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표정이 죽상이 되었나?
범인은 말이 없다.
말하면 드러나니까.
대신
표정을 숨긴다.
하지만
숨긴다는 건,
이미 감정이 앞질렀다는 뜻이다.
죽상.
죽을 쓴 얼굴.
감정을 덮었으나
표정은 굳었다.
말은 통제됐지만
근육은 거짓말을 못했다.
범인은 죄책감이 없다.
그러나
노출될까 봐 두렵다.
그 두려움이
몸을 선행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입이 아니라,
얼굴이다.
눈치 아닌 직감.
그건 인식 이전의 감지다.
누가 죽상이 되었는가?
질문이 오가기 전,
의심이 퍼지기 전,
먼저 얼어붙은 자.
그가 바로
아직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안도하는 자다.
죄의 무게가 아니라,
드러남의 공포로
몸이 먼저 반응한 자.
말이 없고,
표정이 죽상이고,
숨이 납작한 그 자.
그 자가 범인이다.
범죄는 나쁜 짓이 아니다.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감정이 범죄의 핵이다.
그래서 죽상이
가장 빠른 자백이다.
죽상은 얼굴 위의 무언(無言) 진술서.
그것은 죄를 말하지 않지만,
죄를 감춘 자의 표식이 된다.
묻는다.
지금, 당신의 표정은 무얼 감추고 있는가?
죽상인가?
아니면
죽상인 자를 본 자의 표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