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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Thirty Seven 소생

by Hye Jang

여람과 사엘, 정예 무사들은 마음을 가담듬고, 숲 주변

을 뒤져, 토막 난 시체들을 모아, 그들이 입은 겉옷과

주변의 낭뒤구는 천들을 모아 엮어서 토막 난 몸들을

담아 묶어서는 말의 등에 올린다. 그들이 있던 곳까지

데려가기 위해서 이다.


여람이 마을에 내려갔다 왔던 정예무사 둘을 불러, “라

단왕 주변을 살피고 와. 이 일은 분명 사울진이 했을 거

야. 뭐든 알아내야 해.” 라고 지시한다.


이들은 말 등에 묶은 시체들이 떨어 질까 하여, 말을 끌

며 조심히 걷는다. 친구와 동료를 급작스럽고 끔찍한

모습으로 잃은 고통에 울음조차 나오지 않아, 아무런

말 없이 걷기 시작한다.



며칠 후, 머물렀던 곳으로 돌아오니, 지시한 대로 모두

들 조용히 사라졌다.


여람과 정예무사들이 말에서 묶어놓은 시신이 담긴 천

을 풀어서 바닥에 놓고는 토막 난 몸들을 찾아 얼굴,

팔, 몸통 그리고 다리를 맞춘다.


맞추어진 몸을 보자, 사엘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신

음한다. “나 때문이야. 내가 미리 알려 줬어야해. 환상

을 보고도 말해 주지 않았어. 조심하라고 미리 말해 줬

어야 했어. 또 나 때문이야.”


여람도 사엘을 안고 울으며 말한다. “내가 갔어야 해.

이들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됐어.”


여람과 사엘은 서로의 잘못이 아니다 위로 조차 해 줄

수 없을 만큼 비통하고 원망스럽고 후회스럽다.


“여람아. 우리 어떻게. 이제 어떻게. 수아랑 밧세, 어떻

게 응?”


소식을 듣고 동굴에 숨어 있던 이들도 달려 나온다.


“수아야. 수아야.” 수아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 라함

은 수아의 토막 난 몸을 보고 놀라, “아.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죽을 수 있어.”


라함이 수아의 시신 앞에 엎드려져 운다. 아비갈도 이

를 보고 주저앉아 통곡한다.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도 어둑어둑 해 졌지만, 모

두들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시신 주변에 앉아 넋을 놓

고 있다.


눈을 감고 있던 사엘이 눈을 뜨며 말한다. “경전에서

읽은 기억이 나. 어떤 제사장은 죽은 자도 살렸다고 했

어. 수아는 경전의 신에게 부름 받는 자이니, 다시 살릴

수 있을지 몰라.”


사엘의 말에 라함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도 경전에

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잘못 사용한 제사장은 살

리기는커녕 그도 죽었다고도 쓰여 있어.”


“그래도 해 볼래요.”


여람이 말한다. “너도 죽을 수 있다고.”


라함이 말한다. “여람이 말이 맞아. 이들의 죽음은 비

통한 일이지만, 살아 있는 너마저 잃을 순 없다. 산 사

람끼리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산 사람까지 죽게 할

순 없어.”


라함은 수아를 살려 달라고, 그렿게 해 보자고 말하고

싶지만, 아들도 아들이지만, 이곳에 있는 이 들 또한 지

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여람이 말한다. “지금 여기서 너의 목숨까지 내놓게 할

수는 없어. 그리고 정예무사 둘을 리만투어에 보내놨

으니, 곧 소식이 올 거야.”


사엘이 말한다. “살릴 수 있어. 수아는 경전의 신에게

왕으로 부름 받은 자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제사장인

나는 수아는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해 볼래. 해 봐야

해.”


여람이 말한다. “사엘아 너도 죽을 수 있다고. 난 너까

지 잃을 순 없어.”


“안 죽어. 그리고 내가 죽는다 해도 수아는 살려야 해.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그리고 너 알잖아. 내가 수

아 목소리랑 눈도 돌아오게 한 거”


여람은 그가 아무리 말해도 그녀를 말릴 수 없다는 걸

안다.


여람이 일어서며 말한다. “그래서 뭐가 필요해? 그때

했던 대로 물이 담길 그릇이 필요해?”


그때, 아비갈이 사엘 앞에 그릇을 놓으며 말한다. “그

때 수아님 때 쓰셨던 물 그릇 이에요. 경전의 신의 물이

담긴 그릇이라 그 뒤로 어떤 용도에도 사용하지 않았

어요.”


사엘이 자세를 고쳐 않고, 그릇에 손을 넣으니, 물이 채

워진다. 사엘은 피와 먼지로 더렵혀진 그녀의 손을 닦

는다. 더려워 졌던 물이 다시 새 물로 채워진다. 사엘은

시신들의 손과 손이 서로 닿게 한 후 수아 앞에 앉고,

여람, 아비갈, 정하, 라함, 하디와 유모도 무릎을 꿇고

둘러앉는다. 죽은 이들은 모두 이들이 사랑하는 친구

요, 가족이다. 소식을 들은 이들도 굴 밖으로 모두 나와

겹겹이 둘러앉는다.


사엘이 나지막이 무언가를 읊조리며, 여러 번 물그릇

에 손을 넣고 빼자, 피로 빨개진 물이 맑아지고, 다시

붉게 물들기를 여러 번 반복된 후, 더 이상 붉게 물들지

않자, 물을 손으로 떠서 시체 위로 여러 번 뿌린다. 그

러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렬로 누워 있는 시신

들을 빙빙 돌아 걸으며, 다시 나지막이 무언가를 쉴 새

없이 읊조리니, 시신 위에 뿌려진 물방울들이 붉은 색

으로 바뀌면서, 시신들 위로 튕겨져 올라온다.


사엘이 다시 여러 번 돌며 기도하다, 수아 앞에 멈추더

니 그 옆에 앉는다. 기도 하던 입술을 후 하고 숨을 내

쉬니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온다. 사엘이 수아의 입에 대

고 입김을 불어넣는다. 다시 제자리로 앉아 기도를 하

고, 입술을 열어 후 하고 숨을 내쉬고는 입김을 수아의

입에 불어넣는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고, 사엘의 얼굴도 점점 회색으로 변해 간다. 마

지막 입김을 불어넣자 사엘이 콜록콜록하며 수아 옆에

쓰러진다.


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엘에게 다가가니, 얼굴이

회색 빛으로 변한 사엘이 눈을 감고 있다.


“사엘아. 사엘아 괜찮아?” 여람의 목소리에 라함도 다

가와 그 옆에 않는다.


여람이 사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부르자,

사엘은 여람이 잡은 손을 놓고는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한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수아의 손을 잡는다. 여람과 라함이 바닥에 엎드려 기

도 한다. 둘러앉은 이들도 바닥에 엎드려 간절히 경전

의 신에게 빌어 본다.


잠시 후, 회색 빛이 던 사엘의 얼굴에 붉은빛이 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주변에 들리자, 엎드려 있던 자들이 머리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토막 난 시체들 속

에서 마치 나무 바닥에서 서로 부딪히며 나는 듯한 삐

그덕 삐그덕 소리가 들리며, 뼈들과 살들이 붙는다. 붙

은 손들이 허공을 향해 손짓을 하고, 붙은 다리들이 움

직이기 시작한다. 핏기 없던 몸에서 생기가 돌듯 천천

히 붉은빛으로 변한다.


누워 있던 사엘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이윽고, 일

어나서는 외친다.


”경전의 신이여 이들의 몸을 일으키소서.”


“경전의 신이여 이들의 몸을 일으키소서.”


“경전의 신이여 이들의 몸을 일으키소서.”


토막 난 몸들이 붙은 시신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수아도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몸을 구부리고는 캑

캑 기침을 한다. 라함이 달려가 수아를 안는다. 밧세도

일어나자, 여람이 달려가 부축을 한다. 카야가 일어나

니 하디와 유모가 달려가 잡는다. 모두들 달려와 살아

서 일어나는 이들을 부축하고 잡는다.


수아가 눈을 떠서 라함을 보고 말한다. “아버지.”


라함이 수아를 부둥켜안고 울으며 말한다. “그래 수아

야. 아빠다. 우리 수아. 그래 수아야. 하하하 살아났다.

살아났어. 죽은 자들이 모두 살아났어. 경전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사장이시여 감사합니다.”


모두들 얼굴에 기쁨과 눈물이 가득하다.


사엘이 비틀거리자, 이제 막 살아난 카야가 사엘을 향

해 달려간다. 사엘은 그도 다시 살아났다는 안도와 기

쁨에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다행이야. 정말 다

행이야. 카야가 그대로 죽…” 사엘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카야 품으로 쓰러진다.


기쁨도 잠시 여람이 말한다. “모두들 굴 속으로 다시

들어가 전갈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병사들은 모두 주

변에 대기한다.”


아비갈과 정하가 사람들을 데리고, 굴 속으로 들어가고, 카야의 병사들은 주변에 매복한다.


모두들 자리를 뜨자, 여람과 라함이 수아와 밧세를 본

다. 이들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흐른다. 말없이 서로의 손

을 잡고 포옹을 한다.


카야가 사엘을 안아 들며 말한다. “저는 사엘님 모시고

깨어나실 때까지 해안 절벽에 있는 제단에 가 있겠습

니다.”


여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엘을 보자, 카야는, "사엘

님도 곧 깨어나실 테니, 저희들이 잘 모시고 있다 올게

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카야의 말에 여람은 고개를 들어 카야를 보며, "카야는

괜찮아?"


"네. 저는 괜찮습니다.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아요."


죽었다 살아난 사람에게 뭐라 더 물어 보지도 못하고

잠잠코 있다가, “그럼 같이 굴속에 있지. 해안 절벽은

너무 노출되 있지 않아?" 라고 묻자, “리만투어를 멀리

서라도 통해 느끼시면 더 빨리 회복되실 거예요. 정예

무사 몇 명 데려가겠습니다.”


여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야가 휘파람을 휘

익하고 부르니 5명의 정예무사가 숲 속에서 나오고,

하디와 유모도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그때 리만투어로 보낸 다른 정예무사 둘이 달려오더니

살아 있는 수아와 밧세를 보고 놀라, 바닥에 쓰러진다.


라단의 마데라 방문 다음날, 사울진과 웃날이 템말 산

으로 서둘러 가 보았지만, 그들이 죽인 시신들이 보이

지 않는다. 산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자른 팔 하

나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수풀에 튀긴 핏자국도 찾

아볼 수가 없다. 사엘이 지면에서 물이 올라오게 하여,

그들의 다녀간 자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핏자국들을

씻겨 내려 가게 한 것이다.


숲을 뒤지다 숨이 가빠진 웃날이, 숨을 헐떡이며 사울

진에게 묻는다. “어찌할까요? 시신이 없어진 것을 보

니, 그들의 일행이 가져간 거 같은데, 병사들을 시켜,

쫓아가 볼까요?”


“아니야. 병사들을 움직였다가는 라단이 눈치챌 거야.

당분간은 우리가 한 일을 모르는 게 하는 게 나아. 대신

믿을 만한 병사 두세 명 시켜서 여기 템말산 전체를 둘

러보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잘 잡아 놨지?”


“네.”


“그리고, 당분간은 왕이 무엇을 할지 지켜보자고.”


사울진과 웃날이 산을 내려온다.


아무 일도 없었든 듯,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가고,

또다시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면서 며칠이 흘렀다.


보연당에서 왕의 의자에 앉아 있는 라단의 얼굴이 수

심으로 가득하다. 라단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

다. 그날 만나기로 한 친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호와

이앙도 며칠 동안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사울진은 평

소와 다름이 없다. 계획했던 일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후에, 다른 무슨 일

이라도 있는 듯 어수선해야 하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라단은 조용하고 잠잠한 이 분위기가 더욱 불안하다.

하지만 믿을 만한 이가 아무도 없는 이 궁 안에서 누군

가에게 무엇이라도 알아오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이

보연당 의자에 앉아 며칠 동안 보이지 앉는, 호와 이앙

을 기다리고, 하갈과 마하살이 무엇이라도 알아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 시간이 지난 1년을 기다린 시간

보다 더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웃날이 보낸 무사들이 돌아왔다. 사울진과 웃날에게

템말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없다

고 전한다. 소식을 전해 들은 사울진과 웃날도 생각이

많아졌다. 분명 돌아온 저들은 어딘가 가까운 곳에 있

는데, 찾을 수 없고,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게다가 죽은 자들의 시신도 없어졌

다. 수아의 죽음에 대해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

으니,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하갈이 밧세의 죽음을 알게 되면, 하갈 또한 어떻게 나

올지 모르겠지만, 자식을 잃은 이들은 이곳 보연당으

로 쳐들어 올 것이다. 호와 이앙을 고문하여 그들이 있

는 곳을 알아내려 하지만, 죽을 만큼 고문을 당해도, 그

들은 오히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할 뿐이다.


하갈과 마하살도 평소와 다름없이 보연당을 오는 것

외에는 집에 있고, 누구도 그들의 집을 드나드는 움직

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의 집 주변을 감시하는 무

사들이 전했다. 모든 것이 너무 조용하고 잠잠하다. 사

울진의 마음이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분명히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드러나는 것은 없고, 이 모든 것들

또한 사울진의 추정 이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다음날, 깨어난 사엘이 눈을 뜨니 하디의 얼굴이 보인

다.


“사엘 님.”


사엘의 눈에 카야와 유모의 얼굴도 보인다. 사엘이 그

들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자 다들 의아하게 그

녀를 쳐다본다.


사엘이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한다. “늘 한결같아서.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눈을 뜨면 세 사람의

얼굴이 제일 먼저 보이고, 표정들이 변함없이 똑같아

서. 또 얼마나 걱정하며 보냈던 거야?”


하디가 말한다. “걱정 안 했어요. 한두 번도 아니시고,

곧 깨어나시겠지 하고 있었어요. 카야님이야 언제나

늘 걱정하시면서 계셨지만.”


사엘이 카야의 팔을 잡아 보고, 얼굴을 찬찬히 보며 묻

는다. “괜찮아? 살아나는 것만 보고 쓰러졌는데, 다른

데 이상은 없어? 잘렸던 데가 아프거나 하진 않아?”


“전 괜찮습니다. 몸이 잘렸었던 적이 있어나 할 정도로

멀쩡합니다.”


이들의 대화에 유모가 말한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세요. 전 그때 카야

님이 그러고 누워 계셨던 것을 생각만 해도 지금도 참

으로 무섭습니다.”


유모의 말에 사엘과 카야가 웃음을 짓는다. 생각도 하

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일들을 겪었고, 보고도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었고, 지금 이렇게 모두 마주 앉아

잇는 것도 현실이 아닌 꿈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카야가 말한다. “얼마 전, 리만투어에서 보낸 자들 같

은 무사 서너 명이 근처를 뒤지고 갔어요.”


“사울진의 무사들이겠지. 수아를 죽이고 시신을 찾으

러 왔다가 없어진 것을 보고, 템말산 전체를 뒤졌을 거

야. 지금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전했을 거고.”


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들 따라 일어나 이전에

천막을 세워 놓았던 숲으로 간다. 카야가 휘파람을 휘

익 부르니, 잠시 후, 여람이 모습을 보인다.


사엘을 보자 달려오며, “사엘아. 괜찮아?”라고 묻자,

“나보다 죽었다 살아난 카야를 보고 괜찮냐고 해야 하

는 거 아니야?” 라며 사엘이 농담처럼 말한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들이 살아난 것을 보고,

사엘도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다.


“카야는 그날 벌써 괜찮은지 확인했지.”


여람과 사엘이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생사가

오고 가는 속에서도, 가볍게 주고받는 말들이 여전히

늘 서로 위안이 된다.


카야가 말한다. “며칠 전, 무사 서너 명이 숲 속을 뒤지

고 가는 것을 봤습니다.”


여람이 말한다. “나도 봤어. 두어 번 더 다녀 갔었어. 지

금은 아무도 찾지 못해 돌아갔지만, 곧 다시 오겠지.“


사엘이 말한다. “사람들은 어때?”


“굴 속에 숨어 있고, 병사들은 숲 여기저기 매복해 있

어.”


그들은 여람을 따라 동굴로 들어간다.


수아와 밧세, 라함, 정하 그리고 아비갈이 둘러앉아 있

다가 여람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라함이 여람의 뒤에서 걸어오는 사엘을 보자, 그녀에

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사엘은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라함이 흐느끼는 목소

리로 말한다. “제사장이시여. 당신을 경외하고 찬양합

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을 다스리시는 경전의 신을 경

외하고 찬양합니다.”


사엘도 라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한다. “경전

의 신을 찬양 하고 경외하는 것은 맞지만, 저한테 이러

시는 것은 지나치세요.”


“지나치다니요. 경전의 신이 기름 부은자이고, 경전의

신의 힘이, 제사장님을 통해 역사하시는데, 당연히 예

를 갖추어야 지요.”


라함은 살아남아, 수아를 만났고, 죽은 수아가 살아났

다. 무엇보다 지파가 없어지고, 경전의 신도 사라 지지

않았을까 염려했는데, 수아, 밧세, 여람도 모두 무사히

돌아오고, 경전의 신이 여전히 함께 하며 제사장 사엘

을 통해 이들을 이끄는 것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라함이 다시 머리를 땅에 엎드리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경전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사장님.

감사합니다.”


사엘이 라함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 하자, 이들을 보는

밧세와 수아가 라함의 팔을 함께 잡고 그를 일으킨다.


여람은 사엘의 팔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일어난 이들이 여전히 팔을 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자,

함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동안의 있었던 힘든 일

들을 서로 위로하는 모습에 눈물이 흐른다.


그때, 동굴 안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바람이 인다. 눈에

고인 눈물방울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오르며, 동굴 안

에 물방울처럼 맺혀, 그들이 서 있는 주변을 맴도는 것

이 마치 비눗방울이 뿜어 대는 속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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