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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Mar 07. 2022

요가 단식, Upavasa

단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

추운 겨울 내내 몸무게가 늘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이어트와 그렇게 친한 편이 아닌데 이렇게 체중이 늘어나면 다이어트를 해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금식이나 단식 같은 것은 아니고 먹는 것을 조금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식으로 한다.  20대에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규칙적인 식사를 안 하면서 체중을 줄여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섭취량을 조금 조절하는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요가를 하면서 단식을 해본 적이 있다. 


꽤나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단식을 도전했었다. 요가, 즉 아사나를 시작하면서 크리야(정화행법)의 중요성을 알고 단식을 도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몸과 마음에서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자 단식일기를 적어보기도 했다. 단식 방법은 15일에 1번 하는 것인데 단식 일 하루 동안 물 또는 소량의 소금을 넣은 물을 마시는 방식이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총 10회의 단식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육체적으로도 그리고 마음으로도 너무 힘들었었다. 내일 단식을 한다고 하면 전날부터 왠지 모르게 저녁을 더 먹어야 할 것 같고, 또 이상하게도 단식일은 평상시 보다 더 일찍 잠이 깨는 바람에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서 내면에서 엄청난 갈등을 하며 내가 왜 단식을 하고 있지라며 폭풍 후회를 했던 적도 있었다.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단식은 너무나 힘겨운 기억이다. 그 이후로 위와 같은 방식의 단식을 한번 더 도전하였지만 5회 정도만 하고 중단하였고 그 뒤로는 단식을 해본 적이 없다. 


요가에서의 단식은 무엇인가? 


인도에서 지낼 때, 각자 믿는 종교에 따라 힌두교의 날짜와 이슬람의 날짜 혹 가족 내 규칙처럼 Fasting을 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Fasting (단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를 마감하는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Fasting을 하는 여러 부류의 인도 사람들을 보았다. 아침부터 물만 마시다가 저녁 6시 이후부터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식의 단식,  식사다운 식사는 하지는 않지만 인도인의 삶에 뗄 수 없는 짜이(밀크티)와 과일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Fasting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단식 기간에는 채식 음식만을 섭취하는 것도 인도인들은 단식이라고 하였다. 이게 무슨 단식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온 가족이 이와 같은 방식을 꽤나 오랜 기간 지속해 왔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단식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인도에서 단식을 나타내는 단어는 산스크리트어 Upāvasā (उपावसा)이다. 


단어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그 뜻은 "편안한 마음으로 신 가까이에 앉다"라는 의미이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고서 중 하나인 Charak Samhita Sutra에서는 Upāvasā (उपावसा)는 분노, 탐욕, 욕망을 포기하고 정직한 삶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악행을 내려놓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들을 행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단식으로 알고 있는 현대인의 단식과는 차이가 있다. 


Dharmaśāstra 라는 인도 베다 철학 고서에서 Upāvasā (उपावसा)는  "절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름이 되면 이것을 기억하고  분노, 집착, 욕망, 탐욕, 에고를 내려놓으며 절제의 의미를 되새긴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불필요한 말과 생각을 줄이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욕망도 내려놓으며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다.  우파바사를 하는 날에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내놓은 곳을 마련한 공동체들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당과 같은 인도 전통교육기관인 구루쿨에서는 이 날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내놓는 상자가 있어 반드시 그것이 필요한 학생이 그 물건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인도 신화, 라마야나 이야기에서도 라마가 시타에게 이야기하는 중 우파바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죄를 거두어들이고 올바른 생활을 영위하다 라는 의미로 이야기하였다.


Upāvasā (उपावसा), 단식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의미이다.  


Upāvasā (उपावसा)는 분노, 욕망, 탐욕, 에고, 집착을 절제하며 내려놓고,  정직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기에 일정기간 의식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행위를 나타내는 단식과는 다른 의미인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인도에서 내가 봤던 다양한 방식의 단식들이 왜 단식이라는 의미로 불려지는지 수긍이 간다.  음식의 섭취 여부를 떠나서 내면으로 한 걸음씩 더 들어가 자신을 알고 단 하루 만이라도 신 가까이 앉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을 지켜보며 내려놓고 절제하는 것이 우파바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의 단식, 즉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쯤 소화기관에게 휴식을 주는  의미의 단식도 필요하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아주 귀중한 기회를 얻어 이 생에 왔다면 인도 고서에서 이야기하는 좀 더 깊은 의미의 단식, 우파바사를  인종, 국적, 종교 등을 떠나서 이 생을 마치기 전에는 한 번쯤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행위가 아닐까 한다.  



2년을 넘기면서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의 팬데믹으로 인해 점점 인내심이 부족해지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데 내면의 평화와 전인적 건강을 위한 Upāvasā (उपावसा)를 시작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일상생활에 맞춰 내게 맞는 단식을 계획하고 실천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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