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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Apr 17. 2022

요즘 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그리움

얼마    전에 요가 관련 행사로 인연을 맺은 지인으로부터 전화  통을 받았다. 다짜고짜 인도에 언제 가냐며 만약 인도에 가게 되면  자기를 데리고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분의 경우 여러 분들을 모시는 업무로 인도를 방문하였기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며 인도에 다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만 보면 하던 분이었다.  요가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아무것도 몰랐던 요가와 인도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나는  겨울에는 인도를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나도 너무 인도가 가고 싶다. 나같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전 세계 상황은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의 여행이 무척이나 가고 싶고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도가 더 가고 싶다.  


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탔던 것이 마지막 비행기 탑승이었고,  미얀마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그곳에 모든 짐을 남겨두고 2020년 4월에 갑작스레 귀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 국제선 마지막 비행기 탑승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다시 미얀마 파견을 하지 못한 채 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말았다. 미얀마의 짐은 언제 가져올 수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이다.


올해 안에는 무조건 인도를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를 가게 되면 내가 4년 동안 머물렀던 뱅갈로르는 반드시 방문하여야겠고, 께랄라와 리쉬케쉬, 다람살라를 방문하고 싶다. 내가 질문할 때마다 답변을 잘해주었던 교수님들도 뵙고 싶고, 인도 구루쿨라(전통학교)도 다시 방문해 보고 싶다. 인도를 갈 때마다 잊지 않고 방문하는 바라나시는 반드시 들려야겠고, 인도에 간 김에 먹고 싶었던 음식들도 리스트를 만들어 가면서 먹어야겠다. 그 외 요가로 유명한 곳들도 꼭 방문해 보고 싶다.




인도를 가게 되면 무엇보다도 내가 공부했던 요가학교 SVYASA를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6년부터 2018년 2년 동안 나는 SVYASA (Swami Vivekananda Yoga Anusandhana Samsthana,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에서 요가 철학 석사과정을 공부했었다. 과학으로 증명된 요가에 대해 공부를 하지만 교육 방법에서는 전통 요가 교육방법을 고수하는 곳이기에 우리가 대학교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쉬람 생활과 대학교의 생활이 통합되어 있는 곳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어야 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학교 강의실의 책상과 의자는 없고 좌식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한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않아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방석을 챙겨서 수업에 들어갔다.



SVYASA는 기숙사가 있는 Residential 학교로 재학생 모두가 기숙사에 머물면서 생활을 해야만 한다. 새벽 5시부터 수업이 시작되고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저녁 8 쯤이다. 새벽 5시 수업은 첫 학기 때는 아사나 수업이었지만 요가 철학 학과의 특성상 2학기 때부터는 베다경전 암송 수업과 요가 철학 수업, 명상 수업을 했었다.  5시 수업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시 40분에는 기숙사 방을 나서야 한다. 나는 4시 10분쯤에 일어났었는데 그 시간에 일어나면 벌써 옆방에서는 샤워하는 소리가 들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참 부지런했던 학생들이 많았다.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의 학사. 석사과정이던, 요가지도자과정 수업, MD와  박사과정 등의 모든 코스의 하루 일정은 다음과 같다.


5시 새벽 수업

6시 개인 시간

7시 마이트리 밀란 - 삿상

8시 아침식사

9시 ~ 12시 학과 수업

12시 ~ 13시 점심시간

13시 ~ 17시 학과 수업 또는 아유르베다 병원 인턴 시간

17시 ~ 18시 자유시간

18시 ~ 18시 30분 바쟌 시간

19시 30분 저녁식사


이렇게 바쁘게 지냈던 곳이 다시 그립기 시작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요가대학교이지만 아사나 수련할 시간도 부족했었다. 핑계이기는 하지만 인도까지 가서 요가대학교를 졸업했는데 내 아사나 실력이 줄어든 이유는 이 일정 때문이기도 했다.  개인 시간도 많이 부족했고, 잠도 부족했고, 쉬는 날도 모자랐고, 외출도 힘들었다. 나야 채식이기에 괜찮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이나 인도 학생들 중에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육식 식단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개인 취향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또는 콧바람을 쐐기 위해서는 주말이 오기 전에 미리 외출증 (Out Pass)을 받아야 했었다. 외출을 할 때면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스타벅스와 같은 곳을 꼭 들려서 학교 외부의 인도를 구경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미 SVYASA의 일정을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의 바쁜 일정의 삶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그곳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던 시간은 있었지만 노력한 만큼 보상은 있었기 때문일까? 영어도 잘 못한 상태에서 도전을 하여서 졸업이라는 성과를 이루어서 일까? 성취감도 분명히 있었고 좌충우돌 소소한 사건들도 많았지만 비베카난다요가대학교에서 보낸 그 시간 동안에 나름 재미있고 소소했던 행복했던 시간들도 많았다. 좋은 인연들도 많았고 공부하는 내용들이 재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인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나를 힘들게 했던 산스크리트어와 베다 경전 암송 수업이 정말 힘든 수업이었는데 요즘은 가끔 베다 경전 암송을 찾아서 듣기도 한다.


잠시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 안의 조그만 매점에 달려가 짜이 한잔을 마시며 주변 경관을 바라보던 시간들,  오후 자유시간이면 선선한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 아래의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었던 기억들, 기숙사 방안에서는 취사 금지였지만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몰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먹었던 기억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은 일부러 비를 맞으면서 뛰어다녔던 기억들, 인도 친구들과 함께 아사나 수련을 했던 기억들, 코코넛과 망고를 따서 바로 먹었던 기억들이 그립다. 하다 못해 내 방을 습격하곤 했던, 먹을 것을 가지고 지나갈 때마다 먹을 것만 골라서 빼앗아 가던 기숙사에서 거의 같이 생활하다시피 했던 원숭이들도 그립다. 침대와 책상이 방을 다 차지하는 교도소 독방 같았던 그 조그만 방도 그립다.



요즘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왜 인도를 가고 싶어 하고 인도 중에서도 왜 요가대학교인 SVYASA를 꼭 가고 싶어 하는지 말이다. 나는 뱅갈로르에서 SVYASA에서 2년 공부를 했지만 다른 학교인 크라이스트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2년 동안 공부했었다. 그런데 크라이스트 대학교를 반드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그리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명상을 해왔었다. 하루에 짧은 시간이 될 때도 있었고,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명상을 할 때도 있었다. SVYASA에서 공부를 할 때도 시간을 내어서 명상을 하기도 했었다. 국내에 들어오고 나서는 내 삶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 벌써 몇 달 동안 나는 명상을 하고 있지 않다. 여러 가지 변명들이 있지만 작년 겨울부터 갑자기 내게 찾아온 질병으로 인한 수술과 치료가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면 참으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규칙이 참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너무나도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취해야 할 것이 있고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역설적이지만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내 삶에서 여행은 일종의 쉼표 같은 것이라면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규칙은 나를 지탱해주는 힘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삶에서의 명상은 객관성의 충전인 동시에 내 영혼에게 주는 선물이다.


자유로운 상황에 놓이고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 놓여 보니 내 삶의 방향도 흔들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SVAYSA에서의 힘들었지만 규칙적인 생활이 그리운가 보다. 태양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고, 졸더라도 명상을 하려 앉기는 했었다.  지금은 계획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인도 요가학교에서 보냈던 때만큼의 추진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명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을 꽤 크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삶의 방식과 명상이다. 그리고 실제로 인도를 방문하여 그때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제 명상도 하고 인도 여행도 계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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