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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Thirty Eight 돌담 아래

by Hye Jang

잠시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모두들 바닥에 둥그렇게

앉는다.


수아가 사엘을 보며, 그동안 알아낸 것들을 말한다.

“그날 마데라에 라단은 원래대로 다녀 갔었대. 라단

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고 했어. 그리고 호와 이앙이 보이지 않아.”


카야가 말한다. “ 호와 이앙이 다루는 새도 보이지 않

습니다. 그 새 때문에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있었는데.

새도 사라진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잡혔거나, 죽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단님과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방

법을 찾아봐야 할것 같습니다.”


사엘이 카야의 말을 막으며, 말한다. “내가 라단을 만

나고 올게.”


수아가 놀라 눈이 동그래지며 묻는다. “네가? 네가 만

나러 간다고? 어떻게?”


여람도 놀라, “수아야 어떻게가 아니라, 안돼라고 말해

야지. 사엘아 네가 라단이를 왜 만나러 가? 게다가 지

금은 더 위험한 상황이야.“


“중간에 누군가를 통해서 하는 것은 지금처럼 계획대

로 되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사엘의 말에 여람은 더 놀라, “넌 라단도 의심하는 거

야?”


“아니. 라단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라단을 앞세워 일

을 꾸미고, 우리들을 서로 의심하게 하는 자들을 믿지

않는 거야. 그래서 직접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

야기하려고.”


수아가 말한다. “라단 보다도 그의 주변의 있는 자들을

믿을 수 없는 건 맞아. 게다가 우리들이 그 앞에 나타났

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도 맞긴 하고. 하

지만."


사엘이 수아의 말을 가로 막으며 말한다 “그래서 내가

가려는 거야.”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간다는 거야?” 라고 여람이 재

차 말하자, “수아랑 밧세는 안돼. 두 번이나 위험하게

할 수는 없어.”


“그래서 너가 간다고? 그건 말이 된다 생각해? 너는 위험해도 된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여람아. 내말은”


그때 밧세가 묻는다. “그러면 생각하는 계획이라도 있

어? 너가 계획도 없이 이렇게 말하진 않을거 아니야.“


여람이 손을 내 저으며 말한다. “계획은 무슨 계획. 안

돼. 무조건 안돼. 계획이 있어도 안돼. 어떤 계획이라

도 사엘을 보낼 순 없어.”


가만히 듣고 있던 라함도 말한다. “제사장님께서 가시

는 것이 좋은 생각 같지는 않습니다. 저들은 수아가 왕

으로 지명받은 것을 알고 그렇게 무참하게..“


라함이 죽은 수아의 모습이 떠올려졌는지,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 말을 잇는다. “제사장님은

더욱더 안전하다고 할 순 없어요. 저들은 제사장님의

힘을 알고, 그것을 악이용 할 수도 있습니다.“


라함의 말에 다들 말이 없다.


한참 후, 사엘이 입을 연다. “라함 수장님 말씀도 맞아

요. 수아한테 한 거로 봐서는 저한테는 더 할 수도 있어

요. 하지만 또 오히려, 저의 힘을 안다면, 저를 해하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어요. 제가 제사장으로 왕의 자

리를 확고히 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라단

이 왕으로 경전의 신의 부름도 받았다고 하게 할 수도

있어요. 지파는 없어졌지만, 경전의 신까지 사람들한

테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사울진도 경전의

신의 부름을 믿었기 때문에, 왕으로 부르심을 받은 수

아는 포도주를 먹여 없애 려고 했고, 이번에도 보자마

자 해쳤잖아요. 그런데 그때도 저는 독초를 먹이고, 가

둬 놨었어요. 그러니, 이번에도 설사 저를 봐도, 죽이

진 않을 거예요.”


여람이 말한다. “너 그게 그렇게 쉽게 할 말이야?”


사엘은 여람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확고

한 의지를 담아 말한다. “혹시 내가 돌아와야 하는 날

까지 오지 않으면, 너네는 수아를 왕으로 앞세워 나타

나. 부름 받은 왕은 돌아왔고, 제사장은 잡혀있고, 명분

이 되잖아.”


여람이 말한다. “제사장이나 경전의 신의 부름은 오히

려 필요 없다고 죽여 버릴 수도 있어. 아니면 네가 저주

받았다고 몰아갈 수도 있고. 사울진이 지금까지 한 것

을 봐봐. 우리에게 독초를 먹였어. 마을에 독초를 태워

마을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했고, 수아랑 밧세까지 그

렇게 잔인하게 죽였었어. 그 자는 이제 대화니 명분이

니 하는 것은 생각 안 해. 라단 앞을 막는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자야.”


사엘이 말한다. “난 잡히지도 않을 거고, 잡혀도 안 죽

어.”


“그래, 안 죽인다 해도, 널 앞세워 라단이 왕으로 부름

받은 자라고 하기 위해 목숨은 살려 놓고, 자기 맘대로

하려고 어떤 잔인한 짓도 너한테 할 수 있어. 그런데도

가겠다고?” 여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울진은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우리가 돌아갈 명

분은 확실히 만들어지잖아." 사엘도 지지 않고 목소리

를 높인다.


언성이 높아진 둘 사이에서, 수아가 침착하게 말한다.

“사엘아. 너 우리가 돌아갈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잡히려고 하는 건 아니지?”


“무슨 소리야. 내가 일부러 왜 잡혀. 아니야. 라단을 직

접 만나서,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세워 보려는 거야.

그런데 만약 우리가 처음 세웠던 계획이 잘 안 됐던 것

처럼 혹시 내가 사울진 눈에 띄어 잡히면, 그때 너네는

그것을 명분으로 마을로 돌아오라는 거고.”


여람이 말한다. “안돼. 무조건 안돼. 만약 잡히더라도?

그게 말이 돼? 잡히는 게 아니라 죽을 수도 있어. 그냥

무조건 위험한 일이야. 그런데 그걸 왜 네가 해?”


“말했잖아. 혹시 잘못돼서 잡히더라도, 내가 되는 게

나은 거라고. 너네들은 사울진 눈에 띄면 그냥 죽어. 그

리고 마을로 돌아가야지. 여기서 이대로 이렇게 그냥

숨어 있어?”


사엘이 다시 언성을 높여 말하자, 다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여람이 입을 연다. “그럼 나도. 같이 가. 죽든

잡히든, 살아 오든 나랑 같이해.”


사엘이 말한다. “너네들은 여기 있어. 아까 말한 대로

돌아와야 할 때 너희들이 같이 있어서 힘이 돼야 해. 카

야도 여기 남아 병사들을 정비하고 있고.”


밧세가 말한다. “그래서 생각해 놓은 거 라도 있어?“


“그래. 밧세 말이 맞아. 우리가 지금 할 이야기는 바로

이거야."


수아가 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며,

“그래 생각해 놓은 이야기나 먼저 들어 보고, 그때 다

시 정하자."


"그 비밀 통로 말이야? 수장님 댁들하고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너랑 밧세가 놀이방에서 어디까

지 걸어서 나와 보니 템말산 어디였다고 말했던 거 같

은데? 기억나?”


“잠깐만. 생각해 볼게.”


수아가 잠시 생각하는 동안, 밧세도 곰곰이 생각하더

니, 무릎을 치며 말한다. “그래 맞아. 거기 기억나. 수아

랑 나랑 놀이방 통해서 가볼 때까지 가 보자고 하다가

어느 통로로 나왔는데, 템말산 숲 어딘 가였어. 수아야

맞지?”


“맞아. 거기가 숲인데 돌담이 있었고, 돌담 아래로 물

이 흘렀어. 기억나.”


사엘이 말한다. “그곳을 통해 하갈님댁으로 갈 거야..그리고 하갈님 하녀로 분장해서 궁으로 들어가려고.“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아비갈이 말한다. “저와 저

의 무사들 몇 명이 같이 가겠습니다. 저희들도 하녀로

위장 하면 되고요.”


모두들 다시 말이 없다. 이들의 모든 계획들은 위험하

고, 목숨을 걸고 하는 일들 이기에 누구 하나, 흔쾌히

찬성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며칠 후, 산길을 걷던 수아가 멈추더니, “여기야. 이 돌

담이야.”라고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그들 앞에 돌담처럼 보이는 것이 보인다. 물이 많았을

때는 물이 돌담을 따라 작은 폭포를 만들었던 것 처럼

도 보인다. 지금은 비가 오지 않아 물의 양이 많지는 않

지만, 여전히 돌담 아래로 물이 흐른다.


사엘이 그들이 멈처선 옆에 서며 말한다. “그런데 여기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


“이리 와봐.” 수아가 먼저 앞장서서 돌담 아래로 내려

간다. 따라 내려가니 흐르는 물 뒤로 사람 둘 정도는

오고 갈 정도의 틈이 있다.


밧세가 말한다. “그때는 여기가 돌담을 다 채울 만큼

물이 가득 폭포처럼 흘러 내려 었는데, 지금은 물이 다

말라 버렸네.”


“여기까지 오고 가는데 하루는 걸렸었어. 그때 일찍

나 왔었는데 집에 돌아가니 캄캄 했졌었거든, 꽤 걸어

야 할 거야. 그런데, 내가 여길 왜 밧세랑만 둘이 왔지?

밧세야 그때 여람이는 같이 안 왔었나?”


밧세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그날, 수아가

셋이 가보자며 말한 것을 밧세가 여람에게 일부러 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 왜 그가 수아랑만 둘이 가고 싶

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그는 곧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수아랑 있는 것이 좋았고, 둘이만 함

께 있고 싶었었다.


사엘이 말한다. “이 길로 가면 하갈님댁으로 갈 수 있

다는 거지?”


수아가 말한다. “응. 그런데 안에 갈라지는 길들이 엄

청 많아. 잘 찾아서 가야 해. 사엘이 너도 알잖아. 우리

가 비밀 통로를 빠져나올 때, 길들이 쉽게 나 있진 않

았던 거.”


“우리 그냥 같이 갈까?” 라고 밧세가 묻자, 사엘이 재

빨리, “너네는 안된다고 했잖아.” 라고 말한다.


그러자 수아가, “그래 밧세네 까지만 같이 가고, 우리

는 다시 돌아 나올게. 밧세랑 나는 가는 길이 생각나서,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어.”


수아, 사엘, 밧세, 아비 갈, 정하, 그리고 아비갈의 무사

들이 통로 안으로 들어간다. 수아와 밧세가 길잡이 돌

을 찾으며 앞장 서걷는다. 그렇게 거의 반나절 넘게 걸

었을까, 밧세의 눈에 익숙한 길과 저 멀리 문이 보인다.


조금 더 걷더니, 밧세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우리 집

문이야.”라고 말한다.


수아가 “확실해?”라고 묻자, 밧세가, “응. 일로 가까이

와봐. 이거 보여?”


다가가 보니, 문 왼쪽 위쪽에, 보라색 천이 걸려 있다.


“이게 뭐야?”


“다음날 혼자 들어와서 걸어 놨어. 나중에 쉽게 찾을

려고. 그런데, 오늘 이렇게 딱 쓰이게 될줄 몰랐네.”


“암튼 잘했다.” 수아가 밧세의 머리를 손으로 휘익 쓰

다듬으며 말한다.


사엘이 말한다. “근데 이거 어떻게 열고 나가?”


수아가 주저 없이 문을 열자, 사엘이 놀라, “그냥 그렇

게 열어도 돼? 밖이 어떤지 모르잖아.”


“밧세네는 이 문을 열고 다시 좀 더 걸어야 해. 그러면

문이 또 있어. 그리고 그걸 열면, 그때는 천에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조금 더 걸어가니 수아 말대로 문이 하나 또 있다.


밧세가 조용히 문을 연다. 그때처럼 천이 드리어져 있

다.


사엘이 앞으로 걸어 나가, 그들을 보며 손짓으로 먼저

나가 보겠다고 하고는 천을 천천히 걷으며 나간다. 이

미 이야기된 대로 사엘이 나가자 수아가 문을 닫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으로 컴컴한 방안이 희미하게

보인다. 밧세네 놀이방은 어제도 그들이 와서 논 것처

럼 그대로이다. 사엘이 하갈의 방으로 가기 위해, 문으

로 가는데,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그림자가 보인다.

사엘이 놀라, 의자 뒤로 몸을 숨기다, 옆에 놓인 상을

건드려 소리가 난다.


“누구? 할머니 집사예요?”


하갈의 목소리다.


사엘이 몸을 일으키며 나지막이 말한다. “하갈 수장님

저예요. 사엘이.”


하갈이 말대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온다. 어둠 사

이로 서로의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까워지자, 하갈이 놀

라 묻는다. “사엘이라고?”


“네. 사엘이에요.”


하갈이 다가오더니, 너무 놀랍고, 반가워, 말대신 사엘

을 부둥켜 안는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하갈이 사엘을

보며, “어디 보자. 괜찮아? 너네들이 돌아왔다는 소식

은 들었어. 그날 마데라에서 만날 기대를 가지고 있었

는데, 너희들은 오지 않고, 소식은 없고, 너무 걱정돼서

밤마다 여기 와서 너희들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녀는 말 중간중간 이들에 대한 그동안의 걱정과 사

엘을 본 반가움에 목이 메어 훌쩍이며 말한다.


“다른 애들도 같이 왔어요.”


“다른 애들?”


“네.”


하갈이 반가움과 놀라움에 비밀통로 문으로 가려다,

“잠깐만. 주변에 사울진 사람들이 있어. 감시당하고 있

거든. 내가 마당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고 올게.”라고 말

하며, 마당과 연결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사엘

은 벽에 드리워진 천을 걷고 문을 열고 다시 비밀통로

로 들어간다.


하갈은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며, 주변을 둘러본

후, 아무런 인기척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자, 다시

놀이방으로 들어간다. 밖에서 보이지 않게 초 두어 개

를 켠 후, 놀이방을 나와, 집안도 둘러 본 후, 이층 그녀

의 방으로 가, 방 불을 밝혀 놓는다. 혹시 누군가 밖에

서 본다면, 그녀가 방안에 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이

다.


다시 놀이방으로 내려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때처

럼 아이들이 앉아 있다.


하갈이 눈물을 쏟으며 다가가자, 밧세가 달려가 하갈

을 안는다. 밧세를 안고 한참을 울던 하갈이 밧세의 얼

굴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수아에게도 다가

가 그도 안아 주며 말한다. “수아야 미안해. 우리가 지

키지 못했어. 미안해.”


하갈은 레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아도 눈물

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렇게 이들은 그저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 서로 부둥켜안고 숨죽여 운다.


얼마 후, 의자 대신 바닥에 둘러앉은 밧세와 하갈, 사엘

그리고 수아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들은 하갈은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사울진, 이 새끼. 내가 분명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밧세야 어

디 다시 보자. 괜찮아?”


“괜찮아요. 엄마. 죽었다 살아난 거 같다는 느낌도 없

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갈이 그런 밧세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리며 말한다.

“죽었다 살아났단 이야기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엄만 말만 들어도 끔찍하고 슬픈데.”


“아. 아파요 엄마.”


“아파? 느낌도 없이 아무 렇지도 않다며?”


“아니 엄마가 등을 때리니까. 그게 아프다고요.”


하갈이 밧세의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밧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렇게 아플 정도로 때리진

않았어요. 아들.”


이 둘의 모자를 바라보는 수아와 사엘의 얼굴에 오랜

만에 편안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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