이해하기에는 바라보는 시선과,

서로의 삶에 대한 목적과 방향이 달랐다.


외향적인 그와 내향적인 그녀,

그 정도는 서로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성향이 다르니까.


사교적인 그와,

아웃사이더인 그녀.

처음에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아웃사이더인 그녀는,

그와 함께 사교 모임에 참석했고

사교적인 그는,

그녀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서로에게 그것은 맞추기 힘든 부분임을 알았다.

그것까지도 좋다.

부부가 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니까.

각자 선호 하는 대로 보내며 산다고 모두 다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정서적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그녀의 정신적 문제,  


그리고,  술과, 외도로 정서적 안정감을 찾으려 했던

그의 중독.


그래도 둘의 마음에,

회복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은 있었으나,

둘은 대화하지 못했고,

오해를 풀지 못했다.


각자가 가진 문제만도 버거웠기 때문에,

다른이 까지 포용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정은 아빠 엄마가 화목하고 사이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녀의 모든 어린 시절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재철이 너무 빨리 떠났지만,

그녀가 17살 때였고,

이미 그녀는 충분히 화목한 가정을 누렸다.  

지금도, 아빠와 엄마와 함께 했던,

따스하고 평화로웠던 일상들이,

어제처럼 느껴질 만큼,

그녀는 그것이 당연했고,

결혼했을 때 그녀의 가정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문화와 인종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성향은 인종이나 문화와는 별개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와는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서로 맞을 것이다,

맞추어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말고,

안 맞으니까 결혼 까지는 무리야

라고 했다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지 않았을까?


토드도 아빠 엄마, 형과 누나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화목한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엄하고 무섭기는 했지만,

엄마가 예민 하긴 했지만,

형이 너무 뛰어나고,

부잣집 딸로 태어난 누나는, 늘 철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이좋은 가족이었다.  

토드는 가정환경이 아니라,

그의 성향이 그런 것이었다.  

주목받는 것을 즐기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을 즐기고,

하루도 친구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또한,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 사이에서 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그의 재력, 외모, 사교성도 한몫했다.  

좀 더 나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그의 삶도 풍요롭고 아름답게 끝나지 않았을까?


현정은 토드와의 이혼을 후회한 적은 없다.

그때, 그렇게 그냥 살았어도,

또 언젠가는 같은 문제로 이혼했을 것이다.


다만, 그때 재철의 안색을 살피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듯이,

토드의 안색을 살피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전 남편과 무슨 사이라도 된다고,

안색까지 살피겠나 하겠지만,

엘레나를 만나기 위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

그녀의 딸의 아빠가 아니었던가.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파?

병원이라도 가봐.


그렇게 말했다면,

그가 병원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렇게 갑자기 죽지 않진 않았을까?

그에게 단 그 세 마디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매 순간 들었다.


토드의 사망 며칠 후,

변호사가 집으로 그의 유언장을 들고 왔다.  


토드의 모든 재산, 즉 현금, 주식, 집과 땅을 자녀,

엘레나에게 상속하며,

그녀가 18살 될 때까지 한 달에 얼마,

양육비로 지급되고,

법적 보호자인, 현정은,

엘레나가 18살 될 때까지,  

재산을 관리, 이용, 매매, 등 모두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자녀가 18살 이후에는,

남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 안 토드의 형과, 누나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다.


현정도 토드의 재산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혼할 때 이미  많이 받았고,

재산 싸움이 있을 거라 예상했으며,

토드의 가족들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


게다가 엘레나까지 나중에 재산이라는 것 때문에,

문제와 부담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  


이혼 후, 엘레나는 토드의 부모님과 함께 여행도

다니며 만났지만,

아주 어릴 때이고,

코로나 발병 후 에는 만남이 없었고,

게다가 토드의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지 않았는가.

그리고 토드의 누나는 동부에 살고 있고,

토드의 형은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워낙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토드가 그의 부모님과 제일 가까이, 시간을 많이

보내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막내아들이 죽었으니,

그 엄마가 현정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심정인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엘레나가

할머니 하면서,

그녀를 찾아갈 수는 없다.  


현정은 재산을 포기할 까도 생각했다.

어차피 그녀와 함께 번 돈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엘레나에게 상속되고,

현정이 법적 보호자이니, 재산을 관리할 수 있지만,

유언장에 기재된 내용은 누가 봐도

엘레나의 이름을 명시한,

결국은 현정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친이 자녀를 위해 남긴 재산을 그녀의 의사 없이

거부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엘레나가,

그건 저한테 물려주신 거잖아요

라고 말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변호사의 조언대로,

부친의 사망으로 양육비 지급 의무가 없으니,

양육비 조항을 없애고,

주식은, 펀드 매니저에게 맡겨 관리해도 되지만,

그 지분이 그의 형과 누나와도 나눈 것들이 있어,

주식은 그의 형과, 누나에게 공평하게 양도했다.

남은 집과, 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그것은 나중에 엘레나가 결정하게 하고,

현금은 예치 통장에 넣어,

엘레나가 18살이 되었을 때,

지급되는 조항으로 바꾸었다.


토드의 가족들도, 동의했고,

법적으로 고소하는 일들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

12월 말 토드의 장례를 치렀다.


현정은 그의 아버지와 전 남편의 아버지,

그리고 전 남편 토드까지  

세 번째로 마주한 가족의 죽음이고,

엘레나에게는

그녀의 할아버지와 ‘daddy’

두 번째로  마주한 가족의 죽음이다.


현정은 더 이상 미국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2006년도에

미국에  온 이후로,

그녀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 같은 향수병이 없었다.

음식조차 그립지 않았다.

물론 한국 음식이 맛있고,

엄마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고,

미국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 가서,

갈비와 잡채,

때로는 라면과 김밥 같은 분식이 먹고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음식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현정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만족했고,

한국에 가는 대신,

다른 나라를 여행했다.


또  지숙도, 코로나로 격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미국에 자주 방문 했었기 때문에,

그녀가 한국에 방문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현정은 지숙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한 번,

그리고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온 후 토드와 함께 한번,

그렇게 두 번 한국에 방문했었다.


지금 그녀는 ‘home’ 이 필요 함을 느낀다.

소속감 속에서

안정, 평안, 위로, 위안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홈.


엘레나의 학교가,

겨울 방학을 시작하자,  

그들은 지숙이 있는 한국으로 왔다.


엄마.


그 단어만으로도

홈이라 여겨지는

엄마가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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