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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으)ㄴ/는 반면에

by 따뜻 Nov 21. 2024

한국에서 산 지 10개월이 되어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남자와 자기 나라 남자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본 여학생은,

다수 일본 사람이 그렇게 대답하듯이,

한국인은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반면

일본 사람들은 돌려서 말한다고.


몽골 여학생은

갑자기 핸드폰을 단어를 찾더니,

한국남자들이 "낭만적"이라고 했다.

또, 공손하다고.


그런가?

드라마에서나 그런 거 아니고??


내 기억 속 낭만이라 한다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굳이 떠올려 본다면

한국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고


21살 때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언니를 만나러 떠났던

첫 번째 해외여행이 떠오른다.


무척 덥고

실외인데도 불구하고 사우나 습기가 가득했던 한여름 오사카에서

언니의 일본인 친구들과 했던

한여름밤의 불꽃놀이가 떠오르고

-우리나라에서의 불꽃놀이는 왠지 파이팅 넘치고 에너지가 있었다면,

일본에서는 뭔가 아기자기한 소꿉놀이 같았더랬다.

무엇보다도 거기에서

내가 관심이 있었던 남자가 있었으니-...


한참을 생각해 보는데도

내 과거의 낭만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낭만'이란 도대체 뭐길래

난 이리도 이 단어가 생소한 것일까?


낭만,

한자로는 浪漫,

물결 낭에 흩어질 만.


의미를 찾아보니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 현실에 매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듯하다.

내 성격이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편임은 확실하건만

성격과 달리 내게 닥친 현실은

성격대로는 살기 어렵게 대부분 냉혹했다.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팍팍하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냉혹한 현실에 내 몸을 꽁꽁 묶어 놓는 방향을 선택하고 그다음에도 또 그렇게 선택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나의 20대가 서러워져

내 낭만을 다시 찾고 싶어

굳이 굳이 다시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러자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의

답 없는 해외봉사활동이 떠오른다.  


저개발국에서의 봉사활동이 뭐 그리 낭만적이겠느냐만은

비용의 50%를 학교에서 지원해 준다는

그 동기부터 매우 현실적이었던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이 기회에 해외여행 좀 해보자 싶어 떠났던 해외봉사활동의 시작은 그러하였다.


하지메 사이토 상.

그 당시 나는 22살,

그는 아마.. 26-7살쯤?

전형적인 일본인 외모에

서툴지만 진지한 한국어,

무엇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그곳을 찾는 한국 대학생 봉사자들을 지도하는 역할의 그를 보고서

가슴이 떨리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을까?


그와 거기에서

남은 평생을 봉사자들과 봉사하며 사는 건 어떨까 상상해 본 건

과연 나뿐이었을까?


물론 매우 잠시였지만 그땐 그랬다.

취업의 부담과 연애의 걱정(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살아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잠시 잊고,

행복하고 달콤한 상상을 했던 나는

그러나 그와의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고는 언제 우리가 알고 지냈냐는 듯 그렇게 다정한 인연이 끝나 버렸다.


낭만이라 굳이 굳이 급히 떠올려 본

나의 낭만의 조각이 되어 버린 2005년의 여름이었다.


한 치 앞 일도 알 수 없는 요즘에

낭만 운운하는 게 우습기도 하겠지만

이것 낭만마저 없다면

내게 남겨진 낭만의 추억마저 없다면

난 도대체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떠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그러므로 매일 낭만적으로 살고 싶다.

누구보다도 현실적이고 조급하고 삶에 대한 염려가 가득한

나라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틈틈이

낭만을 심으며 살고자 한다.

40대의 낭만은 무엇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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