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Nine 계절은 지나고

by Hye Jang

그렇게 삼일동안 비가 내렸다. 사엘은 꼼작 않고, 해안

절벽 위에서, 라단의 몸을 그녀의 무릎에 놓인채, 앉아

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여람과 수아, 밧세는 그녀 곁에 번갈아 있으면서, 마을

로 가, 사람들에게 전쟁의 끝을 알리며, 그들의 안전을

돌보지만, 마을은 온통 재와 비가 섞여 낮인데도 컴컴

해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


마을에서 해안 절벽으로 돌아온 카야는 사엘의 옆에

앉아,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무어라 말하자, 사

엘은 한참을 다시 울더니, 무릎에 있는 라단의 몸을 바

닥에 눕힌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향해 손을 들

어 올린다.


그때, 거칠던 파도가 서서히 잠잠해지고, 쏟아지던 빗

방울도 잦아들더니,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여기저기

비추이기 시작한다. 핏물로 벌겋던 땅도, 재와 비로 덮

여 있던 주변도, 모두 말끔히 씻어져 내려가, 언제 전쟁

이 있었던 땅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가물었던 마을에

비가 와서, 비가 걷힌 땅들에 푸른 풀들이 올라 와 있다.

공포 속에 있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말갛게 개인

하늘을 보자, 경전의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들에게

신은, 어려움이 있거나, 고난을 당하거나, 해을 당해도,

다시 하늘을 보며, 숨을 쉬고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 마

음이 드는 존재인 것이다.


며칠 후, 마데라에서, 수아는 라단의 장례를 왕의 대우

로 성대하게 치른다. 비록, 그 둘이 전쟁을 하긴 했지

만, 수아는 라단을 이 나라의 첫 왕으로 추대하고, 또

한 적군에 맞서 장렬히 전사한, 라단왕의 장례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아의 결정에 아무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 할 수 없

다. 그들의 친구이자, 아들이라는 자의 장례식이라는

이름만으로 고통 스럽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인 마데라 광장에 라단의 관이 놓이고, 사

엘은 아무런 표정 없이, 라단의 장례 예배를 드린다. 사

엘이 라단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

추었지만, 사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라단

의 관이 불꽃 속에서 타들어 가는 것을 보는 그녀의 얼

굴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다. 그런 사엘의 모습은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아닌, 목각 인형처럼 보인다.


수아와, 여람, 밧세는 친구라 불린 이의 죽음을 감당할

수가 없다. 모두들 마을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면, 그때 라단을 앞에 내세우

지 않고, 차라리 사엘과 멀리 가버리라고 했다면 그랬

다면, 그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 하며 자책 하지

만, 친구가 들어 있는 관이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할수 없다.


불꽃이 모두 타 들어 가자, 사환 둘이, 재를 모아, 하얀

도자기에 담아 사엘에게 가져온다.


사엘은 도자기를 받아 들고, 리만투어를 향해 걸어간

다. 마데라에서 리만투어 까지는 걷기에는 꽤 상당히

먼 거리이지만, 사엘은 말도 타지 않고 도자기를 가슴

에 안은 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

사엘의 뒤를 여람과, 밧세, 수아, 그리고 카야가 뒤 따

른다.


걸어가는 사엘의 머릿속에 라단과 함께 했던 지난 일

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를 뒤따르던 이들의 머릿속

에도, 라단과 함께 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해가 질 때쯤, 리만투어에 도착한 사엘은 도자기를 든

채, 바다로 걸어간다. 땅 위를 걷듯이 그녀는 바다 위를

또 한참을 걸어간다. 뒤 따르던 이들은 해안가에 멈춰

멀어져 가는 사엘을 바라본다. 한참을 걷던 사엘은 바

다 위에 멈춰서서, 도자기에 든 가루를 한 움큼 쥐고는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펴자, 산들바람이 불며, 가루가

날려 간다. 사엘은 남은 가루를 또 한 움큼 쥐고는 하늘

을 향해 날린다.


“너도 이제는 바람처럼 살아. 바람처럼 날아서,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가서 살아.“


날리던 가루가 사엘의 주변을 회오리처럼 맴돌더니,

하늘로 날아올라간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났다.


“아기를 가졌어.”


사엘의 말에 하디와 유모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

보자, 사엘이 말을 잇는다. “6개월쯤 된 거 같아.”


하디는 사엘의 말에 놀랐고, 또한 축하해야 할지, 기뻐

해야 할지, 사엘은 무슨 마음인지, 알 수가 없어 그녀를

그저 바라본다.


유모는 사엘의 손을 잡으며, “아이고 이뻐라. 생각만

해도 이뻐요. 제가 제사장님 아기도 잘 돌볼 수 있어요.

사엘님을 키울 때처럼요.”


유모의 말에 사엘이 웃음을 짓자, 그녀를 보는 하디도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고 있기에 아이를 홀로 낳고 기를 사엘을 생각하니 마

음이 아프다. 또한, 제사장인 사엘이 혼인도 하지 않고,

아이 아버지도 없이 아이를 낳는다면, 사람들이 어떻

게 이 일을 받아들일지도 걱정이 된다. 오랜 세월 제사

장 가문에서 일한 그녀는 사람들이 제사장 가문에 대

해 더 특별히 고귀함과 순결함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엘은 경전의 신의 음성을 직

접 듣고 제사장이 되었기 때문에 제사장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제사장은 남자였었다는 전통에 상관없이, 그

녀는 사람들에게 고귀한 제사장으로 여겨졌고, 그녀가

마을을 떠났었던 때에도, 제사장이 저주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사엘이 제사장 가

문에 흐르던, 성적으로 더럽혀진 탐욕의 저주를 끊고

순결함을 지켜낸 제사장으로 여기며, 그녀와 다시 꺼

진 제단의 불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그렇게 한 계절이 또 지났다.


사엘의 배가 점점 불러올 때, 이를 알게 된 수아와 여람

그리고 밧세가 사엘을 만나러 왔다.


수아는 미안하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가 여태

몰랐다니. 널 좀더 잘 돌봤어야해. 그리고 너도 왜 말하

지 않았어?”


전쟁이 끝나고, 라단의 장례식 후, 수아는 원 나라의 두

번째 왕이 되었다. 내무 총리를 맡은 밧세가 나라 곳곳

을 살뜰하게 둘러보고, 외부 총리를 맡은 여람이 리만

투어 바다를 건너, 여러 다른 나라들과 교역을 시작하

면서, 나라는 크고 강건하게 세워져 가고 있다. 사엘은

그녀의 집으로 돌아와, 신전을 복구하고, 사환들을 다

시 뽑아, 그곳에서 주로 경전의 신을 위한 의식을 드리

고 있다.


예전처럼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이는 일도 없고,

사엘은 나라에 관련된 일은 의식을 드리는 것 외에는

전혀 참여 하지 않았으며, 밧세와 수아, 여람도 그동안

전쟁으로 밀린 일들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었

고, 사엘은 이들에게 일부러 그녀의 임신 소식을 알리

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무도 말이 없자, 수아가 정적을 깨고 다시 말한다.

“아무튼 이미 지나갔는데 어쩔수 없고. 너 사엘이 앞으

로는 무슨 일 있음 말해. 알았지."


그동안, 사엘에게 직접 찾아와 그녀를 위로 해 주진 못

했지만, 모두들 그녀를 걱정 하고 있었다.


사엘이 대답이 없자, 수아가 다그치며, "알았지?" 라고

말하자, 사엘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수아는 사엘의 반응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동안 서로

아파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모두 모여 앉으

니, 조금 마음이 좀 놓인다.


"그건 그렇고." 수아가 말을 잇자, 사엘이, "할 말이 또

있어?" 라고 묻자, 수아는 어이 없다는 듯 어깨 까지 들

썩이며 사엘을 쳐다본다.


둘의 모습에 밧세와 여람이 갑자기 피식 웃는다. 수아

와 사엘이 마치 예전 10대 때처럼 티격 태격 하는 것처

럼 보여 서이다.


"할말이 있으니까 하겠지." 여람과 밧세가 웃으니 수아

는 그들을 한번 째려 보고는 사엘에게 말한다.


"알았어. 뭔대. 짧게 해. 나 임신중이라 피곤해."


수아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알았어 짧게 말할게.

나랑 혼인해.” 라고 말한다.


수아의 말에 모두들 놀라고 어이없는 얼굴로 그를 쳐

다본다. 순간, 또 어릴 적부터 늘 황당한 말과 행동을

일삼던 수아가 생각났는지,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웃

는다.


“웃을 일이 아니야. 나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나랑 혼

인해.” 수아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나 보고 한말 이긴 하지?” 사엘이 묻자, “그럼 너지. 내

가 여람이랑 하겠니? 아니면 밧세랑. 밧세랑은 하고 싶

지.”


사엘과 여람은 이건 또 무슨말인가 싶어, 수아를 이상

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밧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

며,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까지

귀 뒤로 넘기며 말한다. “너네들 중에 혼인 상대로는

내가 젤 낫긴 하지. 미모로 보나, 성품으로 보나, 나는

성숙하고."


사엘과 여람이 그런 밧세를 보며 기겁하는 표정을 짓

자, 수아가 두 손을 좌우로 저으며 말한다. “아무튼, 지

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요점은, 사엘이 너 나랑

혼인하자고.”


“싫어. 끔찍해.”


“얘 봐라. 나도 끔찍해.”


“근데 왜 그런 말을 해? 무슨 혼인이야 갑자기.”


“그럼 아기는 어떡할 건대? 너 혼인도 안 했고, 게다가

제사장인데, 아기는 어떻게 생겼다고 할 건데?”


“그래서 배가 이렇게 불렀는데 너랑 갑자기 혼인해? 그

것도 왕이랑 제사장이? 그건 말이 되니?”


“그래도 혼자 보다는 낫지. 그리고 왕과 제사장이 혼인

하면, 그거 뭐야, 그거 있잖아. 신권과 왕권이 같이 되

는 거? 신권 통합? 아닌데. 왕권 통합? 아니야 그것도

아닌데. 아무튼 왕과 제사장이 혼인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


“왕과 제사장이 혼인하는건 이상하지 않아. 너랑 나랑

하는 게 이상하지. 생각만 해도 이상해.” 사엘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말한 자, 수아도 어깨를 부르르 떨며, 그도

이상하건 마찬 가지라고 말한다.


여람은 수아처럼 사엘이에게 혼인하자고 말하지 못하

는 그의 상황이 다시 한번 후회가 된다. 밧세는 여러 생

각이 많지만, 사엘과 수아를 위해서도 나은 방법이라

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 둘도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혼인까지 하며 지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너의 고백은 받아들이지 않겠어.” 사엘이 단

호히 말하자, 수아도 “어머 얘봐라. 내가 무슨 또 고백

을 했다고 그래? 아기를 아버지도 없이 혼자 낳을 까봐

그러는 거지. 그 뭐야. 대외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거지

그게 고백으로 들린 거야?” 수아는 다시 한번 어깨를

부르르 떤다.


사엘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너네는 아이 아빠가 누

군지 알잖아. 그리고 나 혼인했어.”


사엘의 말에 모두 잠시 침묵한다. 떠오르기만 해도 고

통스럽고, 생각만 해도 그리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록 혼인식은 못했지만, 나는 라단이랑 혼인

했고, 나는 그의 부인이 맞아. 그래서 혼인에 대한 것

은 문제가 없어. 그리고, 대대로 제사장님들도 다 혼인

해서 아기도 낳고, 대도 잇고 그랬는데, 자손을 낳는 것

도 문제가 없지. 난 혼인한 제사장이고, 남편은 죽었으

니, 과부 제사장 아니야?”


사엘은 그녀를 과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그

녀의 말을 듣는 이들은 다시 한번 라단의 죽음이 생각

나, 가슴이 턱 막혀 말을 잇지 못한다. 하지만 사엘은

라단의 장례식 때 까지만도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

는 목각 인형 같았는데,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있다. 라

단이 남기고 간 뱃속의 아기가 그녀의 심장을 다시 뛰

게 하고, 그녀에게 활력을 불려 일으켜 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왜 혼자야. 너네들이 있는데. 삼촌만 셋

이네, 철부지 삼촌들. 하디도 있고, 유모도 있고, 하갈

님과 레이님도 계시고, 카야도 있고, 카야는 벌써부터

들떠가지고, 요즘은 자꾸 뭘 만들어서 아기 방에 갖다

놔. 아기방이 하나 갖고는 안 되겠어.”


사엘은 라단의 장례식 다음, 몇 주 후에, 아기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라단이 죽기 전, 람이라 말한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몰랐던 것을 라단은 이미 그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해, 나중에 라단을 만나면, 어

떻게 내 몸인데 당신이 먼저 알았냐고 물어볼 생각까

지 했다. 사엘은 새 생명으로 인해 살아갈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까 다들 걱정하지 마. 나는 혼인도 했었고. 그

리고 너희들이 있어, 나는 혼자가 아니야. ”


그들이 다녀간 몇 주 후, 람이 태어났다. 라단을 닮은

것 같기도, 사엘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아기 치고는 벌

써부터 콧날이 오뚝하고 이마가 훤하게 잘생긴 아들이

태어났다.


람의 탄생은 모두에게 기쁨이 되었다.


사엘의 아기도 키우게 된 것이 한없이 축복이라는 유

모와 하디, 지켜야 할 이가 또 생긴 카야, 아기로 인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기쁘다는 하갈과 라함, 아기

가 있어 부러운 마하살과 레이,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

지가 되어 기쁜 그들, 삼촌이 돼버린 여람과, 수아와 밧

세, 그리고 남은 한 팔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람이라 불

렀다가 라단이라고도 부르는 사울진까지 모두에게 람

은 기쁨이었다.


람의 한 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유모는 사엘과 하디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기도 잃고, 집에서도 쫓겨나,

절망적이었지만, 하란을 만나고, 사엘을 키우고, 또 사

엘의 아들까지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다가 수명이 되

어 잃은 자식들과 하란을 만나러 가서 이제는 기쁘고,

그녀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사엘은 그녀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하여, 카야와 함께

하란을 뿌려준 곳에 뿌려주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일

찍 세상을 떠난 그녀의 아가들과, 하란이 그녀를 반기

며 맞아주길 바랐다.


라함은, 지난날, 레첼과 함께 사울진에 의해 잡혀가 잠

시 살았던 곳으로 돌아갔다. 수아와, 여람, 밧세가 모두

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소외된 이들이 있고, 집이 없어 거리를 헤

매거나, 질병 때문에 가족 혹은 마을에서 살 수 없는 이

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수아는 라함이 있는 곳에

도 물질적으로 지원을 했으며, 혹시 거처가 필요한 이

들이 있다면, 그곳으로 보내기도 했다.


람이 세 살이 되어, 한참 종종종 걸어 다닐 때, 한쪽 다

리를 잃어 앉아 있는 사울진이 한 팔이 없어, 한 쪽팔만

벌리자, 람이 달려가 사울진에게 안긴다. 사울진에 품

에 쏙 들어온 그를 사울진이 한 팔로 꼭 감싸 안는다.

사울진은 그날, 바륵을 죽일 때, 손에 칼을 들고 있어,

한쪽 팔이 잘려 나갔고, 한쪽 다리가 불에 타서 없어졌

다. 배가 침몰할 때, 바다에 빠진 윤다가 그를 구했고,

그 뒤로 사울진은 정신이 오락 가락 하며, 어떤 날은 라

단이 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어떤 날은 라단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 짓고, 어떤 날은 람을 보며, 라단의 아들

람이라고 부르다가, 람을 보며, 라단의 어린 시절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날, 람이 종종종 달려가 사울진에게

안기던 날, 그는 사엘을 보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의

아들이 가장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이가 그녀라고도

말해주었다. 사울진은 먼 산을 바라보며 회상하듯, 그

를 길러주었던 하녀와 어미개, 그리고 라단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을 정말 사랑했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사울진은 그의 방에서 잠자듯, 조용

히 눈을 감았다.


람이 5살이 되자, 하갈은 그를 놀이방으로 불러, 각종

놀이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고, 놀이방 이름도 람의 놀

이터라고 새로 지어 주었다. 가끔 하갈과, 밧세, 람 그

리고 수아가 놀이방에 모여 놀이를 하면서, 하갈은 그

의 남편과, 오빠들처럼 밧세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

고, 그녀가 늙어 갈 때까지 곁에 있는 밧세가 한없이

고맙다. 하갈은 밧세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사랑을 세상에 알릴 수는 없지만, 그 둘이 함께

그녀 곁에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 그리고, 사엘의 아들

은, 그녀의 손주처럼, 소중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하갈이 람을 보며 말한다. “람아. 다음엔 엄마랑도 같

이와.”


람이 사엘을 숨 쉬게 하는 것은 맞지만, 사엘은 집과 신

전에만 주로 머물고 있다. 그녀는 마치 행복을 자제하

는 것처럼 보였다. 람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하고, 얼마

큼은 행복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라단을 위해 애곡

하고, 그녀는 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어떤 감정도 만

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살아 있지 않은 목각 인형이지

만, 람이라는 단추를 누르면 잠시 심장이 뛰고,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엄마도 놀이할 줄 알아요?”


수아가 웃으며 말한다. “응. 엄청 잘해.”


“삼촌보다도요?”


“나보다는 조금 못해.”


“수아야. 람이 한테는 진실만을 말해 야지. 엄마가, 이

삼촌보다 훨씬 잘해.” 밧세가 말하자, 수아가 지지 않

고, “그런데 람아. 나는 이 삼촌보다는 알까기를 훨씬

더 잘한다. 우리 그거 할까?”


“전 바둑이 더 재밌어요. 할머니. 저 할머니랑 바둑 둘

래요.”


“그래 그래. 그러자, 저 두 삼촌은 맨날 저렇게 서로 자

기가 더 잘한다고 그래.”


하갈이 말하자, 사엘의 눈매와 라단의 미소가 담긴 람

이 활짝 웃으며, “그런데 엄마가 젤 잘하죠. 그렇죠?"

라고 말한다.


람의 귀엽고 또랑 또랑한 목소리와 말에 다들 소리 내

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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