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진이 뱃머리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바륵에게
다가가자, 바륵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참으
로 아름다운 바다이지 않는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다.
차가우면서 섬뜩해 보이기까지 하는 바륵의 얼굴에 지
어진 미소가 오늘은 평온하게 보여 더 무섭게 느껴진
다.
사울진도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하니, 그들이 이곳을
떠나 있는 동안, 리만투어는 늘 회색빛 이었었다. 바다
는 회색빛이지만, 마을은 햇살이 불에 타듯이 뜨거워,
모든 것이 마르는 가뭄이었었다. 게다가 사울진도, 해
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지, 리만투어 바다 위
에 떠 있어 본 적은 없었다.
배가 파도에 일렁이며, 춤을 추듯 움직이고, 뱃머리에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과 바다 모두 푸른 곳에 있으
니,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르는 아름다
운 미지의 세상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잠시 풍경을 바라보는 감상에 젖은 사울진에게 바륵이
말한다. “나는 늘 거친 바다를 건너 다녔지. 오늘처럼
잔잔하고 푸른 바다는 처음인 듯 하군. 전쟁이 아니라,
소풍이라도 나온 기분이 들어.”
바륵이 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푸른 하늘과 바다에, 새빨간 붉은색
이 흩뿌려진다면 더 아름다울 것 같지 않은가?”
그의 평온해 보이던 미소가 사라지고, 소름 끼치게 섬
뜩한 미소로 바뀐다.
바룩이 손짓을 하자, 뱃머리에서 리만투어 해안가를
향해 불화살이 날아간다.
사울진이 다급하게 바륵에게 말한다. “해안가를 향해
불화살을 날리면 안 되오. 저곳엔 내 아들도 있어.”
바륵이 사울진을 보며 말한다. “제사장이라는 이가 저
언덕에 있어.”
바륵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말한다. 사울진도 알
아챈 것이고, 그 이야기를 하러 그 에게 온 것인데, 그
가 먼저 알아챈 것이다.
“저 언덕 위에 사람들이 있었지. 그중에 한 명이 제사장 일 것이고.“
“그걸 어떻게?”
“며칠 전, 이미 저곳에도 병사들을 보내 놓았어.”
“병사 들을 어떻게?”
사울진은 그의 질문이 어리석게 느껴지지만, 어떻게
해안가로 가지 않고, 저곳으로 병사들을 보냈는지 물
을 수밖에 없다.
“나의 병사들은 물에 강하지. 그들과 나는 바다를 건너
땅을 정복하고 다녔으니 말이야. 그리고, 오늘 저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는군. 왜일까?”
“그럼 지금 제사장을 없앨 거요?”
“글쎄.”
바륵이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해안가에 불화살은 왜 날리는 것이요?”
“글쎄. 쉽게 이기는 전쟁은 재미가 없지. 나는 좀 더 이
전쟁을 즐겨 볼까 하는데.”
수도 없이 날아간 불화살들이 해안가에 있는 풀들에
붙어 여기저기 붙어 불이 난다.
바륵이 양손을 들어 올리고는 하하 웃으며 말한다. “푸
른 하늘 아래, 붉은 불꽃들이라, 아름답지 않은가? 게
다가 붉은 피까지 흩뿌려진다면 정말 완벽할 거야.”
“해안가를 치는 것을 멈추시오. 저기 내 아들도 있오.
그대의 병사들이 이미 언덕에 도달했다면, 제사장을
없애면 되지 않소. 저곳엔 그들을 지키는 병사들도 없
을 것이요.”
바륵이 대답 대신 양손을 내리고, 옆에 있는 호위무사
에게 눈짓을 하자, 그는 다시 자리를 뜬다.
잠시 후, 해안가를 향해 수많은 병사들이 몰려 간다.
사울진이 소리를 지르며 말한다. “해안가를 치는 것을
멈추란 말이오. 저기 내 아들이 있다고.“
바륵이 대답 대신 다시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달려와
사울진 잡아, 그를 배 기둥에 밧줄로 묶고, 입도 말하
지 못하게 천으로 막는다. 사울진이 묶인 몸을 바둥거
려 보지만,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
바륵이 사울진에게 다가와, 그의 손끝으로 사울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자네 아들도, 그대의 눈처
럼 깊은 눈과, 다부진 입술을 가지고 있는가? 그대의
얼굴은 이제 젋은이 없지만, 그래도 참으로 탐나는 얼
굴이야.”
허리를 숙인 바륵의 옷의 앞섭이 살짝 벌어지며, 가슴
이 보인다. 그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남장을 하고,
남자 이름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륵은 사울진의 얼굴에 그의 얼굴을 바짝 대고는 말
한다. “잘 봐. 내가 어떻게 땅을 정복하는지. 나는 가능
하면, 흥미롭고, 거칠고, 그리고 잔인하게 정복하는 것
을 즐기지.”
사울진이 소리를 내 보지만, 입을 막아 말을 할 수 없어
신음소리를 낸다.
바륵은 벌어진 옷 앞을 여미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
고는 몸을 돌려, 뱃머리로 다가간다. 그의 병사들이 물
밀듯이 해안가로 향해 간다. 그들을 향해 카야가 화살
을 쉴 새 없이 날리지만,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해안가
중반에 자리 잡은 바륵의 궁수들이 카야의 병사들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화살이 서로 오고 가고, 바륵의 병
사들이 반원으로 다가가, 힘으로 반원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카야가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리는 틈으로, 다른
병사들과 해안가로 달려가 바륵의 궁수들을 칼로 베어
낸다. 이를 본, 반원의 이들도, 나와, 그들을 둘러싼 바
륵의 병사들을 치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반격으로
바륵의 병사들이 잠시 주춤하는 듯 보인다.
바륵이 다시 손짓을 하자, 뱃머리가 서서히 움직이며,
해안 절벽을 향해 움직인다.
사엘과 하갈, 밧세는 여전히 땅에 엎드려 경전의 신에
게 용서를 빌고, 도와 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때, 경전의 신의 음성이 들린다. “이 땅과, 후손들은
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을 피로 물든인 너희
들은 너희들의 죄로 고통받고 울부짖을지니.”
사엘은 엎드린 몸을 들고는 제단을 보며 말한다. “경전
의 신이여. 이 모든 죄는 제가 받겠습니다. 이 땅을 그
리고 이 땅 위에서 살아갈 이들을 도와주소서.”
연기만 피어오르던, 제단에 불꽃이 일더니, 그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다. 잔잔하던 리만투어 바다에 파도가
거세게 일렁이기 시작한다. 사엘이 제단 앞 에서 일어
나, 절벽으로 향한다. 손을 들어 올리자, 사엘이 처음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던 때처럼, 맑은 하늘에 먹구름
이 몰려온다. 해안가에 비가 뿌려지고, 풀에 붙었던 불
들이 꺼진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본 바륵의 병사들은 잠시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본다.
이 때를 틈타, 라단과, 여람, 수아는 바륵의 병사들을
친다.
카야의 눈에 멀리서 배가 언덕을 향해 가는 것이 보인
다. 파도가 일렁거려 쉬어 보이지 않지만, 배는 언덕을
향해 가고 있다. 카야는 언덕을 향해 말을 달린다.
사엘도 멀리서 배가 언덕을 향해 오는 것을 본다. 파도
를 더 거칠게 만들지만, 바륵의 병사들은 이보다 더
거친 파도에도 이미 익숙하던 자들이라, 오히려, 거센
파도를 힘입어, 언덕을 향해 돌진한다.
언덕을 향해 달려가는 카야를 보고, 라단도 병사들을
물리치며, 언덕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을 본 수아가 그
들을 향해 소리를 쳐 불러 보지만, 그들은 더욱 빠르게
언덕을 향해 달려간다.
여람이 수아에게 달려오자, 수아가 말한다. “저들을 막
아야 해. 지금 언덕으로 가면 안 돼.”
“왜?”
“우리들을 모두 언덕으로 몰려는 거야.”
수아의 말대로 해안가의 바륵의 병사들은 그들을 언덕
으로 내 몰며, 몰아붙이고 있다.
여람은 카야가 가르쳐 준 대로, 휘파람을 분다. 카야의
귀에 여람의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는 언덕
을 향해 달린다. 사엘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라단도
달려간다. 저곳에 사엘이 있고,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사엘은 거친 파도 대신, 파도를 잠잠하게 만든다. 배가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자, 수많은 이들이 배아래
에 있는 커다란 수레를 돌리자, 배 양쪽에 나와 있는 수
많은 노 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배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사엘이 다시 거친 파도를 만들자, 파도와 노의 방향이
부딪쳐 배가 빙글빙글 돈다.
해안가의 바륵의 병사들은 수아네를 언덕으로 밀어 붙
인다, 수아는 그들의 전략을 눈치챘지만, 수 없이 밀려
오는 바륵의 병사 들 때문에 언덕으로 점점 밀려간다.
빙글빙글 배가 돌자, 바륵의 병사들은 오히려, 수레를
더 빠르게 돌려, 배가 파도에 더 휩싸이게 만든다. 파도
가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면서 솟구치더니, 배도 그 위
에 같이 솟구친다. 솟구친 파도 위의 배 머리에 서있는
바륵과 언덕의 해안 절벽에 서 있는 사엘이 마주 본다.
바륵은 사엘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제사장이라는 자
군.” 하며 음침하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사엘은 손짓으로 파도를 움직이려 할 때, 불 화살이
모두 수아네를 향해 날아가자, 이를 본 사엘은 파도 대
신, 바람을 일으켜 화살을 막아낸다.
바륵은 사엘이 하는 것을 재미나고 신기한 구경이라
도 하는 듯 바라본다. 달려오는 수아네를 향해, 다시
화살을 날리도록 명령하자, 사엘은 또 바람을 일으켜
화살을 막아낸다.
바륵은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리도록 명령한다.
그때 라단과 카야가 거의 제단에 도착한다.
바륵은 날리던 화살을 멈추게 하고는 사엘을 마주 본
다. 바륵은 제사장이라는 자를 인질로 잡아 그자가 가
지고 있는 능력을 한번 이용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살
려 둬 봤자, 골치 덩어리가 될 것 같아 생각을 바꿨다.
게다가 사울진이라는 자의 아들도, 왕으로 지명을 받
았다는 자도 모두 흥미가 없다. 바륵은 그저 어떤 날은
여자로 어떤 날은 남장을 하고, 땅을 정복하러 다녔고,
그에게는 그저 정복한 땅이 필요할 뿐이고, 그 땅을 다
스렸던 자들은 모두 없애는 것이 그가 세상을 정복하
고 다스리는데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을 이미 여러 나
라를 정복하며 알게 되었다.
잠시 화살이 멈추자, 수아와 여람도 제단을 향해 달려
간다.
바륵은 이들이 언덕으로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수아
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화살을 날리고, 제사장이 바람
을 일으켜 막는 틈을 타, 제사장을 향해 그의 키 만한
긴 창을 날린다.
그걸 본 라단은 사엘을 향해 달리며 소리친다. “사엘아
피해.”
사엘은 날아오는 창을 보지만, 수아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다.
라단이 몸을 날려 사엘을 막는다.
바륵이 날린 창이 라단의 심장에 박힌다.
사엘은 놀라 소리치며 라단의 이름을 부르고는, 심장
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라단을 잡으며 함께 주저
앉는다 “라단아. 라단아.”
라단의 눈이 천천히 사엘을 응시하고는 치아가 다 보
일만큼 환하게 웃으며, “내가 막았다.” 라고 말한다.
사엘은 황급히 라단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내가, 내가 치료할 수 있어.”
라단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이제 그만하고 싶
어.”
“뭘 그만해? 안돼. 내가, 내가 치료해줄게.”
“행복했어. 네가 있어서.”
“그러니까. 우리, 우리 같이 더 행복해야지.”
라단이 헛기침을 하자,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
다. 사엘은 그의 입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을 잇는다.
“내가, 내가 살려 줄 수 있어.”
라단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다른 한 손을 사엘의 배에
대며 말한다. “람이라 지어줘, 바람처럼 자유롭게 어
디든 날아다니며 살라고. 응?”
라단은 사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사엘도 라단의
눈을 바라본다. 사엘은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다. “내가
살려 준다고. 너 없이는 나도 살 수 없어.”
라단은 말대신 그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의 눈에 담고 싶은 그녀의 얼굴이다.
사엘이 손을 라단의 심장에 다시 가져가자, 라단은 그
녀의 손을 잡으며 천천히, 띄엄띄엄 말한다. 심장이 그
나마 조금이라도 뛸 때, 그녀에게 그의 마음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널 많이 사랑해.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널 생각하고 널 사랑해.”
“나도, 나도 너 사랑해.” 사엘의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라단은 사엘을 바라보며 다시 환하게 웃더니, 크게 숨
을 한번 내쉬고는, 그녀의 모습을 담아 가려는 듯, 그녀
를 바라보며 숨이 멈춘다.
“안돼. 안돼. 라단아. 라단아.” 사엘은 라단을 부둥켜
안고 소리 내어 운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전쟁이지.” 바륵이 소리
내어 웃으며 손짓을 하자, 화살 대신, 칼을 든 무사들이
언덕을 향해 쉴 새 없이 올라가고, 해안가의 병사들도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수아네 병사와 라단의 병사들도 그들을 막아내지만,
곳곳에서 수없이 밀려드는 바륵의 병사들을 막아내기
에는 무리이다.
그들이 싸우는 사이로, 웃고 있는 바륵이 보인다.
라단을 껴안고 있는 사엘의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이곳에 창과 칼을 든 자들은 몸이 찢기고, 불에 타 없
어질지니.” 쇠가 부딪치며 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린다.
“이곳에 창과 칼을 든 자들은 몸이 찢기고, 불에 타 없
어질지니.”
주변에 칼과 창을 든 병사들의 팔, 다리가 찢기더니, 불
이 붙기 시작한다.
사엘의 쇳소리가 부딪히는 목소리가 더 크게 주변에
들린다. “이곳에 창과 칼을 든 자들은 몸이 찢기고, 불
에 타 없어질지니.”
사엘이 목소리, 살이 찢기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
와 불타는 광경들이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카야가 눈치를 채고는 휘파람을 불자, 카야와 수아의
병사들이 칼과 창을 내려놓지만, 이들의 병사들도 이
미 몸이 찢기고 불에 타기 시작한다.
바륵이 이를 보고는 옆 병사에게서 화살을 뺏아 들자,
그의 손이 찢기기 시작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엘
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카야가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려 하기도 전에, 화살에
불이 붙어 사라진다.
그때, 배 머리 기둥에 묶여 있던 사울진이 간신히 몸을
풀고는 칼을 들고 바륵을 향해 달려가, 그의 몸에 칼을
꽂자, 바륵이 뒤를 돌아 사울진을 본다. 사울진이 다른
칼로 바륵의 심장에 다시 칼을 꽂더니, 다시 빼서는 그
의 상체를 여러 차례 칼로 찌른다. 칼을 든 사울진의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가고, 그의 발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다른 곳에 잡혀 있던 윤다가 달려와, 사울진의 손에서
칼을 뺏고, 그의 발에 붙은 불을 황급히 끈다.
주저 않은 사울진이 소리 내어 운다. “라단아. 라단아.
내 아들. 라단아.”
리만투어 여기저기서, 사람 타는 냄새와 몸이 찢겨 내
는 고통소리 그리고 사람이 탄 재로 가득하다.
카야가 사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제사장님. 제사장
님. 이제 그만하세요. 이제 그만하세요."
사엘의 눈이 시뻘겋게 변해 있고, 여전히 몸을 바들 바
들 떤다.
카야는 사엘의 어깨를 더 꽉 감싸안으며, "사엘아. 사
엘아 이제 그만. 이제 그만해.”
사엘의 눈에 눈물방울이 떨어지더니, 그녀가 훅하고
숨을 내쉬자, 껴안고 있는 라단의 몸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다.
사엘은 라단의 눈을 감겨주고, 라단의 몸에 머리를 대
고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자, 거센 바람이 불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륵의 배들이 파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가라앉
고, 불에 타 바람에 날리던 재 가루가 비와 섞여, 온통
주변이 검고, 바닥은 비에 묻은 핏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