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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별 Sep 27. 2023

그려진 말 - 삼백일의 창

삼백일 간의 말씀 그림 작업을 전시로 마무리하다


 2022년 9월 19일부터 2023년 7월 19일까지.


 300일동안 매일 아침 말씀을 묵상하고 그림 그리는 일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지난 수 년간 친구들이 이끌어준 덕분에 매일 성경 통독을 하면서 받은 은혜가 많았는데, 작년 여름 스케치 전을 함께 준비한 큐레이터님으로부터 묵상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는 순간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하겠다고 했다. 함께 의논하며 300일의 기간을 정했다.

 다음날 스케치북에 15*15센티 칸을 만들어 연습작을 그려보았고 그 다음날인 2022년 9월 19일부터 기상 시간을 5시 40분으로 당겨 성경 말씀을 음원으로 들은 뒤 묵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실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단순 관찰해서 그리는 방식이 아닌 작업의 경우 구상하고 윤곽잡고 완성하는 과정에 내 고민과 힘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말씀 그림의 제작 방식은 과거에 했던 것과 달리 성경 말씀을 듣고 내용을 묵상하는 동안 기도하며 기다렸다. 주님께서 그날 아침 그릴 거리를 주시기를.


 2023년 9월 16일 시작한 전시에 300개의 그림이 벽면에 걸렸다는 것, 주님께서 매일 그릴 거리를 주셨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출근 준비를 시작할 7시 즈음이 될 때까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나를 받아먹듯 하루도 빠짐없이 그릴 거리를 받는 기적을 경험했다(누군가는 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에게는 기적이 맞다.). 깜냥을 보나 신앙 상태를 보나 나의 배경 지식과 그림 실력을 의지하여 말씀에 관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이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믿음을 붙잡고 기도하며 아모스에서 전도서로 이어지는 긴 작업 여정을 걸었다. 마라톤같은 과정을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었으니 나의 남편과 큐레이터님 부부였다. 세 분은 온라인상으로 매일 아침 따끈따끈한 나의 그림을 공유받고 각각 자신의 묵상과 감상을 기록해 나갔는데 그들의 응원과 반응들이 작업을 지속하는 큰 힘이 되었다. 얼마 후 친구들과 성경 통독을 하는 온라인 모임에도 한 친구의 제안으로 말씀 그림이 공유되면서 응원 부대는 더 커졌고 교회의 목장 가족 공동체에도 공유되어 많은 이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매일 작업을 할 수 있었다. 


 2023년 7월 19일 마지막 300번째 작품을 공개한 날은 '전주 블레싱'이라는 선교 여행을 떠난 뜻깊은 날이기도 했다. 



  작년 9월에 '제주 블레싱' 선교 여행 스케치전을 연 이래로 스케치만으로 전시를 여는 것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매일 아침 출근 전까지 제한된 시간에 그린 그림들을 가감 없이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스러웠다. 내 생각으로 내 실력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틀에 놓고 보면 민낯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지난 300일동안 하늘 향해 기도하여 받은 소중한 이미지들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말씀에서 영감을 얻고 그린 그림을 미적 완결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로 어느 하나 뺄 수는 없는 노릇이며 매일 켜켜이 쌓인 묵상과 작업의 흔적 자체가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과 친밀한 시간을 가져 행복했던 나의 300일에 담긴 성경 말씀이 전시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력 있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 준비를 했다.



  전시의 시각 효과를 위해 그림 아래쪽에 적어두었던 나의 묵상글들은 과감히 잘라냈으며 네 명이 온라인으로 나눴던 묵상글 또한 TV 화면을 통해 요약본으로 소개했다.

 전시 상으로 소개하지 못했던 묵상의 글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전시를 관람하신 여러 관람객들께서 각 말씀 그림에 적용된 성경 말씀과 나의 묵상이 궁금하다는 의사를 표현하시기도 했다.


 성경의 아모스 1장부터 시작된 나의 말씀 그림과 묵상, 4인이 함께 나누었던 묵상의 글들을 앞으로 찬찬히 소개해 보려 한다.


 나에게 성경 말씀 그림 300일을 제안하신 큐레이터님은 이 전시의 기획자로서 큰 비중의 작업을 해오셨다.

TV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은 큐레이터님이 매일 온라인 상에 올라온 세 사람의 글을 요약하여 2시간 분량으로 만든 영상이다.

 전시 제목과 날짜 등의 타이포그래피를 완성도 있게 디자인하고 설치하여 그림들을 돋보이게 만든 감각 또한 놀라웠다.

 전시 엽서에 수록된 기획자의 글을 인용한다.



15*15 그림의 시작은 좁은 문, 좁은 창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300일을 그렇게 하나님을 향하여 창을 열었습니다.


이제 그 좁은 창은


동서남북으로부터 온 모든 사람이 모인 하나님나라 잔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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